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롱아일랜드 햄턴에 사는 시인의 집에 2026년 4월 13일에 제비가 돌아왔다고 한다. 처마 위에 앉은 제비 사진도 보낸 것을 보니 기쁨에 겨워 소식을 전했으리라.
사진으로나마 올해 처음으로 제비를 보니 반갑다. 한국에서는 제비가 가을에 강남으로 갔다가 이듬해 봄에 돌아왔다. 제비가 간다는 강남은 중국 양자강 하류 남쪽 지방이나 필리핀, 태국, 월남, 호주 북부 등 따뜻한 곳을 의미한다.
요즈음에는 한국에서 도시에서는 제비를 볼 수 없고 농촌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아파트가 많아 처마가 없음으로 집을 짓기 어렵고 땅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으로 덮혀있어 제비의 먹이인 곤충이 없어 생활하기에 어려워진 때문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봄과 여름을 지낸 제비들은 가을인 9월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남쪽(멕시코,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 아르헨티나, 브라질)으로 무리를 지어 편도 약 10000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이듬해 4월에 예전에 둥지를 만들어 살던 장소를 기억하고 디시 찾아온다. 이는 참으로 신기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흥부전에 의하면 흥부가 부상을 당한 제비를 치료하여 낫게 했더니 착한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갖다주어 심었는데 큰 박이 열려 톱으로 썰었더니 금은보화가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심술궂고 탐욕스러운 놀부가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치료하여 보냈더니 놀부에게도 제비가 박씨를 갖다주어 심었다. 큰 박이 열려 톱으로 썰었더니 괴물과 도깨비가 나와 놀부를 마구 때리고 재산을 빼앗아 가고 오물을 쏟아부어 집이 어려워지고 망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길에 앉아 쉬는데 제비가 지면 위를 낮게 힘차게 날아 오기에 내가 손바닥으로 치니 맞고 땅위에 몸이 뒤집혀 잠시 날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고 제비가 다시 날기를 간절히 원했다. 다행스럽게도 제비가 두, 세 발짝 걷더니 다시 날아가 안도의 숨을 내쉰 기억이 새롭다.
중학교 때 한문시간에 서명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처마위에 제비가 마루에 앉아있는 그 집 도령에게 “지지위 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라고 했다.
‘아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니라’ 한문 선생님은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엮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있는 이 문구를 학생들이 잊지 않게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로 재미있게 말씀하셨다.
자신이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면서 많이 아는 체 하고 우기는 일은 정치권력자들만의 행태는 아닐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에 다닐때 학교 후배와 이야기 하던 중에 위의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후배가 선생님이 현재 어느 여고 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하신다며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며 내게 주었다.
미아리 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나뵙고 선물을 드리고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옛날에 금강산 만물상에 올라 기암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니 무서워서 공알 두개가 몸 속으로 쏙 들어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셨다고 하니 크게 웃으셨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에 선생님이 ‘자네 혹시 나한테 부탁할 것 있느냐’ 고 하시기에 나는 아니라며 그저 선생님을 뵙고 싶어 왔다고 하니 흐뭇해 하셨다.
오래 전에 뉴욕에 와서 사는 나는 은사 선생님이 지금 생존해 계시는지 아니면 하늘나라에 가셨는지 모른다. 어디에 계시든지 평안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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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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