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왼쪽)과 노광길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추진 중인 증자를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이은호 기자>
한미은행이 7.500만달러 규모의 증자를 지난 6월20일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증자 추진 중단을 전격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증자 중단은 유재승 행장과 노광길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약이 최대 증자 목표였던 8,625만 달러의 두 배를 초과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고 ▲이번 증자에 한국 우리금융지주가 참여해 한미은행 지분의 4.9%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는 등 모든 증자 여건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한 상태에서 나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금융 인수무산으로 증자 서두른듯
청약 두 배 초과 상태 중단결정은 의문
관계자들은 이같은 증자추진 중단은 일단 추가 증자 공모가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자 공모가는 은행이 증자를 추진하는 시점의 주가에서 추가로 할인해주는 가격으로 형성되는데 이렇게 볼 때 한미은행의 공모가는 현 주가가 90센트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주당 70-80센트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7월에 완료했던 1억2,000만달러의 공모가였던 1.20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게 돼 기존 주주들의 이익보호와 전반적인 주가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재승 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금융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증권시황 악화로 한미의 주가가 실제보다 저평가된 것이 증자 추진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한 것"이라며 "지난 2분기 연속 흑자 등으로 당장 증자를 하지 않아도 은행은 감독국이 요구하는 최상의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모가 등은 추가 증자를 추진할 당시에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은행관계자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가 증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던 지난 4월에도 한미은행의 주가는 1.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추가 할인 폭까지 감안하면 한미은행이 목표로 내세웠던 주당 1.20달러 공모가 달성은 이미 불가능 했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이 우리금융과의 인수계약이 지난달 15일 완전 무산된 후 기관투자자 등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둘러 증자를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은행이 밝힌 데로 은행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자본비율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자를 처음부터 단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한미은행의 추가 증자 중단은 단기적으로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결국 은행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증자 중단으로 한미은행이 단기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결정을 번복하는 등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월스트릿 입장에서는 한미은행에 대한 신뢰가 저해되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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