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지난 7월 30일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1월 29일, 3월 19일, 5월 7일, 6월 18일에 이은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인하를 기대해온 월가와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실망스런 결정일 수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의 높은 수준을 유지키로 하면서 소비자들은 크레딧카드와 모기지,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 등 매월 페이먼트를 내고 있는 각종 대출에서 여전히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연준은 지난해 9월 18일 무려 2년 반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11월 7일, 12월 18일 각각 0.25%포인트 내리는 등 3회 연속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 이후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완전히 매파 노선으로 돌아섰다.
사실 월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연준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또 기대했었다. 올해 초 월가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올해 많으면 4차례, 최소 2차례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일관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는 이제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많으면 한 차례, 최악의 경우 아예 없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지난달 30일 파월 의장 금리 동결 기자회견 후 연준이 9월 FOMC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확률을 54%로 높여 반영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연준의 올해 FOMC 일정은 9월 16~17일, 10월 28~29일, 12월 9~10일 등 세 차례 남았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의 5회 연속 금리 동결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면서 파월 의장에 대한 사임 압박과 해고 위협도 모자라 인신공격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온갖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또 소신껏 행동하는 파월 의장과 연준의 행보를 보면서 ‘과연 미국이니까 가능하다’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도 1월과 3월, 5월까지 파월 의장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파월 의장은 연준 의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지만 연준 위원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이다. 파월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FOMC의 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연방 의회는 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정책 지속성을 위해 연준 의장의 임기는 4년으로 제한하는 대신 재임명을 가능케 했다. 반면 연준 위원의 임기는 14년이나 된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연준 의원도 함께 사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30일 FOMC에서 위원 12명 중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9명이 금리 동결에 찬성했고, 미셸 보먼·크리스토퍼 월러 위원은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위원은 불참했다.
지난 6월의 경우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연준의 ‘내부 균열’도 감지된다.
연준은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노동시장은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면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여기서 ‘불활실성’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8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시행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은 더 높아졌다. 그렇다고 금리를 너무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면 소비 둔화로 경제가 자칫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은 물가 억제와 경기 침체 방지라는, 각각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 확실해진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입은 고정되고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페이먼트와 이자 비용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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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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