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재건에 숨어있는 ‘ 예술의 혼’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4 월드 트레이드 타워 69층(사진 위쪽)과 스트릿 아트 전시가 진행 중인 69층 <사진 = Eliot Choi>
세계 금융 중심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9.11 테러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건설되고 있다. 9.11테러로 흙더미와 파편 속에 파묻혔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타워들이 하나둘 재건되며 세계 제 1의 금융도시인 맨하탄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처음 건설된 1973년도는 경제의 부로 세워졌다면 이번 재건설은 경제의 힘과 예술의 혼이 함께 혼합하여 더 든든해지게 완성시키려는 노력의 차이가 있다. 바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 "Art4 WTC: Street to Tower"가 이 합동작업의 한 열매. 이 합동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숨은 곳에서 열과 성을 다한 롱아일랜드 출신의 한인 2세 전재경(미국명: 제인 전 스미스)씨와 그녀의 남편 덕 스미스씨의 숨은 공로가 있다.
■ 4 월드 트레이드 타워에 예술가를
제 4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2013년 완공 기념식을 가졌을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맨하탄 부동산 업계의 대부 래리 실버스타인 회장은 이전의 완공식에서는 볼 수 없는 뉴욕필하모닉을 초청해 그들의 연주곡을 참석자 모두가 경청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실버스타인 회장은 완공 기념 연설을 통해 "맨하탄이 9.11테러 이전처럼 세계에서 금융가들과 예술가들의 중심 무대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의 계획을 발표했다.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들이 무너지면서 2600여명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갔다. 이로 인해 맨하탄의 경기를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르의 하나가 미술이었다. 소호를 중심으로 세계의 예술을 주도하던 화가와 설치작가 그리고 예술가들이 경제적 타격을 받으면서 활동 중심지를 플로리다로 이동했던 것이다.
그중 맨하탄을 상징하던 스트릿 아트가 플로리다로 이전했고 소호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많은 갤러리들이 휘청하게 되었다. 이러던 차에 래리 실버스타인 회장이 예술가들과 함께 하겠다는 제시는 이날 완공식에 참석했던 인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69층에 전시장을
래리 실버스타인의 연설을 현실화 할 수 있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이 바로 전재경씨와 덕 스미스 부부이다. "래리 실버스타인 회장의 완공식 행사에 초청받아 그의 연설문을 들으면서 바로 맨하탄을 떠난 아트를 다시 불러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 스미스와 전재경씨 부부는 그날 이후로 'Art 4 WTC 프로젝트' 추진에 들어갔고 빌딩 안에 예술의 공간을 마련하는 계획을 시작했다. 스미스 부부는 실버스타인 회장에게 전시회를 제안했고 완공된 제 4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 입주자를 찾고 있던 실버스타인 프라퍼티사는 이를 받아들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재건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경비는 삼엄하여 누구나 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다행히 실버스타인 프라퍼티사는 제 4 월드 트레이드 센터 69층 이후로 공간이 비어서 이곳을 전시장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번 호되게 테러를 당한 실버스타인 측은 예술가들의 방문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경비를 엄격하게 했다. 또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물감과 페인트 그리고 자제를 철저하게 조사 빌딩에 해가 되지 않는지 까다롭게 경계했다.
■스트릿 아트로
덕 스미스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아티스트에게 69층 공간을 공개했어요. 처음에는 4명의 예술가로 시작했죠. 실버스타인 측에서 조금씩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조심스러웠지요. 시작은 제가 아는 또 장래가 촉망되는 예술가들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전시 장르도 스트릿 아트로 골랐습니다. 프로젝트 타이틀 스트릿 투 타워가 바로 스트릿 아트를 타워로 가져 간다란 뜻입니다"
스트릿 아트의 기원은 거리의 낙서인 그래피티(Graffitti)다, 벽이나 화면에 스크래치 기법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는 방법으로 그린 낙서 같은 그림이나 문자에서 시작됐다. 반항성이 강하고 또 범죄 이용되기도 해 불법으로 규제하던 그래피티가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로 속도감 있고 메시지가 강하면서도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라 아티스트 사이에 스트릿 아트가 진화 발전되면서 아트로 불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당당하게 한 현대 미술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천재적 재능들이 스트릿 아트로 나타나면서 지금은 가장 핫 한 아트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정식 미술 수업을 받지 않았는데도 어설퍼 보이는 그림에 자신의 메시지를 만화, 해부학, 낙서, 기호 등으로 나타냈습니다. 그의 작품을 광기 어리고 열정적입니다. 짧은 생애를 마친 천재화가로 평가 받고 있죠. 키스 해링도 뚜렷한 색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대중들이 쉽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아이콘화 시킨 낙서 비슷한 화풍으로 유명합니다."
재경씨는 이 두 거장의 영향으로 이후 거리를 예술가들의 붓으로 꾸미는 '스트릿 아트'가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말로는 거리미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트릿 아트는 개방된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그림과 조각전시가 포함된다.
