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0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그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하나의 주먹처럼 단결돼 있으며 서로 합세해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겠다고도 했다.
자신의 공언처럼 차베스가 이란의 도움 또는 그것과 상관없이 유가를 200달러까지 밀어올릴 힘이 있는가? 지난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의견란에 났던 것처럼 차베스가 세계를 경기후퇴로 몰고갈 능력이 있는가?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대한 4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일각에서는 고유가가 경기후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차베스 혼자만의 힘으로는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들의 분석이라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23일 보도했다.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의 절반이 수출되는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수출 대상국을 물색한다 해도 당장 이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컨설팅 그룹인 PFC 에너지의 로저 티소트 국장(라틴아메리카 담당)은 두 나라 사이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의존도보다 베네수엘라의 대미 의존도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차베스는 지난 주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린 OPEC(석유수출국기구) 정상회의에서 아마디네자드와 함께 원유 결제 수단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을 거듭 압박했다.
정상회의 이후 방문한 이란에서는 신의 뜻 대로 달러화의 추락과 함께 제 정신이 아닌 미 제국주의도 망하게 될 것이라는 독설도 퍼부었다. 하지만 차베스의 행보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에 의해 제지당했다. 압둘라 국왕이 석유가 분쟁이나 감정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은 것.
차베스가 OPEC 정상회의에서 했던 격한 발언들은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 대미 석유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종종 위협해 왔다. 그러나 차베스의 발언은 격정적이긴 하지만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싱턴 소재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대니얼 에릭슨은 그(차베스)는 지금도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팔고 있다면서 기술적 또는 물류적 차원에서 미국을 다른 시장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리적으로 훨씬 멀리 떨어진 국가에 원유를 팔려면 비용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처리할 수 있는 정유소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와 관련해 에릭슨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원유를 파는 것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티소트 국장도 에릭슨의 의견에 공감했다. 지난 2002-2003년 베네수엘라의 석유파업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심하게 타격받았지만 미국 경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베네수엘라가 원유의 대미 수출을 중단한다 해도 미국은 다른 공급국으로 대체할 수 있고 이 경우 오히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긴장관계가 해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 티소트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중앙대학의 라파엘 퀴로스 세라노 교수(경제학)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높다면서 미국이 다른 공급국을 찾는 것보다는 베네수엘라가 다른 수입국을 찾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고 CSM은 전했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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