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금메달을 딴 뒤 눈밭에 태극기를 꽂고 환호하는 신의현. <연합뉴스>
한국 동계패럴림픽의 26년 묵은 금맥을 캔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ㆍ창성건설)은 17일(이하 한국시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물을 글썽였다.
‘눈밭에 태극기를 꽂고 애국가를 들려드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 전날 지켰다는 안도감에 눈시울이 불거졌다.
11일 크로스컨트리 12.5㎞에서 한국 노르딕스키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아쉬워했던 그는 17일 크로스컨트리 7.5㎞에서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 처음 선수단을 파견한 이후 26년 만에 처음 나온 금메달이자 개인 종목 ‘5전6기’로 60.8㎞를 달린 끝에 ‘금빛 역주’를 장식했다. 신의현은 “역사를 쓴 것보다 (동메달 획득 후) 애국가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약속을 지키는 남자가 됐다”고 안도했다.
2015년 8월 창성건설이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하며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그는 1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4X2.5㎞ 오픈 계주 경기에서 이정민, 권상현과 호흡을 맞춰 24분55초7의 기록으로 전체 12개 팀 중 8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로써 2년 7개월간 평창패럴림픽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2.23㎞를 추가로 달려 이번 대회에서만 총 63.03㎞의 설원을 누볐고,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로 돈방석에도 앉았다. 배동현 선수단장은 대회 전 개인전 금메달 1억원,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따라서 1억3,000만원을 우선 확보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포상금으로 금메달 6,300만원과 동메달 2,500만원 등 8,800만원도 추가로 받는다.
충남 공주에서 부모님의 농사를 돕던 건강한 청년이었던 신의현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해 벼랑 끝 삶으로 내몰렸다. 사경을 헤매던 그가 의식을 찾고 눈 떠 보니 두 다리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된 탓에 식음을 전폐했다. 삶의 의욕을 잃고 거의 3년간 방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자신을 살려낸 부모님에겐 “왜 살려냈느냐”며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어머니 이회갑(68)씨는 “다리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로 신의현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고, 신의현은 재활 차원에서 시작한 휠체어농구로 운동의 즐거움을 알았다.
어릴 때부터 단련된 상체 힘은 장애인 운동 선수로 제격이었다. 젊은 시절, 밤 농사를 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1포대에 40㎏에 달하는 밤을 옮기면서 허릿심이 늘어났다.
신의현의 도전은 멈출 줄 모른다. 그는 18일 평창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핸드사이클을 열심히 타서 2년 뒤 도쿄 하계패럴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16 리우 하계패럴림픽 핸드사이클 은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 노르딕스키 대표로도 출전한 이도연(46)과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는데, 둘이 핸드사이클 대결을 해본 적도 있다. 신의현은 당시 대결에서 패해 분한 마음에 잠도 못 잤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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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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