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인터뷰
▶ 히치콕이 집착했던 여인 `The Girl’의 실제 주인공 티피 헤드렌
티피 헤드렌(시에나 밀러)이 다락방에서 새들의 공격을 받아 얼굴과 손에 큰 상처가 났다.
히치콕이 스릴러‘새들’(The Birds·1963)과‘마니’(Marnie·1964)를 만들 때 여주인공으로 쓴 금발 미녀 티피 헤드렌에 대한 그의 병적인 집념의 관계를 그린 케이블 TV HBO(20일 하오 9시 방영) 영화‘걸’(The Girl)의 실제 주인공인 헤드렌과의 인터뷰가 지난 7월31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영화에서 헤드렌으로는 시에나 밀러 그리고 히치콕으로는 토비 존스가 각기 나온다. 작고 마른 체구의 헤드렌(82)은 비록 얼굴에는 주름살이 잡혔지만 여전히 따갑도록 예뻤는데 새빨간 루지를 한 입술과 역시 새빨간 매니큐어를 한 손이 새파란 눈동자와 극적으로 대조를 이루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했다. 헤드렌은 히치콕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감개무량해 했는데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질문에 자세히 그리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품위 있는 숙녀였다.
당시는 감독이 여배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던 시절
그는 병적으로 날 스토킹
내 필적마저 분석하기도
다락방 새 공격 촬영 땐
실제 까마귀 갈매기떼 풀어
나의 저항에 대해 보복
시간 갈수록 횡포 심해져
*히치콕은 당신 외에도 그레이스 켈리와 킴 노박 그리고 에바 마리 세인트와 베라 마일스 등 다른 금발 미녀들을 자기 영화에 기용했는데 그는 이 여자들에게도 당신처럼 병적으로 집착했는가.
- 다른 여자들은 내가 직접 만나지를 못해 모르겠지만 베라 마일스(‘사이코’에서 재넷 리의 언니 역)는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안다. 그녀도 나처럼 히치콕의 마수를 과감히 벗어난 여자로 마일스가 나와 다른 점은 히치콕과의 관계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히치콕의 이름조차도 말하기를 꺼려했다. 히치콕이 여자를 괴롭힌 것은 한두 번이 아닌데 우리가 일할 때 할리웃의 스튜디오 시스템은 거물 제작들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체제였다.
*당신은 동물보호가로 유명한데 역시 동물을 사랑하는 브리짓 바르도를 만난 적이 있는가.
- 한 번 전화로 통화했다. 내가 그녀에게 나처럼 버림받은 사자나 호랑이를 보호하고 키울 보호소를 세울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관심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남성위주의 때에 어떻게 해서 히치콕과 같은 거물에게 대항할 수가 있었는가.
- 신심이 강한 나의 부모가 내게 도덕적 힘을 준 탓이다. 나는 히치콕의 병적인 집념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것은 옳지가 않다. 나는 여기를 빠져 나가야만 한다’고 결심했다. 영화계의 초거물 중 하나인 히치콕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무참히 모욕하고 당황스럽게 만들어 나는 그로부터 벗어나야만 했다. 그랬더니 히치콕은 내게 “내가 네 생애를 망쳐 놓을 것이야”라고 협박을 했다. 이에 대해 나는 “당신 마음대로 해. 난 그만 둘 거야”라고 응수해 줬다.
*당신의 딸 멜라니 그리피스가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당신의 경험 때문에 염려되지 않았는가.
- 난 딸이 자기를 뽑은 감독을 만난 줄도 몰랐다. 그래서 매우 놀랐다. 난 딸에게 배우란 레드 카펫이 전부가 아니라 고된 직업이며 모든 사람들의 감시와 주목을 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주지 시켰다. 딸은 자기 직업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 연기공부를 하면서 훌륭한 배우로 성공했다. 난 딸을 내가 자란 것처럼 강한 힘을 지닌 여자로 키웠다.
*당신의 사위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유명한 배우인데 그는 어떤 사람인가.
-멋있는 사람이다. 철저한 배우이자 제작자요 또 사업가이다. 훌륭한 아버지요 남편이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아직도 그렇게 미와 멋을 유지할 수 있는가.
- 일해야 하는 긴장감 때문이다. 난 사자를 비롯해 큰 고양이과 동물들을 많이 사육하기 때문에 한 달에 7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데 오히려 그것이 날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난 좋은 친구들이 있고 또 멋진 삶을 살면서 아직도 연기를 한다. 내 나이가 되면 매사 피로하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도널드 스파토가 쓴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얼마나 진실과 가까운가.
- 나는 지난 1970년대 초에 스파토를 만났다. 그는 내가 나의 경험을 처음으로 말해 준 사람으로 책의 내용은 모든 것이 전적으로 진실하고 정직하다. 스파토와 나는 그 이후로 친구가 됐다.
