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마침내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작년 3.4분기 2.2% 성장에 이어 4.4분기에 5.7%(속보치)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29일 발표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은 6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6∼4.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시작과 종료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사후에 발표한다. 이번 경기침체는 2007년 12월 시작된 것으로 발표됐으나 종료 시점은 아직 모른다.
2분기 연속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것은 경기침체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확실한 성장궤도에 진입했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7천억달러 규모로 쏟아붓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만 자체 성장동력을 회복한 것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4분기의 5.7%라는 놀라운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4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이끈 일등공신은 재고조정 효과다.
급격히 감소하던 기업재고는 4분기에 감소세가 현저하게 둔화됐다.
기업재고 감소규모는 작년 2분기에 1천602억달러, 3분기 1천392억달러였으나 4분기에는 335억달러로 급감했다.
재고조정 속도가 이처럼 둔화된 것은 생산현장이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재고가 줄어드는 것은 매출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상품을 다시 채워넣지 않기 때문인데, 재고감소가 둔화되는 것은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을 예상한 기업들이 다시 창고에 상품을 채워넣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무부는 작년 4분기의 성장률 5.7% 가운데 3.4%가 재고조정 둔화에 따른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재고조정 효과가 GDP를 끌어올리게 만든데는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포드자동차가 4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GM도 해고했던 근로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등 자동차 생산라인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GDP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재고조정 효과를 뺀 나머지 부문도 상대적으로 비중은 낮지만 성장세를 견인했다.
기업의 투자는 2.9% 늘어 2008년 2분기 이후 1년반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도 18% 증가했다.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2.0% 증가했지만 3분기의 2.8%에 비해서는 템포가 둔화됐다.
주목되는 점은 신규주택건설에 대한 투자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8.9%에서 4분기에 5.7%로 둔화됐다. 이는 한시적으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키로 한 부양책 효과가 소진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능가한 점을 들어 비록 부양책의 효과에 힘입은 것이기는 하지만 자체 성장동력을 회복해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작년 4분기 성장률이 3% 안팎이나 그 이하에 그쳤다면 미국 경제가 오로지 부양책 효과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5.7%라는 성장률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양책이 소진된 후에도 계속 작년 4분기때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5% 후반의 성장률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은 경기과열을 의미하지만, 실업률이 두자릿수로 올라선 현재는 경기과열과 한참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의 성장률이 2∼3%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부양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체 성장동력을 회복해가고 있는지 여부는 올해 상반기중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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