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29) 씨를 탄생시키기 위해 그동안 한국 정부와 과학계는 혼연일체가 됐다.
이러한 결실은 수천 km 떨어진 모스크바를 수없이 오가며 교섭하고 지원하는 등 국내외 곳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숨은 일꾼들의 덕택이다.
특히 지난 2002년 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한.러 외교 관계의 디딤돌 역할을 한 정태익(65) 전(前) 주러 대사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정 전 대사는 모스크바 부임 직후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우주 과학 분야에 열정을 갖고 있는 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러시아는 이미 1960년대에 `과학도시’를 만들는 등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초 유인 우주선 스푸트니크호도 그렇게 탄생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국을 자극, 우주경쟁 시대에 불을 붙였다.
정 전 대사는 다른 과학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우주 항공 분야에선 뒤떨어진 우리 과학계에 자극을 주고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끌 만한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방편의 하나로 `우주 영웅’ 즉 한국 최초 우주인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당시 한국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과학계 전반에 위기가 찾아온 상황이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정 전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주 영웅을 만들려면 러시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전 대사는 곧바로 연방 우주청 등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접촉하기 시작했다. 우주인 배출 사업을 포함한 러시아와 우주 협력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는 처음에는 러시아 측이 달가워 하지 않았다. 자국의 우수한 항공우주기술이 유출될 것을 두려워 하는 눈치도 보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러시아 당국은 그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 전 대사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우주 산업은 극심한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결국 오케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으로 한국 정부에는 러시아와의 우주 협력의 시급함을 역설했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한국 정부도 이때부터 우주인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물론 개인이 돈을 주고 우주 관광을 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이미 34개국이 우주를 다녀간 마당에 우주인 배출 사업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공계 위기 타계와 과학 대중화를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드디어 2003년 5월 한.러 양국은 우주기술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추진한 최초의 양자 간 우주기술협정이었다.
그리고 2004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우주기술협정을 체결, 러시아의 앞선 우주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 전 대사는 우주 산업은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러시아와 우주과학 협력 교류는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자체 우주 발사체로 우주인을 보내고 있다며 후진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인 만큼 한국도 우주 산업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사는 물론 저도 우주인 사업에 밀알이 되기 했지만 그 과정에서 힘을 실어주었던 분들, 그리고 그 이후 우주인을 성공적으로 우주로 갈 수 있도록 애쓰신 분들의 공(功)이 나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 손으로 발사체를 쏟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연 양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그의 성공이 한국 과학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유라시아 포럼 대표 및 한.러 친선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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