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인터뷰
▶ ’레드 훅 여름’ 스파이크 리 감독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채즈(왼쪽부터)와 이낙 목사 그리고 플릭.
24일 개봉된 브룩클린의 흑인 거주지역 레드 훅 주민들의 삶을 그린‘레드 훅 여름’(영화평 참조)을 감독한 스파이크 리(55)와의 인터뷰가 지난 14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빨간 야구 모자에 농구선수 그림이 인쇄된 백색셔츠를(그는 뉴욕 닉스의 열렬한 팬이다) 입은 리는 인터뷰 내내 서서 질문에 답했는데 약간 설교조이긴 했으나 위트와 유머를 섞어 군더더기 없는 직선적인 답을 했다. 눈초리가 매서운 리는 기분이 매우 좋은 편으로 친절하고 상냥해 영화에서 흑인이 받는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보여주는 분노와 호전적 인상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올드보이’의 리메이크를 연출할 예정인데 인터뷰 후 기자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한국 독자들에게 내가‘올드보이’를 감독한다는 사실을 알려 달라”면서“한국 사람들이 이 사실을 벌써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난 뻔한 영화는 안만들어
그래서 처음부터 반전 마련
*이 영화는 당신 돈으로 만들었는데.
- 돈만 내 돈일 뿐이지 영화 제작이야 똑 같은 일이다. 제작진의 3분의 1은 내가 가르치는 뉴욕대학의 학생들이다. 난 처음부터 이 영화가 스튜디오영화가 아님을 잘 알았다. 그래서 배급도 내가 했다. 이 영화는 민초들의 것으로 그들의 입 선전에 사활이 걸리다 시피한 영화다.
*이 영화는 브룩클린을 무대로 한 당신의 여러 작품의 최근작으로 ‘브룩클린 연대기’라고 하겠는데.
- 그렇다. 내가 자란 포트 그린에서 지난 1986년에 찍은 ‘쉬즈 갓타 해브 잇’으로 시작해 ‘두 더 라잇 딩’, ‘크룩클린’, ‘클락커스’ 그리고 ‘히 갓 게임’에 이어 브룩클린을 무대로한 여섯 번째 영화다. 브룩클린은 매우 흥미 있는 동네로 다양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훌륭한 동네로 아름답고 또한 추한 곳이다.
*영화가 끝에 너무 급작스런 반전을 해 혼란스러운데.
- 나는 점을 찍은 뒤 그에 따라 선을 긋는 식의 공식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런 반전을 마련했다. 이 영화는 여느 영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난 제자들에게 감독은 늘 관객을 앞서 가야한다고 가르친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관객들이 미리 그 것을 안다면 그 건 좋은 것이 아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말이 많은 반면 뚜렷한 해결책은 안 내 놓는데.
-‘두 더 라잇 딩’ 때도 인종차별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혼자 레드 훅의 흑인과 히스패닉의 80%에 달하는 실업률과 심장병과 천식과 고혈압 그리고 갱문제를 해결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이 영화에서 그 것을 해결한다면 그 것은 거짓이요 디즈니영화일 뿐이다. 난 다만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답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3관왕이 된 유세인 볼트를 비롯해 많은 흑인선수들이 육상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는데 흑인들은 특별한 근육이라도 갖고 있는가.
- 뛰어난 흑인 운동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운동선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자주 피부 색깔이 거론되곤 한다. 유세인 볼트가 이겨 기쁜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달리기와 농구 외에 다른 것도 한다. 질문 해줘서 고맙다.
‘두 더 라잇 딩’ 한국인을
인종차별자로 묘사한건 아냐
*당신은 ‘두 더 라잇 딩’에서 한국인을 인종차별자로 묘사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 하는가.
- 그 게 무슨 소리냐. 난 결코 그렇게 묘사했다고 생각 안 한다. 내 본의는 아니었지만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 한다면 사과한다.
*최근 본 영화는 무엇이며 어떤 감독을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 하는가.
- 이 영화를 만들고 ‘올드보이’를 준비 하느라 영화를 본지가 오래 된다. ‘배트 맨’ 은 아직 안 봤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을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또 다른 인디영화 감독 우디 알렌은 외국에서 돈을 구해 영화를 만드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우디는 유럽에서 제작비를 구했고 나는 내 은행 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00만 달러 미만이고 18일만에 찍었다. 우디나 나나 결국 돈이 있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할리웃과 당신의 관계는.
