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아프간 파병 군인 30만명에 증세… 최고 지휘관도 시달려
카터 햄 대장은 미 육군 최고의 엘리트이다. 그는 강하고 머리가 뛰어나다. 전선에서는 물론 국방부에서도 스타였다. 이라크 반군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을 때 그는 이라크 북부지역 사령관이었다. 그가 미국으로 귀환하기 직전인 지난 2004년 12월21일 모슬 인근 미군기지 식당에서 자살 테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14명을 포함해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햄 대장은 사건 발생 20분 후 현장에 도착해 참상을 목격했다. 2005년 2월 햄 대장이 모술에서 워싱턴 주 포트루이스로 돌아 왔을 때 사근사근한 성격의 장군은 무언가 잃어버린 듯 보였다. 커다란 환청이 들리고 쉽게 잠을 들 수 없었다. “남편이 돌아 왔을 때 그의 모든 것이 돌아온 게 아니었어요. 무언가 이라크에 남겨 두고 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떠나보냈을 때의 남편이 아니었어요.” 부인 크리스티는 이렇게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종종 악화
정신적 상흔 감추려는 군 문화가 문제
최근 적극치료 독려로 분위기 바뀌어
56세의 햄 대장은 육군의 12명 대장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유럽주둔군 사령관으로 있다.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의 커리어를 망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에서 펜타곤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심리적 외상 스트레스 검사를 받은 후 군목으로부터 카운슬링을 받았다. 이것을 통해 “인생을 다시 재정비” 할 수 있었다고 햄 대장은 말했다.
햄 대장은 “그것이 비정상이 아니라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다. 소리에 흠칫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은 일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역시 비정상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를 크게 말하는 것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햄 대장이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어려움을 들려준 것은 이런 문제로 도움을 받는 것을 유약함으로 받아 들여온 군 내부에 급격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심리적 외상 스트레스 장애로 종종 악화되는 전투 스트레스가 심각한 문제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햄 대장은 전투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미군 30만명 가운데 하나이다. 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이 지역 파병 미군 180만명 중 6~12%가 이런 증세를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불면에서부터 노숙자 전락, 자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2006년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베트남 참전군인 중 2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참전군인 270만명 중 54만명을 의미한다.
합참의장인 마이클 멀렌 해군제독은 “반군을 죽이고 폭탄과 총탄을 피하고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병사들이 정신적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귀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것은 국가가 요구에 희생을 마다 않은 이들에게 꼭 갚아 줘야 할 빚”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 대장의 고백을 정신 건강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낙인으로 여기는 군 내부 분위기를 개선 시켜줄 용단으로 평가했다.
도로변 폭탄공격과 자살 공격, 그리고 저격 등 이라크와 아프간 반군들의 ‘언제 어디서든’ 전략은 병사들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며 스트레스를 안겨준다고 유럽지역 미국병원 책임자인 키스 갤리거 준장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예기치 못한 폭탄공격은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병사들은 이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동료와 친구들이 죽어 가거나 불구가 되는 것을 본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전투와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군 문화 전문가인 제임스 마틴 교수는 말한다. “전투 중 총격을 받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군인들을 배치하는 지휘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다르다. 차량 사고 시 차안에 있는 것과 그것을 목격할 때의 차이와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하듯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군인들도 정신적 문제로 카운슬링 받는 일을 운동 중 근육이 늘어났을 때 치료를 받는 것처럼 쉽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햄 대장은 이라크에서 돌아와 국방부에서 일하면서 다른 군인들처럼 설문지에 응답했지만 자신의 문제를 덮어 두었다. 장군의 문제를 눈치 챈 것은 부인 크리스티였다. 처음에는 그녀도 워싱턴 D.C.로 이주하면서 생긴 적응문제로 가볍게 여겼으나 점차 이상한 징후를 발견했다. 어려운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말이 없어지고 그토록 사랑하던 애견과 어울리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정신적 문제를 직감했다. “나는 거울을 우리 부부에게로 향하도록 돌렸지요. 내가 다른 군인 부인들에게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조언했던 징후가 남편에게 있음을 발견 했습니다.”
검사와 상담을 통해 햄 대장의 마음속에는 식당 폭탄테러 참사가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부하들은 항상 위험 지역에 배치해야 하는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그의 정신건강을 좀 먹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아프간 참전 재향군인
일반 미국인의 2배 넘는 자살률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진행되는 시기에 복무하다 전역한 미군 남성 장병의 자살률이 지난 2006년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향군인부가 공개한 통계에 의하면 재향군인 서비스를 이용한 18-29세의 전역 남성 장병 중 지난 2006년에 10만명당 46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최고의 자살률을 보였다. 이는 같은 연령대로 전역장병이 아닌 남성들이 10만명당 20명꼴로 자살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전역한 장병 중 141명이 2002-2005년 사이에 자살했고, 2006년에는 113명이 자살했다.
이 통계는 2006년까지의 자료만 포함하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해마다 자살률은 최고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의 경우 115명의 전역 장병이 자살했다.
미 육군 정신과 의사인 엘스페스 리치 대령은 장기간에 걸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여러 전투에 참여한 것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역 후 장병이 겪는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적기에 치료를 받는 등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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