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는 극과 극의 사회이다. 부유한 엘리트 계층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첨단 테크놀로지와 부를 누리는 반면 그 반대편의 빈곤층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빈곤과 무지 속에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 부유층과 빈곤층을 온라인으로 불러들여 서로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인도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의 구인구직 사이트 바바잡에 국제적 관심
일자리 찾는 빈민층, 일할 사람 찾는 부유층
네트웍으로 연결, 가난의 무게 덜려는 시도
<하루 2-3 달러 벌이의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위협받는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 그들을 부유층과 연결시켜 일자리를 얻게 함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나게 도우려는 웹사이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도의 반갈로어에 사는 마노하르 라크쉬미파티는 컴퓨터가 없다. 페인트 공인 마노하르 같은 막노동자는 인도에서 고객의 컴퓨터를 만져보는 것조차 금지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그가 번듯한 사무실의 컴퓨터 앞 회전의자에 앉아 그 회사 직원에게 생일이며 전화번호, 근무 경력 등을 일러 주자니 얼떨떨했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한 남자가 그의 사진을 찍고, 마우스를 한번 클릭하니 다음 순간 마노하르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웹에 떠올랐다.
인도에서 각광 받고 있는 구직·구인 웹사이트 바바잡(babajob.com)이다.
바바잡은 요즘 인기 있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같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네트워킹 사이트이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이트인데 특이한 점이 있다면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 빈민층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웃 소싱 붐의 일환으로 근년 인도에는 첨단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이 많이 파견돼 일을 하고 있다. 바바잡을 창설한 션 블랙스베트(31)도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워싱턴, 레드몬드의 본사에서 일을 하다가 3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인도 지부 개설을 위해 반갈로어로 왔다. 그에게 미국의 레드몬드와 인도의 반갈로어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일 자체는 미국 본사에서 하던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퇴근해서 사무실만 나가면 인도에서의 삶과 레드몬드에서의 삶은 너무 다르다. 인도에서는 하인과 일하는 사람들을 여럿 거느리고 살고, 그런가 하면 신문에는 영양실조와 문맹에 관한 기사들이 끊임없이 실린다. “레드몬드에서는 7살짜리가 길에서 구걸하는 것을 보지 못 합니다. 인도에서는 내가 정말이지 복이 많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너는 무엇을 하겠는가? 네가 가진 이 모든 기술들을 어떻게 쓰겠는가? 하고 스스로 묻게 되지요”
자신이 갖춘 일급 컴퓨터 기술로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이다.
한편 마이크로 소프트로 보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로 인도에서 수익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 타개책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저소득층을 방대한 잠재적 수요로 판단하고 직원들의 사회봉사를 적극 격려하고 있었다.
블랙스베트가 맡은 연구 프로젝트는 가난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그때 만난 듀크 대학의 한 경제학자의 말이 그에게 벼락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인도에서 가난한 막노동 일꾼들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보다 나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일자리를 찾을 커넥션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은 일거리를 못 찾아 절절 매는 반면 돈 많은 소프트웨어 부자들은 하녀와 요리사를 구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었다.
블랙스베트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여름 전 동료와 함께 구인구직 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 사회의 밑바닥 단순 노동자들과 여피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웹사이트, 바바잡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당 2-3 달러 버는 단순 노동자들에게 컴퓨터는 대부분 구경도 못해본 것이었다. 한편 하녀나 정원사를 찾는 고용주로 보면 어디서 뭘 하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고용해 집안에 들이는 것이 찜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구직 희망자를 웹에 올리면 수고비를 주는 것이다. 자선 단체이던 인터넷 카페 주인이든 일자리 구하는 사람을 찾아 사이트에 올리면 수고비를 준다. 그리고 일할 사람을 구하는 고용주가 마음을 놓게 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인도인들이 사람을 찾는 방법을 차용했다. 즉 아는 사람을 통해 물어물어 사람을 구하는 방식이다.
인도에서 운전기사가 필요하면 친구에게 묻고, 그 친구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물어 사람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연결되니 서로 믿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다이내믹을 온라인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바바잡은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들에게도 수고비를 준다. 하인이나 정원사, 운전기사 등 일할 사람을 찾으면 고용주가 수수료를 내고, 그 중 일부를 떼어 중간 소개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현재 바바잡에 등록된 구직 희망자들은 2,000명이 넘는다. 하루 몇 달러를 벌어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려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바바잡은 이들에게 희망의 창구가 되고 있다.
인도는 첨단 기술의 실험실
세계 테크놀로지가 인도로 모이고 있다. 많은 첨단 기업들이 인건비가 싸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도로 회사를 확장하는 추세이다.
크레딧 카드 청구서나 전화요금에 의문이 있어 문의 전화를 하다 보면 뭔가 이상할 때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문의를 하면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들도 당연히 캘리포니아에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로 인도에서 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인도 아웃소싱 붐은 오랜 가난의 역사를 가진 그곳에 경제적 부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현대 테크놀로지의 편리함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들을 시험해보는 실험실로 인도가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노키아는 초 절약형의 값싼 휴대 전화 중 많은 수를 인도에서 개발, 시험했다. 시티뱅크가 지문을 인식하는 특수 현금인출기를 처음 시험 가동해 본 곳도 인도였다. 빈민지역 거주자들이 비밀 번호 외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착안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지구적으로 진행 중인 빈민층을 위한 테크놀로지 연구 작업의 주된 센터 중 하나를 인도에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문맹인 컴퓨터 사용자들을 위해 글을 읽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 같은 것이다.
빈곤과 무지가 영감이 되어 착안된 테크놀로지들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인 바바잡은 테크놀로지와 빈곤을 접목시켜 사회 하급계층의 삶을 개선하려는 대표적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