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과상들이 부단한 변신 노력을 통해 장기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22일 찾은 브롱스 헌츠포인트 새벽 청과도매시장 모습.
‘위기를 기회로’부단히 변신중
22일 새벽 6시 브롱스 헌츠포인트에 위치한 청과물 도매시장. 화씨 20도대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뉴욕 일원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이미 도매상 진열대 앞을 오가며 ‘샤핑’에 여념이 없다. 밤을 꼬박 새며 각지에서 달려 온 트럭들은 하역장을 빼곡히 점령한 채 상가 인력들이 싣는 물건을 빠르게 삼키고 있다.
뉴저지 웨인에서 청과 도매상을 운영하는 이 모 사장은 불황이 수 년 째 이어지면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러 시장에 나오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수년간 불경기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과업계이지만 새벽을 여는 상인들의 얼굴 표정에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가 아로새겨 지고 있었다.
■겨울새벽같은 체감경기
경기가 여전히 바닥 상태여서 그런 지 도매시장을 나온 한인 상인들
의 한숨은 깊게만 느껴졌다. 웨스트체스터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예전에는 그다지 청과물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았던 대형 수퍼마켓들이 너도 나도 앞다퉈 대규모로 청과물을 취급하고 있는데다 지역마다 렌트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상인들이 실제 느끼는 불황은 몇 배 더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실제 맨하탄 일대와 퀸즈, 뉴저지 등 대형 상권이 형성돼 있는 지역의 한인 청과상들 경우 대형 식료품점들의 잠식으로 급격한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치솟는 렌트급등으로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 여기에 ‘박리다매’를 무기로 한 중국계, 인도계, 아랍계 등 타민족 상인들의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한인 상인들의 비즈니스 환경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970년대 말 이후 한인경제의 든든한 기반 역할을 해 온 한
인 청과상들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뒷걸음치며 현재 5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10년가량 브루클린에서 업소를 운영해 왔다는 최 모 사장은 한인 청과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 새벽과 같다”고 전했다.
■새 희망을 위한 부단한 변신 노력
하지만 한켠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려는 한인 상인들의 변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고객중심 비즈니스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품목 다변화 등을 통해 원스탑 샤핑공간으로 전환시키거나 대형 마켓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유기농 식품까지 취급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는 것.
아울러 최근 바잉파워 제고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개선을 위해 일부 업소들을 중심으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기자와 상가 방문 취재를 동행한 박광철 뉴욕한인청과협회장은 최근 생선, 정육, 생활용품 섹션을 별도로 신설하거나 유기농 식품을 취급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변신을 모색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하고 ”불경기가 오히려 기존 영업형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와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불황타개를 위한 청과인들의 자기변신 노력은 미래 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고 힘주어 덧붙였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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