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부틱·백화점들 모바일 기기로 체크아웃
▶ 줄서는 괴로움 없애고 특별한 대우 받는 느낌
바니스 뉴욕의 맨해튼 스토어에서는 캐시 레지스터를 거울과 카우치 뒤의 안 보이는 공간에 들여놓고 고객에게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익스큐즈미, 계산대는 어디 있죠?”
요즘 세상에는 이런 질문도 쉽게 하지 말아야겠다. 점점 많은 고급 부티크나 백화점들이 계산대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캐시 레지스터가 사라진 대신 모바일 계산기를 가진 세일즈 직원들이 플로어를 돌아다니며 상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체크아웃을 해주거나, 고객을 조용한 곳으로 모시고 가서 거래를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토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프라이빗 쇼핑을 하듯이 돈 내는 방식도 좀더 우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계산대 앞에 줄이 늘어선 광경을 보면 어떤 쇼핑객들은 물건을 골랐다가도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그런 일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세일즈 점원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쇼핑을 더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 할 수 있다.
맨해튼 첼시에 새로 문을 연 바니스 뉴욕은 돈 내는 체크아웃 장소를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스토어 뒤쪽의 가장 은밀한 곳 몇 군데에 만들어 놓았다. 바니스 뉴욕의 대변인 애쉴리 칼란드라는 “레지스터를 적게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미적 감각과 잘 일치한다”고 말했다.
레지스터가 없는 대신 세일즈 직원들은 아이패드나 기타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크레딧카드나 애플 페이로 계산을 마칠 수 있다. 그러면 또 세일즈 직원은 얼른 물건을 안 보이는 곳으로 가져가 포장을 해서 우아하게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고객은 스토어에 비치된 고급스런 모헤어 의자나 벨벳 카우치에 앉아 기다리거나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더 둘러보기도 한다.
뉴욕 시의 교사인 재키 김은 지난 주말 바니스에서 화장품을 살 때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한다. 계산이 끝나는 동안 이것저것 더 구경했다는 그녀는 “나의 쇼핑이 훨씬 더 즐겁고 더 개인적인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쇼핑한 곳 중에서 이처럼 체크아웃을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 매끄럽게 처리해주는 스토어들로 셀린, 프라다, 토리 버치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좀더 많은 소매점들이 이런 방식으로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
레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 스토어에서는 쇼핑객들이 세일즈 직원들의 모바일 체크아웃 기기를 통해 계산하거나 옷 입어보는 피팅 룸에서 페이팔을 사용해 지불할 수 있다.
“대금을 지불하는 일을 프라이빗 하게 처리해주면 고객은 굉장히 특별대접을 받는 듯이 느끼지요”라고 이 스토어의 공동 창립자 우리 밍코프는 말한다. “우리는 고객을 줄지어 늘어선 소 떼처럼 만들지는 않을겁니다”
고급 액세서리 브랜드 완트의 매장. 이곳에서는 계산이 이루어지는 동안 고객은 럭서리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쉴 수도 있다.
남자 가방으로 유명한 고급 액세서리 브랜드 완트(WANT Les Essentiels)에서는 계산이 이루어지는 동안 고객은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긴 의자에 기대 앉아 쉴 수도 있고 뒷쪽에 있는 가정용품 전시장을 돌아볼 수도 있다. 캐시 레지스터는 바로 그 벽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쇼핑의 마지막 경험을 단순한 돈거래로 마치기를 원치 않습니다. 인간적인 교감이 마지막 터치로 남기를 원하지요. 그 시간은 또한 세일즈 직원들이 우리 스토어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완트의 공동 창업자 덱스터 피어트는 말했다.
이런 시도는 일부 쇼핑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계산대 앞에 줄서서 기다린다는 생각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지불의 고통’(the pain of paying)이라는 용어로 부르는 이런 증후군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토어들은 편리한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갖가지 전략을 세우고 있다.
버버리 미국스토어에서는 세일즈 점원들이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고객이 원하는 어디서든 체크아웃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버버리의 미국 상점들에서는 세일즈 점원들이 항상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고객이 원하는 어디서든 체크아웃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구매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점을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우리도 최선을 다해 두 지점을 잘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버버리 대변인은 말했다.
계산대를 줄이거나 없애면 쇼핑객들은 세일즈 직원들을 좀더 많이 찾게 되고 그럼으로써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버버리와 바니는 아이패드 시스템을 만들어 세일즈 직원들이 고객의 온라인 구매와 스토어 구매의 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고객이 선호하는 물건을 미리 보고 적절한 추천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해당 스토어에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최첨단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토어들의 경우 카운터를 없애는 것은 단순히 미적 감각 때문이다. 캐시 레지스터는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만 줄이 늘어서면 시야도 방해하게 된다. 2년전 캐시 레지스터를 “어글리”라고 불러서 뉴스에 오르내렸던 빅토리아 베컴의 런던 스토어에서는 모든 계산이 아이패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캐시 레지스터를 숨겨버리거나 세일즈 직원을 통해 계산하도록 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스토어들은 고객이 언제 돈 낼 준비가 됐는지 직원들이 잘 알아채기를 바라고 있다. 바니스의 칼란드라 대변인은 “우리 직원들은 고객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금방 알아챈다”며 그래도 옛날 방식으로 계산하는걸 더 편하게 여기는 고객을 위해 다운타운 스토어에는 몇군데 보이는 곳에 캐시 레지스터를 놔두었다고 말했다.
1878년 만들어진 최초의 캐시 레지스터.
캐시 레지스터는 1878년 오하이오 데이튼의 펍 주인 제임스 J. 리티와 그의 형제 존이 발명했다. 시계처럼 생긴 얼굴과 일련의 키들이 달려있어 동전과 지폐를 넣도록 돼있는 이 기구는 20세기 초에 널리 사용됐으며 지금은 스미소니안 역사 박물관에 전시돼있다.
사실 백화점들은 오래전부터 캐시 레지스터를 드러내놓고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다. 어떤 백화점은 고급 물건을 파는 섹션에는 아예 치워버리고 고객에게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해왔다. 프라다와 버그도프 굿맨 같은 럭서리 스토어에서는 모바일 체크아웃 기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도 계산대를 매장에 내놓지 않았다.
애플은 2002년 뉴욕 소호에 첫 스토어를 오픈했을 때 모바일 스캐너를 만들어 이 추세를 선도해 나갔다. 직원들이 체크아웃 기기를 손에 들고 스토어를 돌아다니며 즉석에서 지불이 가능하도록 계산해주는 것이다. 애플은 스토어의 미적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미니멀리스트 적인 체크아웃을 원했고 더불어 고객 서비스의 격을 높였다는 이미지를 전하고 싶어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사진 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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