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드먼 “통화량 줄여야”…정치권은 근본적 치료보다 대증요법에 관심

100달러 지폐 [로이터=사진제공]
40여 년 만에 최악의 물가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에선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이 발표되고 있다.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책이 대표적이다.
플로리다주(州)에서는 지난달 연료와 기저귀 등 필수 품목에 대한 12억 달러(약 1조5천억 원) 규모의 한시적 면세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주지사의 서명까지 받았다.
캔자스주가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작업에 나서자, 인근 오클라호마 주지사도 소비세 폐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일리노이와 테네시주는 각종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을 다루는 책임자가 민주당 소속이냐, 공화당 소속이냐에 상관없이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고물가에 허리가 휘는 주민의 고통을 예산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법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예산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은 오히려 물가 상승의 요인이 돼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증폭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가 대량으로 찍어낸 화폐는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른다'는 주류 경제학계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특정 품목에 면세 조치를 하는 지원 행위는 통화량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당연히 물가를 잡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위험한 질병'이라고 규정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생전 인플레이션의 치료법은 통화량을 줄이는 것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업과 저성장이라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도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고, 저소득층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인플레 치료법에 대해선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각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최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7%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물가상승의 원인 중 하나도 통화량 증가다. 4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한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추경을 반복했고, 정부는 물론이고 광역자치단체와 군 단위의 지자체들까지 나서서 각종 명목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리드먼의 시각에서 보면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에서 벗어난 대증요법일 것이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에 고통 없는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업률과 저성장 등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 치료 기간을 늘리는 등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한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당장의 고통을 줄이는 데만 매달리는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통을 감내하자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은 역시 정치권이 발을 벗고 나서야 할 과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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