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식 준비위, 어려운 국가상황 감안한 행사 고심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취임 축하를 위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새 턱시도를 주문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녔던 하와이 푸나후 고등학교 마칭밴드를 퍼레이드에 초대했다. (약 1,400개 고등학교가 참가를 신청했지만 몇십개만 초청을 받았다.) 내년 1월20일 열리는 오바마 취임식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고 병사들이 2개의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식 준비위원들은 오바마의 성취를 축하하면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취임식 분위기를 만드는 어려운 과업에 직면해 있다.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의심할 나위없다. 그러나 우리는 취임식이 우리의 공통된 가치와 꿈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희망적인 톤의 행사이다”라고 오바마 취임준비위 린다 더글러스 대변인은 밝혔다.
120만 넘는 역대 최대 인파 몰릴 듯
대통령·부통령 커뮤니티 봉사도 고려
윈프리 등 스타들 쇼와 공연 줄이어
턱시도는 ‘하트 샤프너 막스’사 제품
오바마는 최근에야 취임식 준비위를 구성했다. 취임식 날 정오 연방의사당 웨스트 프론트에서취임선서를 한 후 어떤 행사들이 이어질지 스케줄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대통령들은 퍼레이드 마칭밴드 선정에서부터 어떤 취임축하 무도회를 공식행사로 지정할지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간섭하고 싶어 한다.
현재의 국가적 분위기를 반영하기 위해 계획되고 있는 순서의 하나는 대통령과 부통령 당선자가 워싱턴에서 커뮤니티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들은 미국민들에게 각자의 지역에서 커뮤니티 봉사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취임식에 대한 비판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오바마 팀은 행사를 준비하는데 비교적 일관성을 보여 오고 있으며 선거 당일 시카고 그랜트 팍 집회를 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이 집회는 축하 분위기였지만 진지했고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오바마는 연설을 통해 기대가 아닌 희망을 높이려 했다.
흑인 대통령의 취임 선서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워싱턴은 린든 존슨 대통령 때의 120만을 훨씬 넘어서는 역대 대통령 취임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몰리는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취임식장의 몰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개방될 예정이다.
스타들도 워싱턴으로 몰려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오프라 윈프리는 취임식 주간에 케네디 센터에서 최소 한번 이상 쇼를 갖고 축하파티도 개최할 계획이다. 오바마와 부인이 윈프리 쇼에 출연할지는 분명치 않으며 스타들과 얼마나 어울릴지도 불투명하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 할리웃 스타들과의 친분 때문에 공화당으로부터 ‘유명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후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어왔다. 바바라 스트라이전드는 지난 9월 베벌리 힐스에서 오바마를 위해 무려 900만달러를 모금해 줬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티비 원더, 앨리셔 키스, 비욘세 등 유명 뮤지션들이 축하콘서트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업서버들은 콘서트 같은 무대행사와 관련해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낸다. TV드라마 ‘웨스트 윙’의 제작자인 애론 소킨은 “행사는 그 스스로를 드러내야 한다”며 “무대 연출은 절대적으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터줏대감들은 행사들이 정교하지 않더라도 축제분위기를 자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경기와 전쟁은 무감각 혹은 무절제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한층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대통령 역사가인 로버트 댈럭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이에 맞춰 적절한 상징성을 부각시키기를 원한다”며 “오바마는 국가적 분위기에 맞출 줄 아는 지성적인 정치인으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며 오바마 취임식은 이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수락 연설을 한 인베스코 필드에 그리스 기둥들을 세우는 바람에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공화당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오바마를 본질보다 쇼를 앞세우는, 억누를 수 없는 자아를 지닌 인물로 묘사했다.
노터데임 대학에서 미국학을 가르치는 로버트 슈멀 교수는 취임식 준비 팀이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지만 첫 흑인대통령의 취임은 그 자체로 극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팡파레는 별로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드라마를 한층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스 기둥을 수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도 취임식 준비에 들어갔다. 그의 새 턱시도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남성의류 전문 제조사인 ‘하트 샤프너 막스’사 제품이다. 의류 노조인 ‘유나이트 히어’의 브루스 레이너 위원장에 따르면 ‘하트 샤프너 막스’는 노조가입 근로자를 채용하는 회사이다. 레이너 위원장은 오바마와 자신이 나눈 대화를 통해 볼 때 취임식은 화려하고 과도한 행사가 아니라 고양되고 낙관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미상 시상식을 연출했던 존 샤프너는 이번 취임식과 같은 행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함’과 ‘실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연출했던 금년 공화당 전당대회도 단순화함으로써 초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진영의 일부 인사들은 선거일 그랜트 팍 행사를 취임식의 전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낸다. 그 행사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당선자와 국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처를 서로의 감싸주는 것이 이번 취임식의 한가지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연방상원 역사가인 도널드 릿치는 “취임식의 중요성은 새로운 대통령이 기나긴 싸움 끝에 통합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데 있다”며 “취임식의 여려 행사들은 정신적인 면에서 국가적으로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행사를 간소화하면 취임식이 제공하는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취임축하 공식무도회
클린턴은 14개 부시는 9개
오바마는 이보다 적을 듯
취임 축하 무도회들도 열린다. 몇 개가 공식행사로 지정될지 확실치 않지만 이전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간 공식 무도회는 계속 증가해 왔다. 지난 1997년 클린턴 때는 14개로 가장 많았다. 2005년 부시 재선 취임 때는 9개로 줄었다. 그러나 부시 취임식은 개인 기부금 4,230만달러가 소요된 사상 가장 비싼 취임식이었다. 금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오바마는 로비스트와 기업들로부터의 취임식 기부를 금지시켰으며 개인 기부금도 5만달러로 액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취임식에서 비공식 무도회는 수십개가 계획돼 있다. 이 파티들은 오바마 팀이 통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공식행사들보다 훨씬 자유분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DC 당국은 취임식을 전후 한 4일 동안 바의 영업시간을 새벽 5시까지로 연장시킬 계획이다.
이런 파티들은 ‘호사스럽고’ ‘시끄러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크리에이티브 코얼리션’이 주최하는 축하파티는 기업들로부터 15만달러까지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엘비스 코스텔로가 출연할 예정이다. MTV는 디온 워릭 등이 출연하는 파티를 열어 이를 중계할 예정이며 ‘인권 캠페인’은 신디 로퍼를 초청한 파티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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