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 낸 황소 돌보러 달려나간 집 앞 하이웨이에서 분노에 휩싸인 인구 800명 농촌마을, 경찰에 협박 쇄도
▶ 아이다호주·사건현장 목격한 아내 심장마비로 입원

60대 목장주 잭 얀티스가 경찰 총격에 숨진 하이웨이 95번 도로. 경찰차가 서있는 곁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두 명의 쉐리프 경찰과 얽힌 아이다호 주 토박이 목장주 잭 얀티스의 죽음에 인구 800명의 작은 농촌이 충격에 휩싸였다. 주와 연방당국이 수사 중인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공권력 과잉 경찰의 총격살인’에 대한 분노와 불안은 커뮤니티를 분열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극히 단편적이다 : 지난 11월1일 애덤스 카운티 카운슬 시 인근 얀티스 목장 근처의 95번 하이웨이 도로 위에서 얀티스의 황소 한 마리가 자동차에 받히고 차에 탄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명의 경찰을 포함한 응급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했고 얀티스와 아내 도나도 달려왔다. 경찰과 얀티스의 총이 발사됐다. 62세의 얀티스가 사망했다. 그의 아내 도나는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병원에서 회복 중인 도나는 “난 그들이 내 남편을 살해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얀티스 가족은 저녁식사 중이었다. 얀티스네 황소가 차에 치였으니 빨리 와야겠다는 전갈이었다. 사고가 난 95번은 얀티스 소유지를 가로지르는 하이웨이였고 농촌지역에서 이런 사고는 흔한 일이었다. 운전자들에게 이런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가축들이 방목 중인 것을 알리는 ‘오픈 레인지’ 사인판도 붙어있다. 그리고 이런 사고가 났을 경우 서부농촌의 처리방식도 의례적이다 : 아직 동물이 살아있다 해도 회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면 머리에 총을 쏘아 죽인 후 운반해 가면 된다.
그런데 이번엔 모든 것이 어긋났다.
교통사고 발생 약 45분 후, 잭 얀티스는 하이웨이 위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사고신고를 받고 달려온 애덤스 카운티 쉐리프 소속 경찰 2명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함께 갔던 다른 가족 및 행인들과 함께 땅에 엎드리라는 경찰의 명령을 받은 얀티스의 아내 도나(63)는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그날 밤 어두운 하이웨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선 아직 상당부분 불확실하다. 주와 카운티 당국은 얀티스의 수동식 라이플이 발사되었다고만 했을 뿐 그밖에 정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얀티스가 살해당했다고 단언한다. FBI와 연방법무성 및 아이다호 주경찰의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도나 얀티스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고 교통사고를 낸 차량에 탔던 사람들 중 한 명도 아직 입원 중이다.
그날 밤 총격이후 이 작은 마을을 사로잡은 충격과 분노와 우려, 그리고 쉐리프 당국에 대한강력한 비난이다. “이곳은 매우 보수적인 커뮤니티이며 주민들은 정부당국을 불신한다”고 이곳 주간지 애덤스 카운티 리코드의 데일 피스크 편집장은 말한다.
얀티스와 경찰들 모두가 백인이니 요즘 미 전국을 휩쓸고 있는 인종갈등과 얽힌 경찰 총격과는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경찰에 대한 거리감과 불신’이라는 측면에선 다를 바 없다.
라이언 졸먼 쉐리프는 수없이 많은 살해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당신의 가족을 냉혹하게 총격 살해하면 당신은 어떨지 지켜볼 것이다”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약 75명의 주민들이 카운슬 거리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잭을 위한 정의 실현” “얼마나 많은 총알이 발사되어야 공권력 과잉이냐?”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벌인 시위는 한때 폭력화 루머가 돌기도 했으나 평화롭게 끝났다.
7~8년 전 쉐리프에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한 얀티스는 평생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터프한 아웃도어 맨이긴 하지만 경솔하게 총기를 남용할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가족과 이웃들을 장담한다. “잭은 선량한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며 열심히 일해 온 사람이었다. 약간의 성질이 있긴 했지만 누구에게 총을 들이댈 사람이 아닌 것은 우리 모두가 확신한다”고 몇 대에 걸쳐 이 지역에 살아온 밥 그로센은 강조했다.
애덤스 카운티는 경찰에게도 쉬운 곳이 결코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벌목 일자리가 줄고 세수도 감소해 경찰이 교통위반 티켓 남발로 예산을 메우려한다는 주민들의 불평도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순찰해야할 지역은 로드아일랜드 주만큼이나 광활한데 경찰관은 6명에 불과하다. 임금수준도 낮다. 시간당 15달러에 위험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니 경찰 구하기도 힘들고 오래 붙어있지도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2명이 유급휴직 상태여서 지금은 달랑 4명뿐이다.
사건현장은 얀티스의 농가에서 훤히 보이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가족들은 그날 밤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총성을 들었다면서 가보니 이미 황소는 경찰이 쏜 총에 맞은 상태였지만 죽지는 않았었다고 했다. 도나 얀티스의 조카인 라우디 패라디스(42)는 “잭이 황소 쪽으로 몸을 기우리자 경찰이 그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일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경찰차에 부착되었던 카메라에 사건 현장이 녹화되었는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졸먼 쉐리프는 카메라는 나중에 조작운운 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신은 체크도 하지 않은 채 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야니스 가족들이 경찰문제를 심층보도해온 지역신문 기자에게 털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손자 디젤을 안고 있는 잭 얀티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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