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치 본드(church bond)를 아시나요
한인 교회들은 대부분 은행 융자를 받아 성전 신축이나 증개축에 나선다. 은행 융자는 보통 변동 이자율이어서 재융자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월페이먼트도 높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부동산 가치까지 하락해 은행 대출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적지 않은 미국 교회들은 은행 융자보다는 건물을 담보로 한‘처치 본드’(교회 채권·church bond)를 발행해 신축이나 증개축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미국‘처치 본드’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초기에는 교회가 발행하는 본드를 주로 교인들이 구입했다. 교인들은 푼돈을 모아 교회의 건축비용을 마련해 주고 교회는 정기적으로 교인들에게 돈을 갚아 나가는 방식으로 교회 채권을 운영했다. 교회가 부흥기를 맞았던 60년대 들어서는 본드는 교회의 재
정마련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교회 재정수단이므로 안정성이 높아 전문 금융 투자회사들마다 수익 높은 금융상품으로 개발했고 교인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선호하는 일종의 ‘뮤추얼 펀드’로서 각광을 받아 왔다.
은행 융자보다 쉽고 신도들에게 헌금강요 안해도 돼
우선은 교인들이 매입, 나머지는 외부 투자자들 유치
최고 30년 만기…자금확보 땐 언제든 조기상환 가능
미시간주 프리머스의 노스리지 교회는 처지 본드를 적극 활용하는 교회다. 교인수가 2만명에 달하지만 성전 증축을 위해 교인들에게 손을 내밀며 건축헌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처지 본드를 발행해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고 매주 헌금에서 본드 이자와 원금을 조금씩 떼어 대행 신탁회사에 적립시키는 방법으로 갚아 나간다. 이 교회는 1950년대부터 본드를 사용해 왔고 15년 전에는 교회 구입과 증축을 위해 수백만달러의 본드를 발행했다. 현재 발행 본드는 1,600만달러에 달한다.
교회 부동산이 담보
처치 본드의 기본은 교회 건물이나 땅 등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발행하는 본드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건물이나 부동산이라는 든든한 담보물을 확보하는 셈이다. 만약 교회가 본드 발행 때 약속했던 이자나 만기 때 원금을상환하지 못하면 본드 발행을 대행해 준 신탁회사가 담보로 잡은 재산을 처분해 본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준다.
교회는 일반 은행 융자와는 달리 고정 이자율로 장기간에 걸쳐 기금을 마련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건물을 구입하거나 신축 기금, 땅 구입 때 은행 융자를 받으려면 일정액수의 다운페이먼트가 필요하지만 본드를 발행하면 다운페이먼트가 필요치 않다.
또 일반 은행 융자를 받았다가 재융자를 하는 과정에서 종종 은행과 교회 재정담당자 간의 불미스런‘ 킥백’ 의구심으로 교회가 분열되는 사태도 있었지만 본드를 발행하며 이런 문제도 말끔히 사라진다.
최고 30년 만기 본드
교회는 본드 만기일을 6개월에서 25년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요즘은 30년짜리도 등장했다. 본드 이자율은 만기기간에 따라 2.5%에서 30년 8.5%까지 다양하다.
처치 본드의 발행 금액은 본드 대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7만5,000달러 이상이며 본드당 판매액은 250달러 이상이고 1,000달러가 보편적이다.
교회가 발행하는 본드는 보통 3가지 방법으로 판매된다.
첫째는 교회가 직접 교인들을 상대로 본드를 발행해 교인들이 이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신앙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것이므로 이자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둘째는 교인들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 본드 대행 브로커를 고용해 본드를 대행 판매하게 해 주는 것이다.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것이므로 시세에 따른 이자율이 적용된다.
셋째는 대행 브로커가 전체 발행 본드를 금융상품으로 내놓고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대행 브로커를 고용하면 본드 신탁 및 관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발행액의 1.5~2%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처치 본드의 장점은 만기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20년짜리 만기 본드를 발행한 교회가 만기일 이전인 10년 만에 모두 갚는다고 해도 벌금을 물지 않는다. 교회에서 충분한 자본이 확보되면 언제라도 갚을 수 있다.
이자율은 높아
교회 입장에서는 지불해야 할 이자율이 일반 은행 융자나 기업 발행 본드보다 높다. 하지만 까다로운 은행 융자조건보다 훨씬 수월하게 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단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교회들의 이용이 많다.
이자율이 높은 이유는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교회 본드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신용등급 기준이 없다. 다시 말해 일반 기업이나 정부발행 본드보다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부 분열이 생겨 교회 목사가 교인을 데리고 나가버리면 교회의 재정이 악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본드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 교회 헌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재정적 압박이 심해져 자금 상환이 어렵게 된다.
대형 교회 본드 신탁회사인‘ 릴라이언스 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발행을 대행해준 13억달러 교회 본드 중 10%가 체납상태이다. 이는 역대 1%미만이었던 체납률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아직 담보 부동산을 차압하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라고 앤소니 거슬리 대표는 말했다.
처지 본드 발행조건
처지 본드 대행 신탁회사들은 교회의 성장 가능성에 주시한다. 교인 1인당 헌금 비율, 과거 재정기록과 성장비율, 현 교회건물의 에퀴티 정도 등을 고려한다.
교회는 매주 또는 매월 신탁회사에 이자와 원금을 스케줄에 따라 적립한다. 교회는 이자와 원금 페이먼트를 운영비 사용에 앞서 우선적으로 신탁회사에 적립시킨다. 또 교회는 만기 이전 언제라도 벌금 없이 원금을 상환할 수 있다. 교회에서 낸 페이먼트는 신탁회사에서 매 3개월마다(또는 6개월) 본드 구입 투자자들에게 복리 이자로 환산해 지불한다. 본드가 만기되면 신탁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모두 돌려준다.
처치 본드 구입 때 유의점
투자자 입장에서는 처지 본드의 안전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교회의 신용등급을 계산해서 투자가치를 점쳐주는 등급 시스템이 전무하다. 처치 본드의 수익률이 일반 회사나 정부본드보다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말이다.
만약 교회의 재정이 악화돼 이자와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면 본드 발행을 대행해준 신탁회사에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처분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차압 절차를 밟게 된다. 따라서 해당 교회의 교인들이라면 모를까, 처지 본드가
일반 투자자들에 안전한 투자처만은 아니다. 따라서 본드를 구입하기 전에 해당 교회의 재정 상태나 계약 약관, 또는 계획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은행 감독기관 같은 정부기구로부터 투자금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처치 본드를 한번 구입하면 아무리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도 만기 전까지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처치 본드 매매 때 커미션이나 거래에 따른 비용은 없다. 대신 교회가 신탁회사에 매매에 필요한 비용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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