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오바마 차기 정부가 미국 국민들의 의료 보험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의료 문제를 집중 거론한바 있다.
지출 확대로 고용 창출… FTA 마찰 예고
미국 최초의 소수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미국 정치에 새로운 시대가 왔다. 변화를 외치는 투표자들의 목소리는 백악관을 민주당에 25년만에 가장 든든한 정치력을 가져다주었다. 오바마 당선자는 온건적 성향으로 4일 승리 연설에서도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으나 당면한 금융 위기에 대처하고 큰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에 부응하기 위해서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행정부와 의회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지난 8년간의 부시 행정부 정책을 뒤로 돌리고 노조 권리 확대, 유니버설 의료보험, 부유층 세금 인상 등 진보적 이념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이적인 투표참여율과 지지율로 오바마 당선에 이바지한 흑인, 히스패닉 및 30세 미만 젊은층은 오바마 행정부에 드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오바마 시대를 맞는 미국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분석했다.
<우정아 기자>
중산층 감세·경기부양 역점
경제정책
오바마의 경제 정책은 레이건 시대 이후 유행했던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소비 위주의 정책으로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노믹스’로 통칭되는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뉴딜정책을 펼친 루스벨트 행정부 이래 70여년만에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 추진과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특징 지워질 것이다.
경기부양의 방향은 공화당이 법인세·소득세 등의 감면을 통해 소비지출을 진작시키는데 치중하는 반면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에 주안점을 둔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며 ‘큰 정부’의 시대가 올 수 있다.
시장개입은 또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와 감독기능의 재편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된다.
오마바는 경기침체의 고통을 덜기 위해 재정지출의 확대와 중산층 이하 감세를 통한 소비여력 확충,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금융비용 부담의 경감 등을 제시했다. 오바마는 의회가 승인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에 추가로 1,900억달러를 들여 공공사업을 확대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및 제조업 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오바마는 또 연 수입 5만달러 이하 노인 700만명에 소득세를 전면 감면하고 근로자 95%에 개인당 500까지 소득세 감면혜택을 주는 한편 금융위기의 근보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30년 고정이자 대출로 바꿔 차압위기에 빠진 주택 보유자들을 구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적대국과 ‘대화외교’ 주목
국제관계
오바마 시대의 개막은 미국 내부의 권력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최대 실책이라고 지적해온 이라크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그동안 16개월 이내 이라크 주둔 완전 철군을 주장해 왔다.
특히 오바마는 소위 불량국가 수뇌부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사방의 적으로 둘러싸인 형국의 미국을 구해내 세계 제1강국의 위상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집권 초기 그는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대화 채널을 총동원하는 ‘대화 외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란과 북한등 미국이 적대시한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를 할수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당시 직접 대화 발언으로 그의 외교적 경험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순진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시장 개방 등 난제
한미관계
오바마 정권은 한반도 정책에서 보수 성향인 부시 행정부와 상당히 다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통상문제 있어서는 부호무역주의를 표방, 한국 자동차 시장의 추가 개방이 없는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FTA를 통합 무역확대를 찬성한다고 강조했으나 한미FTA 협상이 자동차 문제에 관한 한 잘못됐으며 추가 안전장치가 담보돼야 비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5일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됨에 따라 한국이 미국과 FTA협상에서 보다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인 자동차 부문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자동차 업체를 위해 시장을 더 개방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오바마는 지난 5월 조시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미 FTA는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가 시작하기 전에 미측과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기 위해 자국의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릿 저널은 그러나, 연방의회 이미 자국에서 국회 비준을 끝낸 페루, 콜롬비아와의 FTA 협상 비준을 먼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지원을 받았던 오바마 당선자는 한국의 미국 자동차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F-150 트럭 조립공장 모습.
