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철 <재정 컨설턴트·법학박사>
온실 속 은행권 ‘맴맴’…증권·보험 ‘약진’
미국에서도‘돼지 저금통’시대가 있었다. 지금의 중·노년 미국인들이 어린이였던 시절. 그 즈음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용돈 등을 꼬박꼬박 모으는 것이 미덕이었다.
시대는 변했고, 사회는 진화했다. 이제는 그 같은 돼지저금통을 나눠주는 은행도 거의 없다. 실제로 아이들이 고사리 손에 자신들의 저축금을 들고 찾아와도 은행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다. 저축액에 비해 계좌관리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타산적 이유에서이다. 통장이란 것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금융권내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은행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선 은행을 제1금융권, 증권·보험·종금 등 기타 기관을 제2금융권이라고 구분해왔다.
그러나, 이른바 제2금융권의 진화과정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은행권의 저축·수표계좌 및 CD에 대항해, 머니마켓 펀드와 이에 연계된 수표 발행, 고정 이자식 연금상품 등이 제자리를 잡았고 신용카드 제공 역시 현실화됐다. 또, 자신들의 고유영역에서도 뮤추얼펀드 활성화 및 각종 투자성 연금·절세 상품, 투자성 생명보험 등을 개발하는 한편 수수료를 크게 낮추면서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는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은행권은 특별한 경영혁신이나 상품개발 보다는 주로 인건비 절감이나 고객에 대한 각종 추가 수수료 부과로 예대마진 감소 등의 수익구조 악화에 안이하게 대처하려 했다.
심지어 이제는 텃밭인 모기지 융자에 있어서까지 모기지 전문업체들에게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는 형편이지만 체질 개선의 조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일부 대형은행들이 최근 투자·보험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으나 실제 어설픈 상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인계 또는 한국계 은행의 경우는 더욱 근시안적인 모습을 보여서, M&A등으로 손쉽게 한 몫 잡을 기회만 엿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최소한의 ‘전문인력’ 개발만 전제된다면 금융권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은행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신뢰하고 있고 저축·수표 계좌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슈퍼마켓’체제의 무한경쟁이 펼쳐질 21세기엔, 지난 세기의 유물인 독과점 체제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따라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될 가장 강력한 변수는 ‘부단한 자기혁신’ 뿐 일 것이다. 문의:(201)7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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