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노인 단체장의 탈북여성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9일 기자회견이 열리던 워싱턴한인연합회관에서 이를 지켜보던 노인들이 내뱉은 얘기다 “미국에서는 여성의 동의가 없으면 악수조차 큰일 나는 거 모릅니까? 참 답답하네요.” “난 내 손주라도 함부로 하지 않아요.” “식당에 가면 젊은 여종업원에게 민망한 말들을 툭툭 던지고 전화번호를 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아주 무례하고 위험한 행동이에요.”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바로잡기 위한 회견의 취지에서 벗어나 한 개인을 무조건 성토하는 듯한 분위기가 적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노인들이 대단히 심기가 불쾌하다는 것은 충분히 감지됐다. “이번 성추행 사건이 한인노인사회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수치를 느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그룹은 노인들만이 아니다. 누구든 기사를 읽었다면 끌끌 혀를 찼을 것이고 피해자인 탈북 여성에게 대신 깊이 사과하고픈 마음을 가졌을 터이다. 나이 어린 여성,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와 정착에 애쓰는 그는 어느 모로 보나 약자다. 한 순간의 충동이었다고 해도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다. 가해자가 사실을 인정하며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은인자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 같은데도 찝찝한 구석이 남는 것은 아직도 한인들이 미국사회를 다스리는 룰과 ‘정의’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추행이 얼마나 엄중히 처벌되는 범죄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생활 자체는 여전히 한국적 관습과 잘못된 편견에 붙잡혀 있는 한인들이 많다. “나이 많은 어른이 젊은 애가 예뻐서 그랬는데 뭘 그런 걸 가지고...”감히 이렇게 속으로 사고를 하는 것도 문제인데 밖으로 이런 말을 툭 던지는 사람을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사회에 봉사를 많이 한 분의 추락이 측은하다는 뜻이겠지만 사건의 초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2년이 지났는데 왜 이제야 문제 삼느냐며 피해자 측을 의심스럽게 보는 시선도 거둬야 한다. 피해자는 그 상처를 평생지고 가야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탈북 여성을 포함해 가장 약한 자들이 보호받는 사회가 성숙하고 진정으로 살만한 곳이다.
우리는 철저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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