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배경과 영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4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번 인상의 배경과 시장의 영향 그리고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들어서만 이미 두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린데는 무엇보다 거시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자신감을 근거로 올 하반기도 한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경제주체들은 직면한 처지에 따른 다른 대처가 요구된다. 예금자, 은퇴자, 구직자에게는 전통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각종 채무를 갖고 있는 대출자에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호적이지 못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이후 네차례 인상
2015년 12월 7년 동안 지속됐던 제로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뒤 기준금리는 이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인상됐다. 단기금리와 달리 기준금리라는 기조는 거대한 물길로 비유돼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장기간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정책당국이 거시적인 안목에서 판단하고 예측한 결과로 올들어서만 네번째 인상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확고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실업률은 16년만에 최저치인 4.3%로 떨어지는 등 성장의 발판으로 자리매김했고 물가는 중기목표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점쳐졌다. FRB도 성명을 통해 “노동시장이 강세를 지속하고, 경제활동이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는 양호하게 상승 중”이라고 평가했다.
FRB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올해 안에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자산 축소 계획도 밝혔다. 자산을 축소하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긴축효과가 생기며 사실상 금리인상과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예상되는 효과는 장기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추가 인상, 옐런 의장 거취도 변수
FRB는 올해 세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3월과 이달에 올렸으니 하반기에 한차례 더 0.25%포인트 가량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8개 해외 투자은행(IB) 중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4개는 9월을 꼽았고, BNP파리바와 씨티은행 등 3개는 12월을 추가인상 시점으로 예측했다.
FRB의 재닛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며 “물가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정책을 편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비난을 받았던 옐런 의장이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현 정부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옐런 의장은 “향후의 계획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내년 2월 의장으로서 4년 임기를 완전히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출자 1,000만명 이상 어려움 전망
2015년 12월 이후 네차례 금리가 오르면서 채무자들은 부채 상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트랜스유니언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직후 860만명의 대출자들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채무자들은 월 평균 18달러의 추가 부담을 지는데 불과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려 860만명이 3개월 동안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올 하반기 한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트랜스유니언은 1%포인트 기준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추가로 250만명의 채무자들이 수난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즉, 이미 두차례 금리인상으로 860만명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올들어 3월과 6월에 이어 연내 한차례 추가 인상 등 최소한 연말까지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최소한 250만명이 추가되면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은 1,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HELOC, 오토론, 카드 대출자 직격탄
대출자 가운데는 모기지 일부와 오토론, 크레딧카드 고객들이 가장 빨리, 가장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너드월렛은 당장 이번 0.2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크레딧카드 밸런스 1,000달러당 1년간 증가하는 상환 부담을 2.50달러로 추산했다.
오토론은 기준금리 변화에 즉각 반응한다. 현재 5년만기 새차 구입 오토론의 전국 평균 금리는 4.42%, 4년만기 중고차 오토론은 5.07% 수준이다. 뱅크레이트 닷컴은 오토론 금액 2만5,000달러를 예로 들며 0.25%포인트 금리가 오르면 월 페이먼트 부담은 2.80~3.10달러 늘 것으로 예측했다.
모기지 대출자 중 ‘홈에퀴티 라인오브 크레딧’(HELOC)도 마찬가지다. TD뱅크 소비자 대출 담당인 마이크 키난 부행장은 “당장 다음달 페이먼트부터 HELOC 대출자는 높아진 기준금리가 반영된다”며 “5만달러를 빌렸다면 0.25%포인트 금리가 올라 매달 10~11달러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업주와 학생들도 0.25%포인트 고스란히 부담
모기지 고객 중 고정금리 대출자의 경우는 당연히 아무런 영향이 없고, 변동금리를 받은 경우라도 최근 2년 반동안 이전 세차례의 금리인상의 영향이 미미했던 경험에 비춰 당장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각종 비즈니스 론도 대출 금리가 즉각 오를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으로 삼는 월스트릿 프라임 금리(prime rate)가 현재 4.00%인 것이 4.25%로 오르게 되면 0.25%포인트 만큼 기준이 올라가면서 대출자마다 다르게 책정된 가산금리가 더해진다”며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FRB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15일부터 오른 금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은 정부 지원이면 고정금리라 영향이 없겠지만 사설 학자금은 기준금리가 오른만큼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지난해 3.76%였던 학자금 대출 평균 금리가 올해 4.45%로 오를 전망인데 이중 사설 학자금은 기준금리 오름폭만큼이 추가돼 학생들의 부담을 늘릴 전망이다.
■예금자, 은퇴자도 전략 변화 필요
제로 금리를 탈출한 2015년 말 은행 등에 예금이 많았던 이들은 일말을 희망을 가졌지만 대출금리가 빛의 속도로 오른 반면, 예금금리는 굼뜨게 소폭만 오르면서 모두 할말들을 잃었다. 실제 현재 전국 평균 은행들의 세이빙스 어카운트에 적용되는 금리는 0.08%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CNBC와 CNN머니 등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이나 채권보다는 증시에 단비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매체들은 “역사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동반상승해 왔다”며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가 건실한 경제상황이다 보니 경제가 증시를 견인하는 형국”이라고 최소한 보유한 주식은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너드월렛의 토니 암스트롱 기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제대로 반응한 예금증서(CD) 금리는 일부 온라인 은행에 국한됐고 현재 은행권의 5년만기 CD 평균 금리는 아직도 1%에 못 미친다”며 “이번 금리인상을 계기로 온라인 은행으로 옮기거나 다른 은행의 프로모션 등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주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FRB가 14일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1.00∼1.25%로 올렸다. 이날 뉴욕증시는 FRB가 올해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한 영향으로 혼조를 보였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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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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