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올라가면 사망자 인구는 줄어들어
생산부진, 공해수치 낮추고 산업재해도 감소
전체적 교통량도 감소… 윤화피해 격감 요인
집값은 자꾸 떨어진다. 은퇴 기금도 졸아들고 있다. 그러니 은퇴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치솟는 개솔린 비를 절약하기 위해 버스나, 자전거로 출근해야 하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출근할 직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이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경제적 불안정기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몰아치는 시기다. 미국인 10명중 8명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7월 전국의 실업률은 5.7%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7.3%를 마크했다. 경제가 말이 아니다.
병원에 가려고 해도 돈이 없다. 체육관 등록도 건강식품을 살 능력도 모자란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미국 국민의 건강 역시 고통을 받는 게 아닐까. 아마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건강은 나빠질 수 있다. 각종 의료보고서에 따르면 빈곤과 실업은 비만과 상관관계에 있고, 또 당뇨병에서, 천식, 심장질환 증가와도 일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는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개인의 건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큰 그림으로 볼 때, 다시 말해 전체 사회의 건강이란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경제가 나빠진다. 그러면 교통사고가 준다. 산업재해 발생도 줄고 비만율이 감소된다. 술 소비도 줄고 담배도 덜 팔린다. 이런 통계들을 종합할 때 나오는 결론은 불경기가 전체적으로 공중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사망자 수가 준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럼의 말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경제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릴 때 공중의 건강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이다.
불경기가 좋다는 주장은 아니다. 불경기 때 항상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는 올라가는 실업률에, 재정파탄 등의 뉴스다. 이런 뉴스들은 직장을 잃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준다.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뉴스들은 또 분노, 불안감, 디프레션 등을 야기한다. 심지어 임신부의 유산율까지 높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걱정하면서도 불경기에는 담배를 덜 피고, 술도 덜 마시고, 또 운전도 덜하고 있어 그 결과 심장질환이나 간질환 발병률을 줄이고, 또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담배나, 술과 관련된 소비를 크게 줄인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인플레이션과 정체된 소득으로 인해 이 같은 부문의 지출을 억제한다.
암 같은 질병에 따른 사망자 수는 경제적 부침과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암이 발전돼 환자가 사망하기까지는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불경기, 호경기 영향은 별로 받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연구조사의 지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가 안 좋을 때 사망 수는 줄었다는 게 럼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23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조사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실업률의 1%포인트 상승은 25~44세 연령그룹의 사망자수는 2,900명, 또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는 4,900명이 각각 감소되는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계산된다는 것. 말하자면 젊은 층의 경우 2%, 노년층의 경우는 0.3%의 사망감소의 효과가 각각 있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사망원인 중 빈도가 높은 것의 하나가 교통사고다. 그런데 불황 경제는 전반적인 교통량 감소를 가져와 젊은 층 사망 감소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럼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예컨대 술이나, 담배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질병의 발병률도 불경기에는 줄고 있는 것으로 그는 밝히고 있다.
심장질환이 바로 그 예다. 그는 1979년에서 1998년 사이 실업률이 높았던 기간과 낮았던 기간을 대비해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1% 포인트 줄 때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0.75% 포인트 는 것으로 밝혔다.
실업률이 오르면 왜 사망이 감소하나. 럼 교수가 제시하는 이론의 한 가지는 이렇다. 경제가 안 좋고, 실업률이 높다는 건 공장연기 등에 의한 공해가 그만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심장마비발생 감소라는 단기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미국심장협회는 실제로 1 입방미터의 대기에 10마이크로그램의 공해물질이 증가할 때 심장마비 발생률은 3.4% 높아지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공해에 따른 심장마비 발병 가능성은 노년층에서 높지만 당뇨, 고혈압, 비만증세 등을 보이고 있는 젊은 층의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도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덜 마시고, 덜 핀다’
변한 ‘라이프스타일’
건강 증진에 큰 도움
불경기에는 교통사고가 준다. 일하는 사람이 그만큼 줄어서다. 럼 교수에 따르면 직업을 갖는 사람이 1% 늘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은 2.1%가 는다는 것이다.
개솔린 값이 오르면서 미국인의 운전 량도 감소, 올 3월 전체적으로 미국인들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의 운전 량 감소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건 교통사고 감소로, 그만큼 사망률도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불경기에는 술 소비도 준다. 이 역시 전체적인 공중의 건강증진에 도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평소 술 소비가 높던 사람들은 불경기에는 마시는 양이 크게 줄고 있다. 또 적게 마시던 사람들은 더 철저히 절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경제적 스트레스로 사람들은 더 많이 술을 마실 것이라는 게 일반적 생각이지만 돈 걱정 때문에 덜 마셔 술 소비는 전반적으로 준다는 게 럼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고 불경기를 맞으면 적지 않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는 건강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담배 소비가 줄고 있는 게 그 단적인 예의 하나다.
헤비 스모커였던 사람이 담배를 줄인다. 경제적 부담에서다. 그리고 담배 대신 운동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으면서 체중감소 현상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불경기를 맞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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