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 상승으로 결빙기간 짧아져 가능
▶ 중국~유럽 항해기간 수에즈 항로보다 2주 짧아 중국“수출단가 하락 무역에 새 장”대대적 홍보 과학계선“얼음 녹는 속도 너무 빨라”긴장 고조
중국 국영 코스코 선사의 1만9,000톤급 화물선‘용셍’이 지난 8일 첫 북극 항로 항해를 시작하기 전 출발지인 대련항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 사진>
지구의 뱃길이 변하고 있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동서양을 오가던 뱃길이 운하를 통해 지구촌 무역 길을 단축시키더니 이번에는 지구의 기후변화가 새로운 뱃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덩이 북극해가 녹아내리면서 새로운 북극 뱃길이 열리고 있다. 운송비 절약 등 경제적 측면에서는 좋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로 대단히 나쁜 소식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주 수에즈 운하가 아닌 북극 항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가고 있는 중국의 화물선을 예로 들면서 새롭게 열리는 북극 뱃길을 소개했다.
중국의 화물선 ‘용셍’(Yong Seng·한국어는 용성)호는 중국 화물선 뱃길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중국에서 북극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처음으로 항해 중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전통적인 남쪽 항로 대신, 북극 얼음길을 헤치고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뱃길 도전에 나선 것이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항해기간을 2주나 앞당길 수 있다.
중국 국영 선사인 코스코(Cosco) 그룹 소속의 1만9,000톤급 화물선인 용셍호는 지난 8일 대련항을 떠나 베링해를 통과해 오는 9월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다. 수에즈 운하와 지중해를 거치는 남쪽 항로는 48일이 걸리지만 북극 항로는 35일로 크게 줄어든다.
중국 언론들은 3,400마일에 걸친 북극 항로(Northern Sea Route·NSR)가 중국과 유럽 무역에 새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코스코 측은 북극 항로가 상당량의 아시아 상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통행 전년 대비 100배가량 늘어나
NSR은 대략 8,100해리(1해리는 1,852m)의 거리다. 상하이-로테르담 항로로 이용돼 온 수에즈 항로보다 2,400해리나 단축된다.
코스코는 올해 초 용셍호의 북극항로 첫 항해 계획을 발표하면서 “북극항로는 뱃길을 12~15일 단축시킬 수 있어 해양산업의 ‘황금 뱃길’로 불린다”고 말했다.
용셍호가 북극 항로를 택한 것은 최근 수십년 동안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 결빙기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 NSR 행정국은 올해 여름에만 시베리아 영해를 지나는 선박 통행 허가서를 393건 발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46건과 2010년 단 4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선박 통행은 뱃길이 얼음에 막히지 않는 7월부터 11월 말까지 가능하다.
NSR 기상국의 세르게이 발마소브 국장은 “최적기는 전체 항로에 얼음이 거의 없는 9월과 10월”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면 통행 허가 신청이 상당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기후변화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쇄빙선 도움 없이 항로를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온이 계속 올라간다면 쇄빙기능이 없는 선박들도 항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선박을 이용한 운송비가 크게 절약될 것이고 항해시간도 줄어들어 수입품 가격 역시 하락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극 얼음 30년 만에 절반 줄어미국 국립 ‘적설·결빙 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의 얼음면적은 86만스퀘어마일로 1979년 180만스퀘어마일보다 무려 53%가 줄어들었다.
미국 각종 기후 항공관련 단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데이터 센터의 마크 세레즈 국장은 얼음이 녹는 비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돼 과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레즈 국장은 “북극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앞으로 20년 후에는 여름기간 북극에서 얼음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해운사들이 기뻐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북극의 기온은 지난 50년 동안 섭씨 4도가 올라갔다. 이는 과학자들조차 심각하게 우려하는 속도의 온도 상승이다.
세레즈 국장은 “지구 온도가 1도 정도 올라간 것에 비한다면 지나치게 빠른 증가”라면서 “섭씨 4도 상승은 화씨로 7.2도 상승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극 항로 아직은 미미
북극 아시아-유럽 항로는 전체 무역량의 15%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유럽 항로는 베링해협과 시베리아해를 지나 빌키츠키 해협을 건너면 유럽 항구에 도달할 수 있다.
북극 항로 개발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더 이상 비밀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5월 북극 영토 8개국이 참여하는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북극 항로가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선사 측은 북극 항로가 가진 경제적 잠재력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기까지는 수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무역회사 고객들이 많은 한 그리스 선사 관계자는 “항로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 (항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면서 “항해 가능기간이 너무 짧아 예기치 못한 결빙으로 배가 고립된다면 고객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쇄빙선 대여에 따른 비용부담도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후변화가 계속돼 기온이 올라간다면 항로는 확실히 바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적 시각
코펜하겐 소재 ‘시인텔 마리타임 분석’의 라스 젠슨 대표는 선박회사들은 운송비 절약을 위해 대형 선박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대형 선박들은 너무 커서 북극 항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 선박들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엔진을 사용하던 낡은 선박이나 작은 화물선보다 한 컨테이너 당 연료비 소모 비율이 평균 25% 낮다. 따라서 북극 항로가 거리는 짧지만 대형 화물선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북극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화물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들 선박의 컨테이너당 연료 소비량과 비교해 보면 가격 절약효과가 별로 매력적인 것은 아니라고 그는 밝혔다.
해운산업 통계를 모으는 ‘로이드 리스트’는 8년 후인 2021년 북극로를 이용해 운반되는 화물량을 1,500만톤으로 예상했다. 이 운송량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량에 비하면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화물선은 1만7,000척이며 화물만도 9억톤에 달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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