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올림픽 앞두고 중국 정부 웹 검열 강화
온갖 기법 동원, ‘불순’ 단어·사이트 차단
인터넷 인구 폭증 속 규제 날로 심해져
해외 ‘핵티비스트’들 방화벽 돌파 고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박해’(persecution)라는 단어를 찾을 경우 그 사용자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글귀가 뜬 빈 화면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티베트 독립’이라든가 ‘민주화 운동’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기괴하면서도 질식시킬 것 같은, 그러면서 가끔은 위험하기도 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의 소산이다. 베이징의 공산주의 정부는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인터넷 상에서 무엇을 볼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통제를 가하고 있다.
스스로를 ‘핵티비스트’(hacktivist)라 지칭하는 일단의 외부 해커들은 이런 통제를 뚫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빌 시아도 그 중 하나.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등 온갖 전략을 동원해 중국 국민들이 정부가 설치해 놓은 ‘방화용 만리장성’(Great Firewall)을 뚫고 인권과 티베트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아는 자신이 하는 일을 히트 한 사이언스 픽션 영화인 ‘매트릭스’에 빗대 중국인들이 현실을 볼 수 있도록 웹서퍼들에게 ‘빨간 알약’(red pill)을 주는 것이 비유한다. 시아는 중국 정부와 싸우는데 밤을 지새운다. 중국 정부는 검열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 시아는 “그들은 대단히 영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유튜브와 위성 TV시대에 정부가 인터넷을 검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서방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도 쿠바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같은 전제국가들은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해 첨단기술을 동원해 검열을 실시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검열기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방침은 줄타기와 같다. 아예 일반 국민들의 인터넷 접근을 불허하는 북한과 달리 중국 정부는 근대 경제건설을 위해 인터넷 사용을 장려한다. 올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3월말 현재 2억3,300만명으로 처음으로 미국 사용자 수를 넘어 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반정부 활동을 용인하지 않으며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다양한 의견을 우려한다. 지난 달 티베트 사태와 이어 벌어진 성화 봉송 충돌 이후 중국 정부는 웹 검열을 한층 강화했다.
중국 정부가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중국 내에서 ‘미국의 소리’ 같은 웹사이트 접근을 금지시키고 민감한 단어와 문장을 포함한 글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한 예로 최근 USA 투데이지에 실렸던 티베트 관련 기사도 봉쇄돼 있다. 그 외 다른 통제방식은 한층 더 단도직입적이다.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어 웹사이트 ‘Boxun.com’에 기사를 썼던 에이즈 활동가 후 지아는 이 때문에 최근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수감돼 있는 사이버 반체제 인사는 최소 48명에 달한다. 중국 정보산업부 등 관계기관 인사들은 검열에 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과거에는 포르노와 테러리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가 내세운 이유였다.
외국에 거주하는 ‘핵티비스트’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프린스턴에서 교육 받은 컴퓨터 전문가 피터 리는 2년 전 애틀랜타 교외 자신의 집에서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다. 벨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 주자 한국어와 중국어를 하는 3명의 남자가 뛰어 들어와 그를 때리고 묶은 다음 집안의 컴퓨터와 관련 자료들을 챙겨 도주했다. 다른 귀중품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경찰과 연방수사국은 아직 용의자를 찾지 못한 상태. 피터 리는 이것을 자신의 입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보 차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이런 것들이다.
■병목 만들기-서방에서는 인터넷이 정보의 체증을 막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됐지만 중국 정부는 들어오고 나가는 정보를 쉽게 모니터할 수 있도록 오히려 병목을 만들어놓고 있다.
■반체제 자료 접근 탐색-경찰견이 냄새로 마약을 찾아내듯 인터넷 상에 ‘패킷 탐지기’와 특수 라우터를 설치해 의심스런 웹사이트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시켜 버린다.
■자가 검열 요구-중국 정부는 상업용 웹사이트들에 대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수상한 것이 뜨면 정부는 웹사이트 매니저들에게 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30분 내에 시정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선전물 동원-중국 남부도시 인터넷 사용자들 모니터에는 카툰으로 된 남녀 사이버 경찰관이 뜬다. 사이버 경찰관들은 사용자들에게 그들이 감시 받고 있음을 수시로 상기시킨다.
■외부 도움-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에 미국 기업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시스코는 중국 정부의 초기 검열에 사용된 오리지널 라우터들을 납품했다.
중국 정부 터부 용어들
중국 정부가 터부시 하는 수백 개 단어 중 몇 개를 들면 다음과 같다.
*팔룬공-불교와 도교를 혼합한 영적인 운동인 팔룬공은 반체제라고 해 지난 1999년부터 금지돼 있다.
*마인 캄프-종종 히틀러의 전제정권에 비교되는 중국 정부는 그래서 히틀러에 대한 언급에 대단히 민감하다. ‘마인 캄프’(나의 투쟁)는 히틀러의 자서전.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이 라디오 방송은 민주주의 확산하는데 노력한다.
*반부패 포럼-부패와 관련 모든 언급은 엄격한 주시 대상이다.
*중국 중앙 선전부-중국 정부는 모든 메시지가 선전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굶주린 유령(hungry ghost)-중국 정부는 일부 지방에 기아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원치 않고 있다.
*89-이 숫자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지칭한다.
*타이완 독립-타이완이 중국의 한 지방이라는 중국 정부 입장에 배치된다.
*노인통치(gerontocracy)-반체제 인사들은 중국 지배층이 너무 늙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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