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난화로 속살 드러내 100구 이상 매몰 추정 수습위험 유해 그대로 둬

지난 60년간 약 300명의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숨졌고, 100구 이상의 시신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AP /뉴욕타임스]
지구 온난화로 에베레스트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등반 도중 실종되거나 사망한 산악인들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몇 년 전 베테랑 등반가이자 안내인인 카미 리타 셰르파는 에베레스트산 베이스 캠프에서 땅위로 삐죽이 올라온 냉동상태의 뼈를 여러 개 목격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눈 속애 파묻혀 있던 사람의 두개골, 손가락뼈와 다리뼈의 일부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24차례나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아 이 부분의 세계 기록을 작성한 셰르파는 “만년설이 녹아 뼈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유골을 수습하는 것이 우리들의 뉴 노멀이 되었다”고 말했다.
클라이머들과 네팔 정부는 지구 온난화로 산의 빙벽들이 녹는 과정에서 수 십 년 전 숨진 산악인들의 유골과 오래된 등산화, 썩지 않은 온전한 시신 등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네팔 정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에베레스트에는 100구 이상의 시신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수습해야 할지,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진다.
일부 산악인들은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클라이머들은 산의 일부라며 그 상태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발견된 시신들 중 상당수는 보존상태가 대단히 양호하다. 태양빛에 빛이 바랜 파카가 검은 색으로 얼어붙은 얼굴의 윤곽을 그대로 보여준다.
등산 가이드이자 정상을 여섯 번 등정한 젤제 셰르파는 처음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2008년 세 구의 시체를 발견했지만 최근 시즌에는 그보다 최소 두 배나 많은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지난 60년 동안 약 300명의 클라이머들이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망했다. 이들의 주된 사망원인으로는 폭풍, 추락, 고산병 등이 꼽혔다. 이번 시즌의 사망자는 최소 11명으로 사상최대치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산악인들이 무모하게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것을 부분적인 이유로 꼽았다.
현재 네팔 정부는 과다한 산악인들로 인한 정상인근의 병목현상과 정상에서의 일부 무분별한 행동을 막기 위해 등반 자격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팔 등반협회 전 회장인 앙 쳬링 셰르파는 등반 도중에 사망한 전체 산악인 시신 가운데 최소한 3분의 2가 에베레스트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산 정상 인근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작업이다. 얼어붙은 시신의 무게는 300파운드를 웃돈다. 불순한 기상조건 아래 깎아지른 협곡의 크레바스에서 시신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클라이머들에게는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미션’이다.
드러나는 시신들은 에베레스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다 큰 변화의 일부다. 지난 십년간 기후변화는 히말라야 지역 전체의 모양새를 바꿔놓았다.
만년설의 하한선을 보여주는 에베레스트의 설선(snow line)은 1-2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 한때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였던 지역도 본래의 속살을 노출하고 있다.
등반가들도 흔히 피켈로 불리는 아이스 액스를 암벽에 박아 넣는 피톤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과학자들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기말 이전에 히말라야 지역 빙하들의 3분의 1이 녹아버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해수습 작업이 에베레스트 상단부로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상부근의 온도는 보통 화씨 0도(섭씨 영하 18도) 아래로 떨어지고, 산소 농도는 해수면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정도의 고도에 남겨진 유해는 때론 섬뜩한 이정표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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