■가장 큰 규모의 스트릿 아트 전시
"스트릿 아트를 하는 아티스트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자신들의 진짜 이름 대신 애칭(nick name)을 사용합니다. 그래피티가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피티는 자신의 구역을 표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하지요. 둘째는 빠른 시간 내에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빨리 마르는 페인트나 스프레이를 사용합니다." 덕 스미스씨는 현재 69층은 가장 규모가 큰 스트릿 아트 전시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예술가 한명부터 시작했습니다. 한명의 아티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또 이용하는 페인트들이나 재료가 건물에 해가 되지 않는지 조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벽이나 유리창에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본 실버스타인사측은 흡족해 했죠. 페인트 되는 벽의 면적도 한 면에서 점점 늘어나 지금은 69층의 3만4000스퀘어 피트가 모두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했습니다. 한번은 20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작품을 같은 시간대에 하기도 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생명을 예술로 승화하기도 하고 또 먼 미래를 내다보면 우주의 모습, UFO의 방문 등, 또 현재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해밀턴 작품을 벽화로 분출하는 등 자유분방하면서도 희망적이고 감동적인 그들의 생각을 그려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전시회
제경. 덕 스미스 부부는 아직도 전시장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더 채워지고 있다고 전한다. 실버스타인사 측이 조각품의 전시도 허락하고 공간 사용도 찬성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벽과 유리창만 허가하다가 이제는 매어다는 것도 허락하면서 모든 공간을 이용하라고 내놨습니다."
오는 4월5일 정식 오프닝을 갖는 스미스 부부는 경비 때문에 일반 오프닝 대신 사전 신분이 확인된 초청자 1000명으로 제한해 행사를 갖는다. 뉴욕주지사와 뉴욕시장 등 주요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초청되었다고 한다.
"이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제4 월드 트레이드 타워의 모든 층의 임대 계약이 마무리됐습니다. 현재 전시회가 진행 중인 69층도 한 IT회사가 입주하기로 했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들어오기 때문에 최소 6개월은 더 전시회가 진행될 것입니다. 아마도 스트릿 아트 전시회가 6개월 이상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Art 4 WTC : 스트릿 두 타워'전이 가장 많은 스트릿 아티스트들이 참석한 것도 기록이지만 전시 일정도 일반 화랑에서 찾아볼 수 없게 길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참가 아티스트
이번 전시회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진 작가 박주희(애칭 스틱키몽거)를 비롯해 디지털 아티스트인 박 태주, 스크린 프린터 출신의 로갠 힉스, 팝 컬쳐 아티스트인 레이어 케이크(애칭 션 설리반), 글렌 코브 하우스 프로젝트에 참가 한바 있는 스트릿 아티스트로 알려진 조 러퍼듈라, 영국 출신의 스캇 워커, 프랑스 출신의 치노 마리아, 영국출신의 데이빅 우다(애칭 두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니, 사우스 아프리카 출신의 잭 팍스, 12세부터 작품을 팔기 시작한 디멘션 락, 뉴욕 출신의 스트릿 아티스트 헬번트, 베이즐 등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두 딸과 4 월드 트레이드 센터 69층을 방문한 재경씨와 덕 스미스 씨.
■재경, 덕 스미스 부부 인터뷰
"덕의 비즈니스 마인드와 저의 아트 감각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맨해셋에 거주하는 재경 전 씨와 덕 스미스 부부는 일을 통해 알게 되었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손을 잡은 후 결혼에 골인, 두 딸을 키우며 화랑 일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전영일, 전부자)이 1981년부터 그리니치 스트릿에서 갤러리를 운영하셨는데 9.11테러를 당한 후 정신적으로 충격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미술사를 전공한 제가 이를 맡게 되었고 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덕을 만나면서 갤러리를 키워나갔습니다."
월드트레이드 센터에 자리 잡고 있는 '월드 트레이드 갤러리'를 15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재경과 덕 부부는 젊은 유망주 발굴에 중심을 두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의 요청으로 파인아트, 조각 등도 취급하지만 작가 발굴에 나서면서 점점 고객들이 늘어났고 현재의 위치인 월드 트레이드 타워 디 스트릿 내의 브로드웨이에 자리 잡게 됐다.
"이 전시회를 추진할 때 만해도 4타워에 비어 있는 층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전시회를 통해 재건된 제 4 타워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고 또 이 층에서 종종 행사가 열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금융의 중심뿐만 아니라 예술도 사랑하는 후원하는 곳이라는 점을 홍보하게 된 것이죠. 전시회가 시작된 이후 4타워의 나머지 빈 층들이 다 임대 계약을 맺게 됐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임대가 성사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로 실버스타인 프라퍼티의 인상이 더 좋아지게 되자 실버스타인 프라퍼티는 앞으로 완공되는 타워에서도 스미스 부부와 함께 더 많은 예술가들 발굴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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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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