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문가 “종전 전망 혼미”
▶ 미·이란 이견, 휴전 후 협상 가능성
▶ 협상 결렬 땐 미 지상전 배제 못해
▶ 변곡점 놓치면 전쟁 10년 갈 수도
▶ 종전해도 호르무즈 봉쇄 문제 뇌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 기간을 10일 연장(4월 6일)하면서 전쟁 종료 시점을 둘러싼 변수가 한층 복잡해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다음 달 8일을 종전을 위한 1차 분수령으로 꼽으면서도, 현재 상황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전면전 직전의 복합 위기 국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4월 8일’ 전후를 이번 전쟁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았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추도 기간(40일)과 이스라엘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동시에 종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상 종료 시점(4월 6일)은 개전 6주 차와 맞물리며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했던 ‘4~6주’ 전쟁 기간 종료 시기에 근접한 날짜”라며 “8일은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사망 40일을 맞는 시점인데 이날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중요한 의례이기에 이를 기점으로 이란 내부에서도 국면 전환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종료 시점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종전으로 가는 사전 단계로 휴전을 선언한 이후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확실하고, 지금 협상 환경이 조성됐다”며 “양측 이견이 커서 진척이 되지 않으면 먼저 휴전하고 추후 협상을 진행하는 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는 “이스라엘 유월절이 끝나면 이란이 동의하지 않아도 휴전이 일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 변곡점을 놓치면 재래식 저강도 전쟁이 길면 10년도 갈 수 있다”라고 짚었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이르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시기, 장소, 참석자 등은 유동적이다. 뚜렷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확전 옵션도 열려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협상 여부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전쟁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미국의 지상군 투입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쟁 행위가 중단되더라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항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호르무즈해협을 공습 억지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며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진 후에도 호르무즈해협 통제가 이어진다면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의 출구가 언제 열릴지와는 관계없이 전후 국제질서가 요동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역사의 한복판에서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과 비적대국임을 증명하라는 이란 사이에 낀 한국의 선택은 ‘몸 사리기’다. 한국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이 발표한 이란에 대한 호르무즈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빠졌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관련 이란과의 외교적 협상에도 선을 그었다. 국내 중동 전문가들은 이런 방관자적 정부의 태도가 “축적된 중동 외교 자산이 없기 때문”(이희수 교수)이라면서도 이제라도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오히려 미국과 이란 모두와 소통하는 위치를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유 교수는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제3국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파악하는 만큼 한국도 중재 외교 역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제 사회의 다양한 채널이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도 이 기회에 꼭 이란이 아니더라도 아랍 국가와 접촉하며 중재 외교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 이후의 국익을 고려해서라도 정부가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와 전략적 협력 관계인 만큼 더 움직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호위함 수주를 두고 한국과 각축전을 벌이는 프랑스의 경우 ‘중동 동맹국 방어’를 위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장 센터장은 이런 사례를 들어 “방산은 무기는 기본이고 우방국 정신으로, 장기적으로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한마디 거드는 말조차 안 한 한국이 경쟁에서 얼마나 우위를 지킬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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