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영화.드라마.배우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시너지
"결국 콘텐츠.실력 준비된 자가 기회 잡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근 잇따라 세계무대에서 낭보를 전하면서 국내 대중문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장근석, 슈퍼주니어 등이 이끄는 기존 한류 붐과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해외 시장 진출이 더해지면서 한류가 또 한 단계 도약을 맞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은 드라마에서 시작해 아이돌그룹이 한류를 주도해왔다. 자본과 시간, 스타의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이돌그룹이 아닌 ‘B급 아저씨’ 싸이가 세계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붙들고, 한국영화계 이단아이자 철저한 비주류인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면서 한류는 또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싸이와 김기덕은 한국 가요계와 영화계를 대표하거나 보편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대표성과 보편성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해석이다.
대중문화의 홍보·마케팅 수단과 유통 경로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고, 그를 통해 한류가 뻗어나갈 무대가 점점 더 넓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해서 한류가 되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곧 한류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일 관계 냉각 속에서도 일본 내에서 장근석의 인기가 굳건하고, 배우 배두나와 김윤진 등이 국내보다 할리우드에서 더 대접받는 현실도 이러한 변화된 흐름의 방증. 결국 콘텐츠와 실력으로 준비가 돼 있다면 세계무대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 순간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인정받게 됨을 이들은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의 각 분야, 다양한 엔터테이너들이 이제는 ‘따로 또 같이’ 전방위적으로 실력을 발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안 인베이젼(KOREAN INVASION)’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김기덕이 한국영화 대표?..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에까지 영향 끼칠 것" = ‘피에타’의 세계적인 쾌거는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황금사자상 수상이 한국영화계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이 상업영화를 지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예술영화로서의 입지와 명성을 굳건히 했다고 해도 그의 성공이 한국영화의 메인 흐름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베니스 수상 직후 ‘피에타’의 관객수가 급증한 것은 적어도 이번 수상이 대중에게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줬다. ‘피에타’는 개봉 6일 만인 11일 관객 10만 명을 넘어섰다.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전찬일 평론가는 "김기덕의 이번 수상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관객수의 증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에 수상을 못했으면 10만은커녕 2만-3만도 못 모았을 영화에 관객이 움직이고 있다"며 "그동안은 해외영화제 수상이 뭐 대수냐는 자조가 많았지만 이번에 관객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해외 수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기덕은 ‘영화제 감독’이라는 인식에 대해 최근 방송에서 "영화제는 국내 배급망을 탈 수 없어 거지처럼 개봉해야 하는 영화에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마케팅을 할 기회"라며 "영화제 감독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길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그의 바람대로 ‘베니스 효과’가 나타나면서 이것이 제2, 제3의 김기덕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능있는 영화계 인재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했으며, 아울러 예술영화에 대한 정책적,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연구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다.
해외에서도 한국영화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기덕은 그간 유럽 영화계의 편애를 받았지만 이번 베니스에서 그의 황금사자상을 전망하고 밀었던 쪽은 로이터통신, 할리우드리포터 등 미국 언론들이다.
전찬일 평론가는 "김기덕이 미주지역까지 뻗어가는 스타감독이 됐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한국영화계의 숙원 중 하나인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덕의 예술영화가 거둔 성취가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관계자들의 시선을 환기시키면서 세계 최고 상업영화 축제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외국어영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포석도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을 뽑는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와 ‘봄여름가을겨울’ 등 칸과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에 투자책임으로 참여했던 김장욱 펀치볼 대표는 "분명한 것은 이번 황금사자상 수상이 한국영화계에 오랜만의 큰 자극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렇다고 김기덕 자체가 갑자기 한국영화계의 메인스트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음지의 장인들도 빛을 볼 기회가 있음을 증명했고 예술영화가 상업영화와는 별개이면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싸이의 성공, 콘텐츠 자체가 경쟁력임을 증명" =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공개 59일 만인 지난 11일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4천만 건을 넘어서며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성공으로 생각지도 않게 단숨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해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했고 MTV 시상식과 LA다저스 경기장에서 말춤을 선보인 데 이어 미국의 각종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세계인이 동시에 주목하는 ‘월드스타’가 됐다.
1995-96년 세계를 반짝 강타한 ‘마카레나’ 열풍과 비교해 싸이의 성공이 일회성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사 그렇다 해도 싸이가 거둔 성과는 2012년 팝 역사에 뚜렷이 기록될 만큼 엄청난 것이며 그의 성공은 콘텐츠만 제대로 있다면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세계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해석한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제 거대한 자본이나 메이저 회사에 의존하는 홍보가 필요없는 시대가 왔음을 싸이는 새삼 증명했다"며 "이미 아이돌그룹들이 SNS의 덕을 보고 있었지만 철저하게 소속사 차원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원이었다면 싸이는 그럴 의도 없이 오로지 콘텐츠가 스스로 경쟁력을 발휘한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그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아이돌그룹이 시간을 들여 공략한 세계시장에 싸이가 단번에 진출했다는 점은 그가 B급 정서를 추구하면서도 대중이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냈기 때문"이라며 "’강남스타일’의 히트가 우연으로 보여도 알고 보면 그가 지금껏 꾸준히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기덕과 마찬가지로 싸이도, ‘강남스타일’도 K팝의 메인스트림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자생적으로 발생·발전하고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이는 곧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이 됐다.
싸이의 성공은 후발주자들에게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또다른 성공모델을 제시했으며, K팝의 한단계 도약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 뛰어넘는 엔터테이너의 끼와 힘으로 승부해야" = 싸이와 김기덕이 단숨에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아시아에서는 지난 2년간 장근석이 최고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그는 일본에서 배용준을 능가하는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인기는 중국과 동남아에도 상륙한 상태다.
장근석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2010년 해외 시장을 공략한 후 연기자로서는 물론이고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미남이시네요’ 이후 작품으로는 히트작이 없다. 하지만 그는 꾸준한 공연으로 해외에서 많은 관객을 몰고 다니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근짱’이라는 별명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장근석의 중국 트위터 시나 웨이보의 팔로어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시나 웨이보를 이용하는 비중화권 연예인 중 최다 팔로어수다.
장근석의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의 김병건 이사는 "일본 등 해외팬들은 장근석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고 외교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겨도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는다. 장근석의 팬문화는 매우 특이하면서도 단단하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에서는 김윤진과 이병헌, 배두나가 이름 석자를 휘날리고 있다.
특히 김윤진은 세계적인 히트작인 ABC의 드라마 ‘로스트’로 명성을 얻은 데 이어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ABC의 새로운 드라마 ‘미스트리스’를 촬영 중이다.
’로스트’ 크레디트에서 여섯번째로 이름을 올렸던 그는 ‘미스트리스’에서 두번째로 이름을 올린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시리즈에 이어 ‘레드 2’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배두나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SF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연 배우로 발탁돼 지난 8일(현지시간) 제3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에서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억2천만 달러(1천3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클라우드 아틀라스’에는 배두나를 비롯해 톰 행크스, 할 베리, 휴 그랜트, 수전 서랜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그들 속에서 연기한 배두나는 토론토 현지에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들 배우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실력과 언어로 무장한 한국의 많은 배우가 엔터테이너로서의 끼와 힘을 발휘하며 ‘한국인’을 넘어서는 활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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