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자재 비중 높아… 제품 1달러 당 40센트
▶ 자동차·항공기 조립 공장 속속 들어서 2012년 이후 제조업 수출 13% 증가
멕시코 누에보 레온에 소재한 기아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포르테를 조립하고 있다. [LA타임스]
올 19세인 엔리케 자라테는 대학 1년을 다니다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에 있는 BMW 새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을 했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이 공장에서 일만 잘하면 1년 후 정식 풀타임 근로자가 되고 베니핏도 받게 된다. 앞으로 10여년 후면 미국인들이 구입하는 새로운 BMW는 대부분 자라테 같은 멕시코 근로자들이 만든 것들이 될 것이다. 자라테는“일천한 경험에 그런 급여를 받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현재 제조업 호황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멕시코의 제조업 수출은 13%가 증가했다. 멕시코는 벌써 세계 7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으며 크라이슬러, 혼다, 폭스바겐 등 자동차 회사들이 멕시코를 주요 생산기지로 하고 있다. 향후 5년 사이에 포드와 아우디, 도툐차 같은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공장을 세울 계획으로 있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밤바디어, 세스나, 호커 비치 크래프트 같은 기업들도 멕시코 케레타로와 치와와 같은 지역에 비행기 조립공장을 세웠다. 플라스틱과 철강 제품 등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자라테 같은 멕시코 근로자들이 대거 중산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마치 1965년을 전후해 미시간 디어본과 오하이오 메리스빌 등에 불었던 ‘아메리칸 드림’이 수출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일자리들이 멕시코로 빠져 나가면서 미시간 웨인의 포드 근로자들과 인디애나폴리스의 용광로 제조업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버니 샌더스도 “미국 기업이 멕시코로 옮겨가는 것은 중산층을 파괴하는 기업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때 이 협정을 찬양했던 힐러리 클런턴 조차 회의족인 시각을 드러냈다.
대선전에서 쏟아져 나온 이런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제조업 호황이 미국에 재앙이 되고 있지는 않다. 미국 제조업 또한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올 공장 생산은 지난 2009년 보다 30%나 늘어나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자동화 여파로 공장 일자리는 최고치였던 1979년의 1,900만개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2009년 경기침체 후 꾸준히 늘어나 지난 6년 사이 74만4,000명의 공장 근로자가 새로이 취업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멕시코에 좋은 것이 일부 미국 근로자들에게도 좋다는 견해를 나타낸다. 멕시코 제조업을 위한 원자재 공금체인이 중국공장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멕시코가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미국 제품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1달러 당 약 40센트는 미국산 제품 값이다. 이는 중국의 4센트와 비교된다.
멕시코산 자동차들이 미국으로 들어옴으로써 조지아 칼훈이나 위스콘신 디포리스트 같은 지역의 수많은 일자리들이 유지된다. 텍사스 A&M 대학 경제학 교수인 레이콘드 로벗슨은 “멕시코는 별개의 생산파트라기 보다 우리 생산 과정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며 “멕시코 기업들은 우리와 경쟁하는 제품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제품의 일부분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 중국의 공장 일의 진화는 가족소유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인 위스콘신의 에브코 플라스틱스를 보면 잘 드러난다. 이 회사 대표인 데일 에반스는 최근 위스콘신보다 멕시코에서 주로 신채패용을 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그는 멕시코에서 100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5개에 달하는 미국 내 공장의 신규채용은 훨씨 적다. 또 중국의 2개 공장은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에반스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좀 더 싸게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위스콘신과 조지아의 500여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를 로봇 프로그래밍 같은 고기술 업무로 재배치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단순 노동을 하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근로자들을 크고 위험한 로봇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훈련시키는 데 투자했다고 밝혔다.
에반스는 중국 근로자들에게 시간 당 1달러 정도 지급했지만 지금은 3달러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의 경우 통상적인 조립 일을 하는 근로자에게 4달러 정도를 지급한다. 처음 멕시코 공장을 세웠을 때보다 1달러 정도 오른 것이다.
이 회사가 멕시코에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인큐베이터와 ATV 파트 가격 가운데 60% 정도는 미국산 원자재 비용이다. 이 회사 중국공장의 경우 그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에브코의 사례는 북미무역협정의 효과에 관한 여러 연구결과를 뒷받침해 준다. 전자와 섬유 분야의 중국 비중이 미국 제조업에 1999년부터 2011년 사이 240만개 일자리를 없애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힌데 반해 멕시코와의 교역 흐름은 훨씬 균형이 잡혀 있다.
진보적 연구기관인 경제 및 정책 연구센터의 디렉터인 딘 베이커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초기 비판자였다. 그는 여전히 이 협정이 미국의 임금을 억누르는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에는 이 협정의 좋은 면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협정은 자동차 업계가 경쟁력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협정은 나빴지만 중국만큼 미국 근로자들에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프랭크 스테이플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스테이플스는 자신이 일하는 캐리어사가 오는 2018년까지 1,400개의 일자리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멕시코 몬테레이로 옮기게 됨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 회사에서 11년 일해 온 스테이플스는 이런 조치를 ‘기업의 탐욕’ 탓이라 비난한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사상 최악의 실책이라 생각한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20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줄곳 손으로 하는 일만을 해 왔다. 어떻게 가족을 부양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무역협정은 단순기술 일자리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봉제업소들은 LA를 떠나 국경지역으로 옮겨갔고 2000년 들어서는 남서부 지역의 일부 항공기와 자동차 업체들이 뒤를 이었다. 전국 제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대멕시코 자동차와 부품 교역 적자는 67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옮겨간 일자리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확실한 자료는 없다. 노조의 자금지원으로 한 진보 연구소가 실시한 연구는 무역협정 여파로 85만1,700개의 일자리가 멕시코로 넘어갔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중립적인 다른 연구들은 양국 간 교역 증가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나면서 무역협정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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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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