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종영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중기가 연기한 유시진 대위는 대한민국 특수부대 팀장이다. 그는 연인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비밀 임무들을 맡아 목숨을 걸고 ‘미인과 노인과 아이’를 지키고 국가와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
유시진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멋있게 그려져 특정 직업에 대한 미화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이 시각에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위에는 타인에 대한 봉사를 직업으로 가진 분들이 많다. 그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든 안 주어지든 묵직한 책임감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용기 있는 봉사를 펼치는 분들은 화마와 싸우고 응급환자를 구조하는 소방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한 소방관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 안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유독가스와 불길을 참아내며 사투를 벌였을 이 소방관이 잿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검댕이 묻은 손으로 빵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사진이었다.
지난 달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여러 추모 행사들이 있었다. 추모 행사들의 주된 취지는 학생 및 일반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다시한번 기리면 어떨까 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잠수사들이 낮은 온도, 높은 파도, 캄캄한 시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이라도 더 구조 (혹은 수습) 하고자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세월호가 최대 수심 37미터(120 피트)에 침몰해있었는데, 그 정도 수심에 일반 산소통 1통을 가지고 들어갈 경우 내려가고 올라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빼면 실제 10분 정도 머물 수 있다. 불과 10분이지만 3배가 넘는 수압과 거센 조류 때문에 체력소모가 커서 충분한 휴식과 칼로리 보충이 매우 중요하다.
취미생활로 하는 다이빙은 몇 가지 안전수칙만 지키면 사고율이 낮은 스포츠이지만, 안타깝게도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수칙을 지키기 어려웠고 몇몇 잠수사들이 구조 활동 중 희생되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소방차나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울리면 모든 차량들과 행인들이 멈춰 서서 길을 비켜주는 매너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응급차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는 ‘홍해의 기적’이 종종 일어난다지만 예전에는 길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다.
비단 목숨을 담보로 봉사를 해야 의로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같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전문가들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봉사하는 분들이 더욱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배려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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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아마존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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