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대학 정치학 교수였던 H. 라스웰은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환경 감시기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각 부문 상호 조정기능, 문화 전달기능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여기에 다른 학자들이 오락기능과 광고기능을 추가하여 5가지 기능이 있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들을 수행하는데 있어 정확성과 객관성, 그리고 공정성 및 균형성 등에 있어서 완벽할 수 없으며 때로는 역기능이 초래되기도 한다. 특히 환경 감시기능, 즉 알기 쉽게 말해 비판기능에 있어서 정부와 언론 간에는 정부의 비밀주의와 언론의 공개주의 간에 마찰로 생기는 갈등이 심하다.
즉 일반적으로 정부는 크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국익을 위해 국민이 꼭 알아야 할 것만을 공개하려는 반면에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되도록 많은 정보를 공개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들이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추돌하는 격이다. 학술적인 용어로 ‘비판적 안전거리’라고 하는데 매사마다 ‘비판적 안전거리’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수십 년 동안 독재적 성격이 다분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매수와 협박 등 2가지 방법으로 언론을 회유하거나 위협한다면 언론의 감시기능은 마비되고 민주정치는 또다시 쇠퇴할 것이다.
언론 세계사를 볼 때 자유주의 이론은 영국과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195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언론의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책임지는 자유에 입각한 언론보도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반면에 언론을 힘으로 통제한 권위주의 체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멸망했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언론과 정치권력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서양 지성인들이 정곡을 찌르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언론의 길이 세상에 있어야 함은 마치 사람의 몸에 혈기가 있음과 같다. 혈기가 잠깐만 그치어 순환되지 않아도 온 몸에 병이 생겨 마음이 편안하지 못할 것이요, 언론의 길이 막혀 하루만 통하지 않아도 사방에 폐단이 생겨 임금이 편안치 못하다.”(신숙주)
“언론의 길이 통하고 막힘이 나라 다스림에 가장 관계가 깊으니, 이것이 통하면 다스려져 편안하고, 이것이 막히면 어지러워져 망한다.”(조광조)
“위정자들에게는 대언론 규제야 말로 가장 어렵고 위험하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미국 2대 대통령 존 아담스)
“우리 정부의 기초는 국민의 의견이기 때문에, 바로 제1의 목적은 그 권리를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신문 없는 정부를 가질 것이냐, 아니면 정부 없는 신문을 가질 것이냐를 내게 결정하라면 나는 후자를 택하는데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결론적으로 집권자의 권위주의적 이론에 입각한 대언론 정책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기에 인간이 자가 수정적 과정(self righting process)을 통해 정보의 자유시장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이성적이고 지성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언론의 자율에 맡겨야 하며, 취재원인 기자실을 통폐합하여 언론창구를 축소하려는 감정적이고 적대적 대언론 정책을 중지하고 보다 차원이 높은 대언론 정책으로 정권의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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