부시행정부 틀 유지할듯
북핵문제
당면한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 틀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 말기에 와서 1기 때와 달리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 오바마 정부가 지난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처럼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배척하는 접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더구나 오바마는 선거과정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대화 의향을 비쳐왔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대화의 급물살을 타고 수교 등 관계정상화 방향으로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헨리 키신저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같은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사들의 대북 특사파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도 한미 군사 공조에 정책적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신문은 부시 정부가 북한과의 일대일 대화를 기피한 반면 오바마 당선자는 유세 기간 내내 “필요할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월스트릿 저널은 오바마의 참모들과 한국 외교관들이 대북 정책에 있어서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Biden) 부통령 당선자가 커다란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5일 휴식을 취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참모 모임을 마친 후 자신의 차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민 개혁 가속…소수계 정계진출 활력
사면등 불체자 구제책 지향
이민정책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포괄적인 이민개혁 법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반 이민정서에 밀려 잔득 움츠려들었던 이민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오바마 당선자가 불체자들이 바라는 대규모 사면과 같은 진보적 이민 개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 등으로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진 현재의 분위기상 불체자 사면과 같은 획기적인 친 이민정책을 내세울 수 없는 상태였다. 3차례의 대통령 토론회와 1차례의 부통령 토론회가 열렸지만 유독 이민정책만은 거론하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정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미국 내 최대 불체자 그룹인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에서만은 ‘이민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해 빠른 시일 내에 포괄 이민 개혁법안에 대한 재추진이 예상되고는 있다.
오바마의 이민정책은 크게 국경 단속강화로 신규 불법 입국자를 차단하고 안으로는 사면과 같은 불체자 구제책을 지향한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케네디-매케인 이민개혁법안’과 ‘국경 담설치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미루어 단속과 구제가 동시에 강행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선거 공약으로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위해 합법적인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국경 강화와 이민국의 취약점을 보강시킴으로써 미국의 이민정책을 새롭게 포괄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 비효율적인 이민정책으로 인한 ‘가족이별 방지’와 ‘H1-B 비자의 보완’을 최우선적으로 다룰 포괄적인 이민정책 개정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한 사업자에 대한 단속의 고삐는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주장해온 대로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벌금을 내도록 한 뒤 영어를 배워서 미국시민이 되는 절차를 밟는 방안 등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행정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민주당이 완전 장악한 연방 의회가 얼마만큼 협조해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포괄적인 이민 개혁 법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이민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권 선서를 마친 한인등 이민자들이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우대책 내놓기 어려울듯
소수계 위상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새 역사의 장이 열리면서 흑인 사회는 물론이고 아시안 등 소수계 커뮤니티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계나 사회 진출을 모색하려는 소수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미국 내 히스패닉과 동양계 등의 고위직 진출 봇물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당장 소수계 우대정책과 같은 특정 그룹에 대한 배려성 정책을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위상이 높아진 것 이외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능력 있는 소수계의 정계 또는 고위직 진출이 사실상 보이지 않은 장벽에 부딪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목격해 온 소수계 커뮤니티로서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위상이 제고된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흑인 대통령이 탄생될 경우 흑인 등 소수계들은 미국 내 인종장벽을 허물 것이라고 기대는 하고 있지만 일부는 오바마가 당선된다고 해도 인종차별 극복 정책을 실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가 당선되면 더 많은 백인 유권자와 정책 결정자들이 ‘이제 인종차별이 정계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을 아니다’고 판단할 것이므로 그가 소수계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흑인사회의 우려는 최근 미국 사회의 논쟁거리인 ‘소수계 우대정책’폐지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나 소수계 우대정책 반대론자들은 흑인 대통령 후보도 나오는 마당에 인종이나 성별, 피부색, 민족, 국적을 기준으로 고용이나 교육 분야에서 소수계에게 백인보다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소수계에 대한 주류사회 진출이 더 까다롭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꿈을 이룬 오바마 당선자만 오바마 진영에서는 인종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소득층 의료혜택 확대
보험·에너지정책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가 예상된다. 의료보험은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오바마는 모친이 1995년 암으로 사망할 당시 치료비 때문에 보험사와 다퉜던 점을 의료보험제도의 난맥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바마는 직장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현재의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을 위한 전국의료보험을 공약했다.
의료보험을 자동차 보험처럼 의무화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의료보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으로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보험사는 과거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의료보험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저소득층에는 세금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모든 아동을 의료보험에 가입시키도록 부모에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편 오바마는 10년 내 중동 석유의존에서 독립하기 위해 1,500억달러를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연료효율이 높은 자동차 개발을 위해 40억달러를 대출하는 한편 이같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7,000달러 상당의 세금혜택을 제공, 향후 6년 내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100만대가 미국 도로에서 달리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불참했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글로벌 에너지 포럼을 창설하고 2050년까지 온실개스 배출량을 80% 감소, 미국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제침체 때문에 이같은 조치가 행정부 초기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관계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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