*영화에서 다락방에 들어선 당신을 공격한 새들이 진짜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해서 그럴 수가 있는가.
- 난 처음 각본을 일고 히치콕에게 이렇게 물었다. “히치콕씨 다락방에 살인 새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아는 내가 왜 그 방엘 들어가야 합니까”라고. 그랬더니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새의 공격에 대해 물었더니 히치콕은 기계로 조작되는 인공 새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촬영하는 날 조감독이 내 방에 와서 “인공 새들이 고장 나 진짜 새들을 써야만 한다”고 알려줬다. 히치콕은 처음부터 인공 새를 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자기의 관심에 내가 저항한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는 조련사를 시켜 4상자에 든 까마귀와 갈매기와 비둘기를 풀어 나를 공격하게 했다. 시간이 갈수록 히치콕의 나에 대한 횡포는 악화했다. 악몽이었는데 난 그로 인해 병원에서 1주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랬더니 히치콕은 나 없으면 영화를 찍을 수가 없다면서 1주일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이에 의사가 “당신 이 여자 죽이고 싶냐”고 항의를 하고 나서야 치료를 받았다.
*항상 히치콕의 옆에 있던 그의 부인 알마는 수수방관하고 있었단 말인가.
- 알마는 모두에게 수수께끼와 같은 사람이었다. 누구도 그녀와 히치콕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몰랐고 또 이해하지도 못했다. 한 번은 알마가 내게 다가와 “티피, 이런 고생을 해야 하다니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내가 “당신이 말릴 수도 있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더니 알마는 그냥 돌아서서 가버렸다.
*히치콕은 정말로 당신의 영화 인생을 망쳐 놓았는가.
- 그렇다. 난 그 때 그와 2년 전속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마니’ 이후 주에 600달러를 주면서 다른 사람들의 영화를 못 만들게 붙잡아 놓았다. ‘새들’과 ‘마니’의 성공으로 난 대뜸 할리웃의 뜨거운 스타가 됐는데 그 후 여러 제작자들과 감독들이 날 쓰려고 해도 히치콕이 놓아주질 않았다. ‘마니’로 내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도 히치콕의 방해로 싹부터 잘라져 나갔다.
*이 영화를 보고 감개가 무량했는가.
- 오만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 때의 나를 본다는 것은 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완전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
*히치콕의 학대를 받으면서도 왜 일찌감치 영화를 집어치우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만들었는가.
- 왜냐하면 영화를 둘러싼 다른 좋은 일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감독일 뿐만 아니라 드라마 코치였고 또 그의 주변에서는 내게 유익한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다. 히치콕에겐 좋은 면도 있었다.
*그의 당신에 대한 집념을 사랑이라고 보는가.
- 아니다. 그리고 잠깐의 바람기도 아니다. 끔찍한 집념으로 너무나 불편했다. 그는 내 필적마저 분석했고 또 항상 내 뒤로 사람을 따라 붙였다. 그것은 스토킹이자 병이었다. 난 그의 집념에 완전히 갇혀서 살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스튜디오 사장과 변호사 및 다른 배우들과 감독들은 왜 당신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가.
- 당시는 제작자와 감독들이 여배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 일이 다반사였다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런 짓을 막을 수 있는 법도 없었다. 지금 같았으면 난 부자가(그들을 고소해) 됐을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패션에 관심 있는가.
- 그렇다. 내가 패션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백화점의 패션 쇼 모델이 되면서부터 였다. 난 원래 아이스스케이터가 되려고 했는데 그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히치콕은 어떤 사람인가.
- 훌륭한 이야기꾼이자 관객을 조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고르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녔다. 그는 언제나 각본가의 옆에서 글을 감수했다. 그리고 그는 농담꾼으로 특히 입에 담지 못할 더러운 농담을 즐겨했다. 그는 언제 어디에서나 자기가 주인공이 돼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지 않으면 사교모임에도 나가질 않았다.
*영화에서 새들에게 공격을 받은 경험 때문에 새를 무서워하게 되지는 않았는가.
- 아니다. 북가주에 있는 나의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용으로 매일 500파운드의 고기가 필요한데 고기 때문에 까마귀 떼들이 몰려오곤 한다. 그들은 매우 영리해 우리가 몇 시에 어디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지를 알고 또 어느 동물들의 것을 훔칠 수 있는지도 안다. 난 까마귀들과 오히려 친해졌다.
*히치콕의 당신에 대한 섹스 집념이 그 뒤로 당신과 남자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가.
- 그런 일 없다. 나 그때 마치 정신병원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이 내게 미친 영향은 없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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