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할리우드에서도 김지운의 스타일은 살아있었다.
’놈놈놈’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던 액션이 할리우드에서는 시속 450㎞의 슈퍼카를 타고 질주했다. 상황을 반전시키는 특유의 유머 역시 반짝였다.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는 그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 느낌은 아니지만, 데뷔작으로는 꽤 괜찮은 결과물로 보인다. 비슷한 제작비 규모의 다른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비하면 재미와 스타일 면에서 모두 낫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FBI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잡은 거물급 마약왕 가브리엘 코르테즈(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분)가 경찰 이송 도중 탈출해 멕시코를 향해 미국 남부로 도망친다. 그가 탄 차는 헬기보다 빠른 시속 450㎞의 튜닝 슈퍼카 ‘콜벳 ZR1’. 모든 경찰 저지선을 비웃으며 뚫고 몇 시간 만에 미국 남부 국경 인근 서머튼이란 시골마을에 다다른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조용한 시골마을 서머튼은 충직한 보안관 레이 오웬스(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키고 있다. 레이는 전날 국경과 맞닿은 농장의 주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하들을 시켜 조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이 농장을 이용해 코르테즈 일당이 국경을 넘을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FBI가 보낸 경찰특공대마저 코르테즈에게 농락당하듯 전멸하고, 마을에는 오직 레이와 부하 네 명만이 남아 군대에 가까운 코르테즈 일당에 무모하게 맞선다.
영화는 슈퍼카의 눈부신 속도와 마을의 느린 일상을 교차시켜 보여주며 완급의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슈퍼카의 엄청난 질주는 한국영화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시각적 현란함으로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악의 화신으로 보이는 이 슈퍼카가 따분할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에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은 긴박감을 자아낸다.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 무리와 악당들 간의 총격전 역시 꽤 역동적으로 연출됐다.
영화의 중후반부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레이의 부하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적들의 무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시퀀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뻔한 총격 장면을 그리 뻔하지 않게, 요리조리 변주한 솜씨도 좋다. 스쿨버스를 이용해 총격 시점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든지, 여러 명이 서로를 저격하는 구도가 액션 시퀀스를 풍성하게 한다.
배우들 중에서는 특히 FBI를 지휘하는 ‘존 베니스터’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돋보인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름값을 하는 묵직한 연기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존재와 함께 ‘이 영화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구나’라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한다.
다만, 영화의 전체 흐름에서 마약왕과 보안관의 대립 구도가 분명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초반의 이 30분가량이 느슨한 편이다. 영화에 재미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21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청소년관람불가.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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