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을 빚다가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 문제의 파장이 간단치가 않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까지 오른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국민대 측이 논문의 표절이 사실이라고 발표하면서 문 당선자가 스스로 탈당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가 됐지만,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IOC가 윤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진상 조사에 착수키로 하는 등 국제적인 문제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사실 한국에서 표절 문제는 문대성 당선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한국은 ‘표절 천국’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설령 표절이 들통나도 ‘학문적 관행’이라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자들도 많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물러났고,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도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됐었다. 숙명여대 교수 출신의 박미석 청와대 수석 역시 논문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표절 문제는 한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는 대권을 꿈꾸던 구텐베르그 국방장관이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이 드러나 결국 물러났고, 미국 대선에 도전했던 보수 논객 팻 뷰캐넌은 저서의 표절 시비로 소송에까지 휘말렸다.
이뿐 아니다.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생전에 보스턴대 박사학위 논문 ‘폴 틸리히와 넬슨 위먼의 신 개념 비교’가 다른 학생이 쓴 논문을 상당 부분 베낀 것으로 드러났지만 박사 학위를 유지했고, 한국 문단의 스타 작가인 이문열은 대표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표절 논란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니 문대성 당선자는 국회의원 선거에만 나서지 않았다면 별 문제 없이 지나갔을 논문 표절이 선거 때문에 운 나쁘게 들통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충격적이고 개탄스러운 것은 그것이 문대성 당선자 개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조직적인 ‘표절의 공범’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당선자의 표절 의혹은 4년여전에도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누리당은 선거 마지막까지 유권자들에게 그를 국회로 보내달라고 호소했고, 표절 사실을 공식 확인해야 할 대학 당국은 선거 이후로 모든 걸 미뤘다. 체육계는 ‘체육인 국회의원을 만들어 내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표절 제보자 색출 소동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결국 한 개인의 비리로 보였던 표절 파문의 뒤에는 정치권과 대학, 체육계라는 ‘표절 공범’들이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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