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미국의 교육을 뒤흔들 무렵, 한 화학교수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화학물질을 뒤섞는 실험용 컵으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이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떻게? 물질 용해를 실험하는 시험과 수천 개를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모두 촬영했다. 이를 인터넷에 올렸다. 시뮬레이션 실험실을 만든 것이다. 가상 실험실이다. 그 후 수년이 흘렀다. 이젠 고교생들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화학공부를 할 수 있다.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전 같으면 실험비용과 위험성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으나 이젠 인터넷으로 하니 걱정할 게 없다. 전국적으로 약 15만명의 고교생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몇몇 학생들은 30분 만에 폭발물을 인터넷상에서 만들어 폭발실험에 성공하기도 한다.
인터넷 가상 실험실에서 폭발물도 30분 만에 ‘뚝딱’
저소득층·변두리 지역 학생들 과학 공부의 필요수단
온라인 과학강좌 등록한 공립교 학생 전국 6만 여명
화학, 생물 등 AP클래스 인정 여부 놓고 뜨거운 공방
대학위원회“인터넷 실험으로 실제 실험 대체 어렵다”
온라인 교육자들“등록학생 AP성적 전국평균보다 높다”
그런데 대학위원회(college board)에서 인터넷 실험실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재래식 실험실에서의 작업을 인터넷에 옮겨놓았을 때 그만한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진정한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우선, 대학위원회는 인터넷으로 운영되는 AP클래스의 교과 과정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지시했다. 대학 교수들은 인터넷 실험이 실제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 자신도 인터넷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실험실에서 공부한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학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실제 대학 신입생이 실험실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 없이 2학년 과학 강의를 듣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온라인 실험을 지지하는 교육자들은 교육위원회와 일반인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온라인 실험이 효과적이고 학생들의 AP 성적도 양호하며, 특히 온라인 실험은 저소득층 주거지역의 학생들이나 변두리 지역의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교육은 10년 전 만 해도 초중등 교육과정에는 상상초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50만명이 각종 온라인 강좌에 등록한 상태이다.
25개 주에서 공립 온라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플로리다 버추얼 스쿨은 학생이 4만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매서추세츠 주 매이나드의 비영리 학교 버추얼 하이 스쿨은 전국 30개 주와 여러 나라에서 등록한 학생이 7,600명이다. 온라인 과학 강좌에 등록한 공립교 학생은 미국에서만 6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교육이 증가함에 따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교육은 재정과 관련해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일반 학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대학위원회의 눈초리만큼 사납지는 않다.
대학위원회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지난 4월 실제 실험실을 갖추지 않은 온라인 강좌로는 AP클래스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온라인 교육에겐 타격이다. 가상 실험으로는 실제 실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온라인 교육관계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그러자 대학위원회가 지난 6월 한발 물러섰다. 온라인 교육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후속조치로 대학위원회는 온라인 강좌가 AP 클래스로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생물, 화학, 물리 교수들과 온라인 교육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온라인 강좌가 AP클래스 크레딧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지 여부가 결정된다.
만일 인정된다면 전국 고등학교는 온라인 강좌에 학생들이 등록해 공부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조사위원회의 분위기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가상 실험으로는 실제 실험실에서 행해지는 교육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교육자들은 온라인 과학강좌 수강생들의 AP 점수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온라인 강좌의 교육적 가치를 주장했다. 2005년 AP 생물 시험 결과에 따르면 총 5점 가운데 크레딧이 인정되는 ‘3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전국적으로 61%로 나타났다.
그런데 플로리다 버추얼 스쿨과 버추얼 하이 스쿨을 통해 AP생물 시험을 본 학생 가운데 ‘3점 이상’을 받은 비율은 각각 71%와 80%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왔으니 온라인 과학강좌를 정식 AP강좌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아무튼 조사위원회의 최종결정만 남았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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