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비난하고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11일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투표를 마친 뒤 아랍국가들의 지원을 받은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대해 균형이 잡혀있지 않고,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면서 결의안은 최근 가자지구 사태를 공평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의 대의명분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 배경을 밝혔다.
투표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0개국은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 덴마크, 일본,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은 기권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이 올들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반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7월 카타르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공격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에도 이를 거부했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아침 가자지구 북부 마을인 베이트 하눈을 탱크로 포격, 잠자던 어린이 7명과 여성 4명을 포함한 19명이 숨지고 40여명을 다치게 함으로써 국제적인 공분을 샀다.
카타르가 아랍과 비동맹권의 지지 속에서 안보리에 제출했던 이번 결의안은 이번 공격을 비난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에는 대(對)이스라엘 로켓공격 등 폭력행위 중단 조치, 이스라엘에는 가자지구로부터의 신속한 철군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팔레스타인 정파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시했다고 AP,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고 있는 하마스 정권의 가지 하마드 대변인은 미국이 이번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더 많은 학살도 허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동의 인권신장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에게는 치욕이라고 비난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나빌 아부 라이나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국의) 반대를 비난한다며 미국의 반대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도록 이스라엘을 고무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강경 무장단체인 인민저항위원회(PRC)는 시오니스트(이스라엘)와 미국은 같은 사건의 두 얼굴로서, 우리 땅의 점령자들인 만큼 같은 방식으로 취급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번 결과에 책임져야만 한다며 보복을 암시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미국의) 반대는 분노만 키워놓을 것이라며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거부권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설명되기 어렵다고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마크 레제브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상정된 결의안은 일방적이고 평화논의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안보리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은 잘된 일이라고 환영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아비 파즈너도 미국의 반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라며 결의안은 베이트 하눈에서 일어난 일이 비극적인 실수였다는 점을 명문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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