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남 전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남북간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국내 예비군 훈련장 사격 표적지에 대해’전면적인 군사적 보복’을 경고했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못지않은 ‘폭침’이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3일 만의 폭탄선언을 놓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방중성과와 맞물린 두 가지 가설이 회자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회자되는 가설들
우선 김 위원장의 방중성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자, 그 반작용으로 한반도 불안을 조성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도 ‘통 큰’ 지원에 인색하자 "앞으로 중국 말도 듣지 않겠다"며 ‘남한 때리기’로 응수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를 남측과 해결하라는 중국측 요구에 대해"할 만큼 했으니 더 이상 상관 말라"는 선 긋기 발언으로도 해석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북중ㆍ북미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남한을 활용했다. 이번에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그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가정은 김 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중국 스스로 동북 3성의 ‘창ㆍ지ㆍ투(長ㆍ吉ㆍ圖)개발계획’을 위해 북 라선을 통한’동해 출항권’에 목말라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북중경협의 확산 추세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반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남한과의 대화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 향후 남북관계의 새 판 짜기를 위해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1년 반 정도만 버티면 남한으로부터의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요구가 줄어들 것이고, 남은 기간 계속 압박을 높여가면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불안감으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확산될 것이란 계산까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전례 없이 비밀접촉을 공개하고 ‘돈봉투’얘기까지 꺼낸 것은 MB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두 가지 가정 모두가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성과와는 전혀 다른 북한 내부 사정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곤혹스럽게 된 건 중국이다. 김 위원장을 1주일간 융숭하게 모셔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희망한다"는 언급을 이끌어낸 지 사흘도 안 돼 상황이 완전히 뒤집히자 당혹해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홍레이 대변인은 최근 "유관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며"우리는 남북 쌍방이 화해와 협조를 하면서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 관심사를 타당하게 해결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환추시보 등 북측에 유리한 보도를 일삼던 중국 언론매체조차 논평이나 분석을 일절 내놓지 않는 것도 그만큼 충격과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제3의 대북정책 고민할 시기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대북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국제외교관계에 안일 무사하게 대처하는 우리 외교ㆍ통일ㆍ정보기관 대응능력의 한계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번 대통령 임기 막판에 단골로 꺼내던 정략적 정상회담카드가 남북을 포함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다자관계에서 이제 그 효과를 상실했다는 의미다. 베이징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DJ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좌에 서서 퍼주기 공세도 해봤고, 지난 3년 반 우에 서서 압박 공세도 해봤지만 둘 다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이젠 제3의 길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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