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으로도 분위기 반전 못해..구성원 갈등 ‘진행형’
오는 18일 MBC노동조합이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한 지 한 달을 맞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구성원간 갈등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노사간 대립은 여전히 첨예하다.
노조를 중심으로 김재철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계속되는 사내 갈등에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림픽 방송 ‘참패’..’PD수첩’ 사태 파장 = MBC는 런던올림픽 방송을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여겼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사 중 최하위에 머물렀고, 어이없는 방송사고와 불필요한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사측은 지난 14일자 특보에서 "170일간의 파업과 후유증 속에서 준비한 방송치고는 상당히 선전했다"고 자평했지만 타방송사와 경쟁에서 참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PD수첩’ 작가 교체 결정은 방송작가 사회까지 들쑤시며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사측이 작가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교체를 결정한 것을 두고 작가들의 생존권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방송사 안팎에서 잇따랐다.
제작 자율성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시사매거진 2580’은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아이템 폐기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담당 부장이 이미 승인이 난 아이템을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취재 중단을 지시하면서 폭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일련의 문제를 두고 노조가 잇단 문제제기를 하자 사측은 이달 초 특보를 통해 "노조원들의 회사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며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는 행위는 해사 행위"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계약직 인력 갈등 ‘도마 위’ = 업무복귀 전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파업기간 채용된 계약직 인력과 갈등이었다.
사측은 파업 기간 계약직 인력 66명을 채용했다.
노조가 이들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계약직 인력들은 보도국과 시사교양국을 중심으로 제작현장 곳곳에 투입됐다.
노조가 업무에 복귀한 지 한 달이 다 된 지금 계약직 인력의 업무 적응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MBC보도국의 한 노조원은 "시용 인력들의 미숙한 현장 대처 능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려온다"며 "아무리 애를 써도 본의 아니게 사고가 계속되다 보니 조직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올림픽방송에도 계약직 인력이 상당수 투입됐다. 올림픽방송단이 파업기간 꾸려지다 보니 숙련된 기존 인력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던 것.
스포츠제작국 관계자는 "올림픽처럼 중요한 이벤트에서 숙련 인력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역량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며 "게다가 서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어이없는 사고가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계약직 인력에 대한 집단 따돌림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말 사측은 노조원들이 대체 인력과 식사도 안 하면서 사실상 집단 따돌림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문제로 삼은 사안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합원들의 도덕성을 매도하려는 사측의 비방전이라고 반박했다.
◇대규모 이동 인사 후유증 = 업무복귀에 맞춰 단행된 대규모 인사의 후유증도 크다.
지난달 17일 인사개편에서 평사원 인사해당자 128명 가운데 50여 명이 타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출된 사람들은 업무 적응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발령난 신설부서로 가보니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었다든지 일을 주지 않아 책상에 앉아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든지 하는 웃지 못할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총원의 32%가 해고, 정직, 대기발령 등 징계를 받은 시사교양국은 업무 공백을 빚고 있다.
’PD수첩’은 기존 제작진의 절반 이상이 교체된 가운데 메인 작가들의 교체 사태로 사실상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진행자가 타부문으로 전출된 ‘불만제로’는 일선 제작진의 반발에도 폐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른 부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노조원은 "일은 어떻게든 돌아가게 한다지만 서로 웃고 떠들면서 회식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사측의 행태 때문에 내부적으로 부글부글하는데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회사의 미래는 편성에 달려 있다"며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은 개편의 기준을 경쟁력으로 삼고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은 모두 개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