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납치 후 몸값 요구 해적들 날로 극성… 금년에만 39척 피랍
NATO 등 다국적군 해상 순찰 강화
인도 해군은 해적선 모함 격침시켜
선박들, 안전 위해 희망봉 우회하기도
인도 해군함정이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 ‘모함’을 격침시키고 도주하는 해적 고속정 2정을 야간 추격했다고 인도 군 당국자들이 19일 밝혔다.
이날 다른 해상 약탈자들은 무법천지가 된 바다에서 태국과 이란 선박을 납치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납치된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유조선 소유주들은 소말리아 연안에 묶여 있는 배의 석방을 위해 해적들과 협상을 벌였다.
다국적 해군이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의 뿔’(에디오피아, 지부티, 소말리아 3개국을 지칭하는 말)사이의 해상 순찰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 해적들은 갈수록 세력이 커지고 폭력적이 되고 있다.
19일 인도 해군의 해적선 격침은 이런 순찰이 거둔 드문 성과의 하나이다. 오만 연안에서 활동하던 인도 전함은 여러 해적 사건의 용의 함정으로 지목된 것과 유사한 함정을 발견, 정지를 요구했다. 그러자 해적선이 먼저 인도 전함 ‘INS 타바르’호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해적들이 기관총과 로켓추진 수류탄발사기 등을 들고 갑판 위로 뛰어 올라 가는 것이 보였다 ”고 인도 해군 성명서는 밝혔다. 이에 인도군은 즉각 응사했으며 해적선에 불이 붙고 선상 폭발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격침됐다. 폭발은 배에 실려 있던 탄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해적들은 두 척의 고속정으로 도주했으며 추격전이 벌어졌다. 해적들은 추격이 계속되자 이중 한 척을 버리고 도주했다.
해적들, 그리고 크기가 작은 공격용 배들을 원양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모선’이 이용된다. 모선은 상업용 선박들을 공격하기 위한 이동 기지가 되는 셈이다. 지난주 인도 해군 특공대는 아덴만에서 선박을 납치하려던 해적들의 기도를 무산시켰다. 인도 해군은 특공대원들을 태운 무장 헬기를 동원, 인도 선박을 납치하려던 해적들을 퇴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해적들은 16명의 선원을 태운 태국 선박과 25명을 태운 이란 화물선을 아덴만에서 납치했다. 소말리아에 근거를 둔 해적들은 마구잡이로 배들을 납치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국제해사국(IMB) 해적 보고센터의 노엘 충은 밝혔다. 그는 “점차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납치로 이번 주 들어서 발생한 납치사건이 8건이 됐다. 금년 들어서 아덴만에서 총 95건의 선박 공격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39척의 선박이 납치됐다. 충은 “위험은 낮고 보상은 크기 때문에 이런 범죄행위가 날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해적들이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이 3,000만달러에 달하며, 올 들어 지금까지 받아낸 몸값만 해도 6,000만∼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적들은 소말리아 연안을 근거로 활동했으나 지금은 훨씬 넓은 지역으로 활동 범위롤 확대하고 있다고 충은 덧붙였다. 현재 해적들에 납치돼 있는 선박은 17척이며 선원은 300명 이상이다.
이 가운데는 무기를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도 있고 1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수송하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도 있다. 초대형 유조선 ‘MV 시리우스 스타’호는 소말리아 해안 해적들의 소굴인 하라데어 근처에 억류돼 있다. 이 배의 선원은 25명이며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외무장관은 “몸값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않은 채 “선주들이 현재 해적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해적들, 납치범,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에 관한 최종 결정자는 선박 소유주임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번 납치사건을 비난하면서 해적들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순찰 강화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 연안의 해적 공격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 반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소말리아는 지난 1991년 이후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태이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아덴만에 3척의 전함을 파견했으며 바레인에 기지를 둔 미 해군 5함대도 이 지역에 전함을 보냈다. 그러나 5함대 제인 캠벨 사령관은 매년 2만1,000척 이상의 배가 아덴만을 지난 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해상 순찰만으로는 이런 공격을 모두 막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캠벨 사령관은 “해양의 크기와 우리가 가진 해군자원에 비춰볼 때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덴만은 홍해와 연결되고 이것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연결된다. 이 항로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것보다 엄청난 거리와 시간을 단축 시켜준다. 태국 선박은 두 대의 고속정에 의해 추격당하고 있다는 긴급 연락을 취한 후 통신이 두절됐다. 선박 소유사는 이 배가 수산 장비를 싣고 오만을 떠나 예맨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연락 두절 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해적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케냐 주재 대사관을 통해 해적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8일 노르웨이의 대형 해운사인 ‘오드펠 SE’는 사우디 유조선 피랍 이후 자사 소유 90여척의 유조선들에 대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말고 희망봉을 돌아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성원들을 더 이상 납치와 몸값 요구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 발호 이유는
오랜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
이들 제어할만한 공권력 없어
소말리아 해적이 발호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말리아가 국가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이래 내전에 시달려온 소말리아는 압둘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지난해 3월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하면서 국가 형태를 갖추게 됐지만 내전이 심화되면서 혼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슬람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 주변 지역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임시정부가 붕괴 직전에 직면했다. 이러다 보니 반자치지역인 푼트란드 항구도시 에일 등지에 기반을 둔 해적을 제어할 공권력이라고는 기대난망인 상황인 것이다.
특히 내전 과정에서 흘러나온 로켓추진수류탄 등 중화기로 무장한 해적이 선박을 납치, 몸값을 받아내고 이 돈으로 최신 무기를 사들여 또다시 선박 납치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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