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시사철의 기후를 자랑하는 뉴욕의 이번 겨울, 이례 없이 몹시도 춥고, 거기에다 거의 매주 눈이 오는 바람에 흰 눈 날리는 날의 포근한 낭만보다는 불편하기 짝이 없어 짜증만 난다.
이럴 때에 몹시 기다려지는 것이 봄이다. 겨울 가면 봄이야 꼭 찾아오지
만 올해 같은 겨울에는 제때에 찾아오는 봄이라도 왠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 올 것만 같다.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니 그 얼음 녹은 물이 수증기가 되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눈구름을 만들어 거의 매주 눈을 쏟아 붓는다. 내년에는 더 많은 눈이 올 거란 예보가 있으니 내년의 겨울 지내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러나 봄은 온다. 생활에도 음지가 양지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어려운 때가 있었으면 풍족한 날도 있고 추운 겨울이 있으면 따스해지는 봄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시골에 가면 어렵사리 겨울을 넘기고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비꽃을 좋아한다.
양지바른 풀밭이나 햇볕 잘 쪼이는 산비탈에서 잘 자라는 제비꽃은 봄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꽃으로서 봄바람이 몇 줌 햇볕을 쥐고 오면 앞뒤 볼 것 없이 급하게 꽃을 피운다.
얼마나 간절하게 봄을 기다렸는지 줄기도 없이 뿌리에서 잎을 내면서 봄이 오는 쪽으로 비스듬히 퍼져 눕는다. 매운바람이 가시기 전인 3월 초에 급하게 꽃을 피우고 오월이나 유월이면 결실을 맺는다.
시골집 처마 끝에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틀면 사람들은 제비가 처음으로 봄을 물고 왔다고도 했다. 그 제비가 올 때 쯤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라 했던가, 아니면 꽃이 아름답기가 물 찬 제비 같아서 제비꽃이라 했던가?
식물도감을 보면 제비꽃과에 속한 꽃의 종류는 약 850종이나 되는데 제비꽃과의 모든 제비꽃들이 봄을 기다리다가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봄이 중간쯤 갈 때 피는 제비꽃과의 반지꽃은 막바지 봄에 꽃대에 매달린다. 그 가느다란 줄기를 반으로 찢어내려 반지를 만든다.
그리고는 친한 사람 손가락에 끼워주고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얼굴을 내민다는 연유에서 반지꽃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니 반지꽃은 사랑처럼 봄이 무르익어서야 꽃이 된다.
봄은 왜 기다려질까? 사랑이 피어날 것만 같은 들뜬 마음으로 꽃반지를 만들고 싶어서일까?
제비꽃은 보여주고 싶은 내용도 많고 말하고 싶은 내용도 많아 그 내용을 짐작하고 사람들은 그 많은 제비꽃에 수많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각시제비꽃. 단풍제비꽃. 엷은잎제비꽃. 제주제비꽃. 털노랑제비꽃. 금강제비꽃. 남산제비꽃. 오골제비꽃. 구름제비꽃. 애기낙시제비꽃. 이시도야 제비꽃. 고깔제비꽃 민둥제비꽃. 우산제비꽃. 우산제비꽃. 갑산제비꽃 왕제비꽃. 등등. 우리나라
에 피는 제비꽃은 약 60여 가지나 된다.
꽃을 먼저 피우는 우리나라 제비꽃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몸이 아픈 사람들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빨리 치료해주고 싶은 간절한 바람의 약효가 가득하다. 관상용으로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제비꽃들이 간직하고 있는 약효로서 치료해 준다.
그 어느 해 보다도 올해에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치료를 해야 할 것이 많은 올겨울의 몸과 마음의 동상들, 이럴 때에는 봄이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 윤 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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