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
▶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72세인 김 전 의원은 60대 초반의 건강한 모습으로 정치 컨퍼런스를 주도했다. 그는 “‘하루 1시간 운동, 2마일 걷기’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김창준(72) 전 연방 하원의원은 요즘 연방 하원의원 때보다 더 바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난 한해 무려 40여차례의 강연을 다녔다. 전경련을 비롯한 각 경제 단체, 세종연구소, 연세대, 고려대 등 초청기관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인도 이루기 힘든 연방 하원의원 3선의 관록을 가진 거물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정치력이 없는 집단은 희망도 없다’며 차세대들의 도전을 일깨우고 있다.
미주 한인 100년 이민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김창준 전 의원. 최근 성황리에 개최됐던 제1회 미주한인 정치인 컨퍼런스 및 차세대 포럼에 참석한 김 전 의원을 만나 정치 역정에 대한 소회와 후배 정치인들에게 주는 조언을 들어봤다.
정치력 없이는 희망 없다… 정체성 내세워야
한국 정치시스템은 미국 비해 30년이나 뒤져
소수계 이유 3선 임기 내내 FBI 수사 시달려
▲한인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지 벌써 19년이 지났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한인들의 정치력이나 정치적 위상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는가.
-내가 당선됐던 1992년과 비교하면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은 훨씬 높아져 있다. 한인들 스스로 정치력이 없다며 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코 한인사회의 정치적 위상이 그렇게 낮지 않다.
한국이 발전하고 한인사회의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한인들의 정치 위상도 급상승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정치파워가 경제력에 나온 것처럼 한인사회도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여전히 한인사회는 제2의 김창준을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가 정치적 위상이나 정치력 제고, 한인 정치인 양성 문제 등을 두고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아직까지 내 뒤를 잇는 연방의원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미 전국에서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배출될 것이며 앞으로 50년 내에 한인 대통령이나 부통령도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망한 후배 정치인들에게 내 정치 경험을 빠짐없이 전수해 주고 싶다.
▲연방의원은 아니지만 미 전국 각지에서 정계 진출에 성공한 한인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인 후배 정치인들과 차세대 한인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나를 포함해 신호범, 임용근 의원 등 1세대의 뒤를 잇는 젊은 한인 정치인들이 나오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정치에 도전하려는 한인이라면 무엇보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백인 유권자가 다수인 다이아몬드바 지역에서 출마하면서도 나는 백인 유권자들에게 한인 이민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또,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지역 현안과 주민들의 여론을 단숨에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 화두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각에서는 한국 정치 참여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재외 참정권을 열렬히 지지한다. 세계 어디에 거주하든 한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현 제도로는 한인들의 투표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참정권을 인정했으면 실제로 투표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영사관에서만 투표하라는 것은 투표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미국에서도 시행되는 우편투표를 왜 도입하지 못하는가.
한인들의 한국 정치 관심을 우려할 이유도 없다. 참여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다. 앞으로 미주 한인사회에서 한국 국회의원이 4명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현실을 진단해 달라.
-오늘날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다. 빈부의 격차로 사회가 양분되고 있고 서민들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반감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연방 하원의원 시절 중소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이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산층을 강화해야 한다.
대졸자들의 구직난이나 범죄 증가도 큰 문제로 보인다. 정치의 후진성도 여전하다. 미국에 비하면 30년은 뒤쳐진 것 같다. 한국 정치인들은 뛰어나지만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무엇보다 중산층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하원의원 시절 중소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한국도 대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미국과 같은 강력한 반독점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보잉사가 자본이 없어 수퍼마켓을 하지 않겠는가. 동네 구멍가게조차 독식하려는 한국 대기업들의 행태는 옳지 않다. 대기업의 전횡을 막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상생을 위한 제도가 필요한데 현 정부의 동반성장 구호는 구호에 불과한 것 같다.
한국은 분배정책에 보다 무게를 실어야 할 것 같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몰락한다면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3선 연방 하원의원으로서 정치인생의 소회는.
-다이아몬드바 시장을 하다 연방 하원의원이 되고 나니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온통 백인일색인 공화당에서 한인인 내가 당선돼 주위에선 어리둥절해 했었다.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쳤으나 난 초선 때부터 시작해 3선 임기를 마칠 때까지 FBI의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아시아계 정치인을 경원시하던 정치적인 분위기에서 내가 소수계 공화당 의원의 상징으로 부각돼 정치적인 희생양이 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4선 도전 당시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간발의 차이로 낙선했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잠시라도 선거운동을 했다면 4선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초선 당선 때 3선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해 사실 내 스스로 선거운동을 하기가 겸연쩍은 점이 있었다.
▲요즘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나 세종연구소, 연세대 대학원 등에서 강연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김창준 정경연구원’을 설립해 본격적인 정치 자문이나 정치 리서치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회단체, 정부기관, 정당 등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자문에 주력하는 연구소가 될 것이다.
<김창준 전 연방의원 약력>
보성고 졸업, USC 토목과 학사, 한양대 정치학 박사, 다이아몬드바 시의원·시장, 연방 하원의원 3선, 고려대 동북아 경제경영연구소 연구교수, 현 워싱턴 한미포럼 이사장.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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