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원 월급의 7배 받아…”동영상 속 처형은 카메라 감독 사인 나야 이뤄져”
▶ 선전 목표는 ‘알카에다 누르기’와 ‘국가처럼 보이기’
정원 딸린 주택, 도요타 사륜구동 트럭, 캐논 카메라, 갤럭시 스마트폰, 전투원 급여의 7배에 달하는 월급….
프랑스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에서 선전·선동·홍보를 담당하는 미디어 관련 직군 종사자들이 받는 특급 대우다.
IS는 석유 밀수 등에서 나오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체계적·효율적인 미디어 팀을 꾸려 과거 나치를 연상케 하는 극렬 선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IS 홍보 일을 하다가 달아나거나 전향해 지금은 모로코의 교도소에 갇힌 인원 7명을 모로코 정부의 허락과 배석 하에 인터뷰해 파헤친 IS 미디어 조직의 실체를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미디어 종사자는 특급 대우…동영상도 프로급"
아부 하제르 알 마그리비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부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활동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운영한 경력을 인정받아 2013년 IS에 합류했다.
그는 "2개월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다음 촬영, 동영상 편집, 녹음 등 미디어 교육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교육 후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있는 미디어 팀에 배치된 그는 각종 첨단 기기와 좋은 집에 차량은 물론 월급 700달러(약 80만원)와 각종 수당을 받았다.
일반 전투원들은 월급은 100달러 남짓이었다. IS는 미디어직군 종사자들에게 면세 혜택까지 제공하며 특급 대우를 했다.
아부 압둘라라는 전직 IS 카메라 요원은 시리아 알레포 근처 주거지역의 2층짜리 건물에 미디어 총괄본부가 있다고 전했다.
카메라와 컴퓨터 등 전자장비가 가득한 방 8개가 있고 인터넷은 터키의 무선망을 끌어다 쓴다.
이 건물은 IS의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의 편집국 기능도 한다.
아부 압둘라는 "해커와 엔지니어를 포함해 100여 명이 거기서 일한다"고 말했다.
WP는 이들 인력이 생산하는 영상이 매우 고품질이라고 분석했다.
한 장면을 한 번에 찍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 리허설을 거치고 조명, 음향, 카메라 위치까지 계산해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한다는 것이다.
아부 압둘라는 공개처형 장면을 녹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참수는 카메라 감독이 때가 됐다고 말해야만 이뤄졌다. 처형은 집행자가 하는 것이 아닌 셈"이라고 전했다.
◇ 선전 목표는 '알카에다 누르기'와 '국가처럼 보이기'
외국 출신 전투원 모집과 내부 단결 외에 IS가 열성적인 홍보 활동으로 노리는 것은 알카에다와 겨루는 '테러 단체 최고봉' 경쟁에서의 승리와 나아가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실제 국가처럼 보이려는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알카에다는 지난 20여년 간 가장 잘 알려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었으나 IS는 최근 2년새 그 자리를 거의 빼앗았다.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 라덴 등 지도자급을 동영상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많았고 영상을 자주 만들지도 않았다.
추종자나 전투원이 주로 등장하는 IS 동영상은 10여개 언어로 쉴 새 없이 제작돼 인터넷에 퍼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 텔레그램 등 각종 메신저와 SNS 활동도 알카에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하다.
홍보에서도 알카에다와 달리 더 세련된 방식으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는 "IS는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기업처럼 행동한다"며 "브랜드 구축이 매우 체계적이어서 코카콜라나 나이키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킬리엄 그룹의 분석가 찰리 윈터는 "IS가 더 공식화되고 관료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가의 형태를 띠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윈터는 IS의 동영상이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서아프리카 등에 퍼진 최소 36곳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최근 IS의 모든 동영상 초기 화면에 나타나는 IS 로고가 동시에 일제히 바뀐 것을 확인했다"며 "분명히 어떤 지침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봤다.
◇ 여전히 베일 속 존재…서방 대응 효과는 '글쎄'
IS의 선전 전략을 누가 총괄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 정보 당국은 IS 대변인 아부 무하마드 알 아드나니가 주도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WP와 인터뷰한 수감자들은 촬영, 편집, 제작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 30대 후반의 미국인 백인이라고 전했다.
IS가 검증한 소수 인원만 카메라를 잡을 수 있고 일반 전투원은 미디어 조직 건물에 출입할 수도 없는 등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고 한다.
미국 등 서방은 그간 동영상 유포 등 IS의 인터넷 활동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IS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이 차단되면 곧 이를 우회해 다시 나타나곤 했다.
온라인에서 밀린 미국은 공습을 통해 IS에서 일하던 영국인 컴퓨터 전문가 주나이드 후세인을 처치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으로 응수했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IS의 트위터 활동을 막으려는 우리의 활동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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