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함유량이 콜라의 세배에 달하는 에너지 드링크를 술과 섞어 마시는 것은 술만 만시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젊은이들‘레드불+보트카’칵테일 등 즐겨 마셔
카페인 함량 콜라의 3배…“아직 덜 취했다”느껴
결국 음주운전·과음으로 이어져 각종 사고 유발
술자리에서는 종종‘폭탄주’가 몇 순배씩 돌아간다. 독특한 술자리 문화로 유명한 한국인들의 경우 소주와 맥주, 혹은 양주와 맥주를 혼합해 마시기를 즐긴다. 이름은 조금 살벌하게 들릴지 몰라도 폭탄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호평’을 받고 있다. 최소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반면 서양인들은 폭탄주보다는 칵테일을 즐긴다. 도수가 높은 술과 낮은 술을 혼합한 폭탄주와 달리 칵테일은 보드카, 위스키 등 순도가 높은 증류주를 부드러운 소프트드링크와 섞어 만든다.
요즘 미국의 젊은이들과 중년층은 탄산음료, 그 중에서도 특히 카페인 농도가 짙은 에너지 드링크 ‘레드 불’과 보드카를 섞어 만든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에너지 칵테일의 특징은 카페인에서 나온다.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 함유량은 콜라의 세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를 낸다.
오전 근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직장인들이 카페인이 많은 커피부터 한 잔 때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전까지 탄산음료를 사용하는 칵테일 가운데 럼과 코카콜라가 ‘환상의 짝꿍’으로 꼽혔지만 요즘은 보드카와 에너지 드링크가 대세다.
흔히들 폭탄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반면 탄산수를 보드카 등 증류수와 결합한 칵테일은 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다.
카페인 함유량이 많은 탄산수가 알콜의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그럴 듯한 설명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이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얻기 위해 노던 켄터키 대학의 과학자들은 21세에서 33세 사이의 대학생 지원자 56명을 모집한 뒤 이들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직접 실험을 해보았다.
각 개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술과 에너지 드링크, 이들을 혼합한 칵테일, 그리고 알콜이나 에너지 드링크 성분이 전혀 없는 가짜 알콜 음료, 즉 플라시보를 제공했다.
이들에게 나누어준 음료들은 모두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의 맛과 냄새를 내도록 ‘손질’됐기 때문에 참여자는 자신이 마신 음료가 무엇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음료를 마신 후 그들이 느끼는 자극, 진정, 장애의 정도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개개인의 주어진 업무 수행력과 취기의 정도, 충동억제력 등도 관찰했다.
그 결과 알콜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신 학생 전원에게서 충동억제 능력이 느슨해진 것으로 타나났다.
그러나 술과 에너지 드링크의 혼합 칵테일을 마신 학생은 같은 양의 술을 마신 다른 학생에 비해 자신이 덜 취했다고 여겼다. 취기 평가에서 이들은 “아직 덜 망가졌다”는 ‘자가 진단’을 내렸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바로 이것이 에너지 드링크와 술의 짬뽕이 위험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그리 취하지 않았다는 생각 탓에 부득부득 운전대를 잡으려 들기 때문이다.
UCLA 심리학과의 조교수인 세실 마르크진스키는 “이번 연구는 일반적인 술과 에너지 드링크로 만든 칵테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며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드링크에 절대 술과 섞어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부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도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물론 업계의 치열한 반대로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새로운 칵테일을 법으로 금지하면 밥그릇을 빼앗긴 주류업계와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앞서 나온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의 틴에이저들과 청년층의 30~50%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드링크에는 자극성이 특히 강한 구아라나와 같은 원료가 사용된다. 구아라나는 아마존강 유역에서 수확하는 열매다.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은 1년여에 걸친 관련 논문 검토 끝에 2010년 11월 카페인을 함유한 알콜성 음료의 시판을 금지했다.
그러나 바(bar)에서 술과 카페인을 섞어 칵테일을 제조한다든지 파티에서 이를 만들어 마시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알콜 성분이 첨가된 에너지 드링크만이 FDA가 지목한 단속 대상이다.
알콜에 첨가한 카페인은 음주가 불러오는 취기를 눌러주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는 음주에 따른 행동장애의 수준을 바꾸지는 않는다. 단지 행동장애를 인식하는데 변화를 줄 뿐이다. 신체 기능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취했으면서도 취한 기분을 덜 느끼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드링크와 술을 섞어 마신 후 취중운전 등 위험부담이 높은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몸은 흐느적대도 정신이 ‘말짱’하니 “나 아직 안 취했다”며 오판을 하기 십상이다.
술꾼들을 술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드는 것은 몽롱한 취기다. 취기가 밀려오면 이제 슬슬 집에 들어갈 시간이라는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러나 보드카와 에너지 드링크를 혼합한 칵테일을 마신 사람은 상대적으로 취기를 덜 느끼기 때문에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과음의 늪에 빠져들기 쉬운 이유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이 이미 폭음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난 젊은이들의 위험한 운전행위를 부추기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선 새로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는 별도의 여러 조사 결과는 술과 에너지 드링크의 혼합은 폭력,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의 섹스, 성폭행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플로리다 의과대학의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는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이 필름이 끊기는 사태를 막아준다고들 하지만 그건 ‘완전한 사실’이 아니다”며 “카페인의 효과는 뇌의 한쪽 부위에, 알콜의 효과는 다른 쪽 부위에 작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상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은 취기를 덜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 술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독특한 별명까지 갖고 있다. ‘멀쩡하게 취하는 술’(wude-awake drunk)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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