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공격 ‘발칵’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7명 사망
▶ 통상 외교공관은 본토 공격 간주
▶분노의 이란 “대가 치를 것” 공언
▶자제하던 전쟁 전면 나설 가능성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주재하는 이란 영사관이 1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폐허처럼 변해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군이 1일(현지시간)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을 폭격해 이란군 고위 장성이 숨지면서 중동 내 확전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통상 외교 공관 공습은 본토 공격으로 간주된다. 그간 이슬람 시아파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의 축’을 배후에서 이끌어 왔던 이란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실제 충돌할 경우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도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낮 12시 17분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내 이란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 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자헤디 사령관은 이란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2020년 미군에 의해 제거된 이래 사망한 이란군 장성 중 최고위 인사다.
이스라엘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 대변인이 미국 CNN방송에 “폭격 대상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닌,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 군사 건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적법한 군사 표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했다는 사실상 공습 시인이었다.
이란은 보복을 예고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성명에서 “테러와 국제법 위반을 저지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더러운 손이 다시 한번 우리나라 장교들의 피로 물들었다”며 “이 비겁한 범죄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중동 정세는 이란이 실제 보복을 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로 할지에 달렸다.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 내내 전면에 나서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직접 맞붙지 않고 현재 구도를 유지하면서 충분히 중동 내 지위를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이라크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이슬람 시아파 저항의 축을 ‘초승달 벨트’로 연결시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이란군 고위 관계자가 희생된 만큼 우선 친(親)이란 무장 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저항의 축 가운데 가장 강한 세를 갖춘 헤즈볼라는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 범죄는 처벌과 보복 없이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금도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지대 ‘블루 라인’에서 이스라엘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데, 공세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미국도 벼르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공습 다음 날인 2일 테헤란 주재 스위스대사관의 미국 이익대표부 직원을 초치했다.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미국은 주이란 스위스대사관을 공식·비공식 대화 채널로 쓴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엑스(X)에 “시오니스트 정권을 지지하는 미국 정부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미국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다만 미국은 이번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이란에 전달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일 보도했다. 확전 불씨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직접 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 주둔 미군에게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CNN은 “이란영사관 공격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 바깥 지역에서 확전 위험을 가장 크게 고조시킨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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