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팀의 경기를 방송으로 청취하다 보면 아나운서가 이 팀만의 독특하고 유명한 습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듣게 된다. 바로 야구공을 별도의 가습실에 넣어 두는 것 말이다.
물론 애연가들도 때로는 담배가 말라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실을 담배창고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키스 팀은 애연가들 이상으로 공의 습도 유지에 신경을 쓴다. 평범한 공을 사용했을 때 보다는 습도 유지가 잘 된 공을 사용했을 때 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습도 유지가 잘된 공을 사용해야 투수들의 피칭 능력이 더 좋아져 상대 타자들을 압도한다는 것.
실제 로키스 팀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안타와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총 7시즌 동안 내셔널리그 투수들이 이 쿠어스 필드에서 평균 6.5라는 형편없는 방어율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구장의 투수 평균 방어율인 4.37에 비해 무려 2.13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당초 언론과 팬들은 덴버 상공에 1.6km 높이까지 펼쳐져 있는 밀도가 희박한 공기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다른 곳에 비해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더 멀리 뻗어나간다는 것.
그런데 지난 2002년 덴버의 건조한 기후로 인해 공이 말라붙어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쿠어스 필드의 관계자들이 야구공을 저장하는 별도의 가습실을 설치·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과론적이기는 해도 가습실 설치 이후 지금까지 쿠어스 필드의 내셔널리그 투수 방어율은 5.46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여타 야구장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셈이다.
도대체 습기가 공에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아쉽게도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단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치코 캠퍼스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케이건 박사는 지난 2004년 실시한 연구를 통해 상대 습도가 50%인 장소, 즉 대기보다 습도가 높은 장소에 야구공을 보관할 경우 공의 반발계수(탄력)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건조한 상태의 공보다는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공이 배트에 맞았을 때 뻗어나가는 힘이 약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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