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모자들’ 개봉.."연기 할수록 진지해져"
"얼굴에 불만은 없어요. 재료는 있는데 잘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 앞으로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4년 전 한 휴대전화 CF에서 "네, 부장님!"이라는 대사로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린 최다니엘. 당시 22세였던 그는 실제로 직장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튀지 않는 깔끔한 신입사원의 얼굴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15초의 짧은 장면 안에서 평범한 듯한 얼굴로 보여준 그 연기는 통했다.
꽤 히트를 친 이 광고로 그의 될성부른 싹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연출한 표민수 PD. 송혜교·현빈 주연,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그사세 폐인’이라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낳은 이 드라마에서 최다니엘은 비중 있는 조연으로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곧이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다음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도 다시 히트를 쳤다. 이후 드라마 ‘더 뮤지컬’ ‘동안미녀’(2011), 최근작 ‘유령’까지 그는 쉼 없이 달려왔다.
깎아놓은 듯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연예인치고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그 점이 더 다양한 역할에 어울리게 했다.
새 영화 ‘공모자들’에서도 그는 평범해 보이는 보험회사 직원 역할을 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23일 을지로에서 만난 그는 기발하게도 ‘얼굴 사용법’에 대해 얘기했다.
"콤플렉스가 있다면 내가 얼굴을 잘 쓰질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아요. 얼굴이 평범해서 이미지가 잘 바뀐다고들 말씀하시는데 빛에 따라서도 다르고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건 좋아요. 그런데 양날이 있는 건 한 장면을 찍어도 여러 방향에서 잡는 앵글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거예요. 일관된 느낌을 줘야 하는데 자꾸 달라지니까요. 그럴 때마다 ‘내 얼굴을 더 잘 파악하고 사용법을 익혀서 잘 써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186㎝에 달하는 훤칠한 키에 어떤 역할이나 무리 없이 어울리는 얼굴은 배우로서 천혜의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일찍부터 그런 조건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않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정한 그에게 연기는 일찍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통로로 느껴졌다. 그렇게 큰 꿈이라고는 없이 시작한 연기인데 이상하게 하면 할수록 오기가 발동했단다.
"처음에 연기학원에서 어떤 강사님이 아주 정형화된 연기를 가르쳤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입증하고 연기에 대한 정형화된 생각을 깨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연기에 더 진지하게 다가가게 됐죠."
여기저기 오디션에서 100번 넘게 떨어졌지만, 다른 지망생들에 비하면 무명생활이 길지는 않았던 편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일찍 길을 찾은 편이고요."
’지붕 뚫고 하이킥’은 그에게 ‘뿔테 안경’이라는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어줬다. 실제로는 시력이 아주 좋다는 그는 당시 외곬 의사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알 없는 뿔테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이킥에서 안경 낀 모습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줘서 그 이후로 쓰게 됐는데 주로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는 TV 출연을 할 때에는 쓰고 나가고 영화를 할 때는 좀더 나만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 민얼굴로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알 없는 안경이 저에게는 대중과의 간접적인 소통 수단도 되는 것 같아요. 언론 인터뷰할 때에도 알 없는 안경을 왜 쓰냐고 많이 물어봐 주시고 거리에서 지나가는 분들도 ‘오늘은 왜 안경 안 썼냐’ 이런 식으로 말 한마디라도 더 걸고 그러거든요(웃음)."
최근작 ‘유령’은 단 2회 출연에 불과했지만, 정의로운 경찰을 꿈꾼 천재 해커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그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서 굳이 분량도 적은 ‘유령’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있을지 몰라도 큰 배역, 작은 배역은 없다고 생각해요.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배역이 24번 퍼즐이라면 그게 한 조각에 불과할지라도 100개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일 수 있잖아요. 분량이 많고 적고는 개의치 않았아요. 대본을 읽어보니 글이 좋아서 곧바로 한다고 했죠."
이번 영화 ‘공모자들’은 김홍선 감독의 구애에 마음이 넘어갔다.
"감독님이 대본에 편지를 동봉해서 주셨는데 대본 한 장 한 장마다 제 이름을 일일이 종이에 적어서 붙여주신 걸 보고 감동했어요. ‘내가 설령 연기를 잘 못하고 의견충돌이 있더라도 나를 상하게 하진 않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완성된 작품을 볼 때마다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좋다고 했다.
"정말 고생하면서 열심히 찍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면 보이는 부족한 것들이 있죠. 하지만 한 발 떨어져 봤을 때 아쉬운 것들이 보이는 그 자체가 감사한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내가 그때보단 더 넓은 걸 보게 됐구나, 조금은 더 성장했구나’ 하고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내를 잃어버리고 애타게 찾아 헤매는 남자 ‘상호’ 캐릭터는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그 역시 연기 톤을 조절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스릴러 영화는 두 번 세 번 봐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반복해서 보다 보면 ‘아, 그래서 저랬구나’ 하는 게 보이거든요. 두 번 보면서 숨은 연기를 찾아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그사세’와 ‘동안미녀’의 쾌활하고 까불대는 캐릭터와 ‘…하이킥’ ‘유령’ ‘공모자들’의 진지한 캐릭터가 다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그는 수줍어했다.
"저 알고 보면 허당이에요(웃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날 찾아주는 곳이 있고 내가 명분을 갖고 설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그래서 연기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날카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평소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해요. 하하."
다음 작품은 ‘시라노…’에서 호흡을 맞춘 김현석 감독의 신작 ‘AM 11:00’이다. 촬영 직전 김무열의 하차로 그가 하게 됐다. 한국형 SF스릴러를 표방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이동을 하는 얘기다.
"처음에 저한테 왔던 시나리오인데 당시 사정이 잘 안 맞아서 고사했다가 저한테 다시 온 거예요. 결국 제가 할 운명이었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에요. 연기 스타일이 조금 달라질 것 같은데 기대해주세요(웃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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