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의 지인이 LA 인근에 ‘라멘’ 식당을 개업했다. 한국식 ‘라면’이 아닌 일본식 ‘라멘’ 식당이다.
이 지인은 일식집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라멘 식당까지 오픈한 것이다. 사실 지난 수년간 미 전국에서 일본식 라멘 식당 붐이 거세게 일면서 이같은 트렌드에 가세해 라멘 식당을 개업하거나 오픈하는 한인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 내 일식 저변 확대 차원에서는 전통적인 스시에 이어 일본식 라멘 식당까지 ‘날개’를 단 셈이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조금 질투심도 느끼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한류 열풍에 따른 ‘K-푸드’ 인기가 급증하면서 라면과 김밥, 떡볶기, 빙수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이 주류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요즘 한인마켓에 가면 한인뿐만 아니라 백인과 히스패닉 등 다양한 민족들이 한국 식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라면을 중심으로 한국 식품의 해외 수출 규모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시장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코나 트레이더조스, 월마트, 랄프스 등 대형 유통 체인에서 한국 식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트레이더조스는 라면과 고추장을 비롯, 파전, 양념 갈비와 불고기, 떡 볶기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으며 냉동 야채김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품귀를 빚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같은 한국 식품 열풍에도 불구하고 전국 외식 업계에서 한식당의 위상은 아직 나약하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5월 ‘미국 내 아시안 식당 분포 현황 보고서’를 공개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미 전국 아시안 식당 수와 국가별 식당 점유율 등을 세분화한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만 짐작하고 있었던 아시안 식당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보고서는 미 전국 78만7,153개 식당을 대상으로 방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중 한식, 일식, 중식 등 아시안 식당은 전체의 12%인 약 9만4,458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전국을 가보면 아시안 식당 중 중식과 일식이 가장 많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식과 일식의 위상이 새삼 확인됐다.
미 전국 아시안 식당 중 중식당은 전체 아시안 식당의 39%, 일식당은 전체의 28%를 차지하며 중·일식당이 전체 아시안 식당의 67%나 차지한다. 미국 내 아시안 식당 3개 중 2개가 중식당 또는 일식당인 것이다.
반면 한식당은 전체의 6%인 약 5,5667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문제는 한식당이 이제는 태국(11%)과 인도(7%), 베트남(7%) 식당에도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식의 경우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인과 중국인, 심지어 백인까지 다양한 민족들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 뿌리가 깊어지고 있다. 중식당은 숫자도 압도적이지만 할리웃 영화에서 중식 테이크아웃을 먹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등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아시안 음식이다.
최근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이 들려준 애기가 충격적이다. 이 업주는 자신의 일식당을 비하하는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고 있는데 주된 내용은 “이 식당은 일식당인데도 일본인이 아닌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일식을 즐기려면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을 가야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들은 “우리 식당은 일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정통 일본 식당이다”는 등의 내용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 한인 업주는 “타인종이 운영하는 일식당을 비하하는 글들이 SNS에 난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이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당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는 없다”며 “냉가슴을 앓고 있지만 결국 음식의 질과 맛으로 승부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한식당 업주들의 단체인 ‘세계한식총연합회’가 한식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 단체에 지원금도 주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등 전 세계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예산도 대폭 늘려야한다. 태국 정부의 경우 미국 내 태국 음식 확대를 위해 예산 배정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근본적으로 미국에서 한식당이 확산하려면 더 많은 한인들이 스시나 라멘 식당 대신 한식당을 오픈하고 번성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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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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