- 내가 할리웃영화를 만드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영화에 달렸다. 나는 할리웃영화도 만드는 인디영화인이다. 이 것 아니면 저 것 식이 아니라 둘 다 만드는데 별 문제 없다. ‘올드보이’는 내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고른 15편의 위대한 영화의 목록을 보니 할리웃 전성기인 30년대와 40년대 것은 없는데 그 때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가.
- 관심이 있지만 리스트에 안 올랐을 뿐이다. 난 한 잡지사로 부터 그 부탁을 받았을 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학생들에게 꼭 봐야할 영화 100편을 제시하곤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요즘 학생들이 ‘스타 워즈’ 이전의 영화에 대해선 깜깜 무소식이라는 사실이다.
*다가올 미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미국 정치에서 고칠 점이 하나 있다면 그 것은 무엇인가.
- 접전이 될 것이다. 난 오바마를 지지하면 그가 재선 되기를 바란다. 고칠 점은 후보들이 쓰는 선거비용에 상한선을 두자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선거자금을 많이 걷지 못하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그래서 상한선을 두자는 것인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줄 잘 안다.
*학교에서 미술과 문학을 가르친 당신의 어머니로 부터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가.
-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엘 다니진 않았다. 내 아버지는 재즈 음악인으로 밥 딜란과 주디 칼린스 그리고 피터 폴 앤 메리등을 위해 베이스를 연주했다. 아버지는 영화에 관심이 없어 어머니는 영화엘 갈 때 마다 날 강제로 끌고 갔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어머니 때문에 예술과 접촉할 수가 있었다. 우리 집은 예술가 집안이었는데 난 사실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내가 영화를 하고자 결심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당신의 10대인 아들과 딸은 당신과 달리 미국을 보는가.
- 물론이다. 그들은 말콤 X와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도 못 봤고 민권운동을 하는 흑인들에게 경찰이 개를 풀고 호스로 물을 뿌리는 모습도 못 봤다. 그들은 그런 일을 역사책을 통해서 알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두를 보면서 자랐다. 그 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신은 인터넷을 통해 당신이 고안한 옷을 팔고 있는데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는가.
- 나는 늘 T셔츠를 좋아했고 대학 때도 그 것을 팔았다. 영화를 만들면서 부터는 영화의 T셔츠도 팔았다. 그리고 난 야구모자를 좋아한다. 별 것 아니다.
*당신은 남이 가기를 두려워 하는 곳에 과감히 들어서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를 얻는가.
- 나는 나의 부모와 조부모의 산물이다. 나와 나의 형제 자매는 집에서 늘 마음에 있는 것을 말하기를 겁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 것이 내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 뿐이다.
*지도자란 무엇인가.
- 사람들이 따라 올 수 있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필요할 때 재빨리 결정을 할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다.
*영화산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보는가.
- 얼마 전만해도 여름 방학철에는 블록버스터영화가 가을 철이 되면 오스카 타입의 영화가 나왔는데 요즘은 1년 열두달 블록버스터영화가 나온다.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성숙하고 진지한 내용을 지닌 영화들을 많이 잃고 있다. 요새는 영화의 제작비와 현상비 그리고 광고 선전비가 너무 비싸 스튜디오들은 소규모의 이익을 내는 영화는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소위 텐트폴영화들의 속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요새는 영화를 만들기 전 회의에 마케팅 사람들이 참석해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그들이 마케팅을 할 수가 없다면 그 영화는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것은 관객에게는 좋지 않은 현상이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 수가 있는가.
- 배우나 나나 모두 사전에 준비를 완벽히 한 뒤 세트에 나오면 속전속결 식으로 영화를 찍는다. 자기가 맡은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세트에서 매일 18시간씩 있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영화인 ‘인사이드 맨’도 40일만에 끝냈다.
박찬욱 감독의‘올드보이’
미국 색채로 리메이크할 것
*왜 ‘올드보이’를 감독하기로 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만났는가.
- 아직 못 만났다. 내가 감독으로 결정되기 전에 먼저 조쉬 브롤린이 주연으로 선정 됐으며 그는 감독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조쉬는 ‘올드보이’를 사랑하지 않는 감독과는 함께 일 할 생각이 없었다. 리메이크의 각본은 아주 훌륭하다. 난 아직 한 번도 리메이크를 만든 적이 없어 도전이긴 하나 조쉬가 있으니 별 걱정 없다. 박감독의 ‘올드보이’는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는 오리지널에 지극한 경의를 표하지만 그 것의 장면 장면을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작의 뜻을 존경 하면서 미국적인 색채로 재생시킬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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