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대학의 신입생 아니시 파텔이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온라인으로 경제학 강의를 듣고있다.
강의실 대신 잠옷 바람으로 랩탑 통해 수강
대부분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아니시 파텔도 캠퍼스 내에 사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아침 9시35분에 시작하는 경제학 원론 강의실은 기숙사에서 5분 거리이지만 파텔은 강의실로 뛰어가는 대신 자기 방에서 랩탑을 켜고 강의를 듣기 시작한다. 기숙사 창의 커튼은 아직 내려진 채이고 바닥엔 3명 대학생들의 옷과 백팩, 숙제와 먹다만 스낵봉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룸메이트들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 채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곁에서 파텔은 마크 러시 교수의 경제학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 교수가 칠판에 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클로즈업시켜 읽어보고 노트에 받아쓰기도 한다.
주립대학들 재정난 타개위해 온라인 강의 적극 확대 중
늦잠 많은 신입생에겐 희소식, 교육효과는 아직 부정적
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Florida)이 러시 교수의 강의를 캠퍼스 네트웍을 통해 온라인으로 방영하는 것은 파텔처럼 늦잠 많은 학생들을 배려하기위한 것은 물론 아니다. 단순한 경제학의 원리다 : 수강신청을 한 1,500명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강의실이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 통계학, 생물학 등 다른 분야 인기강의들도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그러므로 인기강의 수강생들은 울창한 참나무들이 줄지어 선 이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클래스메이트들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종래의 온라인 강의는 주로 직장과 가족 때문에 대학에 다니기 힘든 만학도나 먼 곳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젠 캠퍼스 안에 살고있는 학생들도 이 ‘장거리 강의’의 수강생들이 되고 있다. 주 예산 부족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공립대학들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플로리다 대학의 캠퍼스에서 사는 학생들의 경우 이번 학기엔 신청학점의 12%를 온라인 강의를 통해 얻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25%가 증가한 수치다.
파자마 바람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늦잠 많은 대학생들에겐 희소식이긴 하다. 그러나 대학의 주요 사명을 감안한다면 우려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 교수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화면에서만 대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가? 교수와 학생 간 직접 대면과 대화는 학생들의 교육과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것인가?
신입생 시절 두 과목의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4학년생 케이틀린 하트삭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마치 프레시맨 시절을 빼앗긴 듯하다”고 말한다. “우리 어머니는 방에 앉아 컴퓨터를 보라고 대학에 등록금 주며 보낸 것은 아니라며 화를 내셨지요”
미 전국에서 온라인 강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가을 460만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대학 강의를 들었다. 전해에 비해 17%가 증가한 숫자다. 먼 곳에 사는 학생들이 다수가 아니었다. 무려 300만명이 직접 듣는 강의에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이었다.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생이 많았고 사립대 재학생은 극소수였다. 연5만3,000달러의 등록금을 내는 부모들은 교수에게 직접 지도를 받는 수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에 뛰어든 대학들은 두가지를 이유로 든다. 첫째는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최신테크놀로지를 예산한도 내에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아이오와 대학에선 1만4,000명의 인문계학생 중 10%가 매 학기 고전신화와 미국정치 입문 등을 포함, 일부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1학년 스패니시 강의는 이제 온라인으로만 제공된다. 직접 듣는 강의보다 문법과 회화의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학교 당국은 말한다.
플로리다 대학은 지난 3년 동안 주 의회로부터 25%의 예산을 삭감 당했다. 온라인 강의를 적극 확대하는 주요 이유다. “이런 추세가 미국고등교육의 미래”라고 조 글로버 학무담당 부총장은 예상한다.
“솔직히 말해 현재 미 대학의 졸업율을 감안할 때 강의실에서 수강하는 직접강의 형태가 그리 효율적은 못된다”고 전제한 그는 “적어도 우리는 지금 교육전달의 다른 형태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찬반은 강의를 담당한 교수들 간에서도 엇갈린다.
온라인을 통해 1,650명 학생들이 수강하는 통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미건 모코교수는 “개인적으론 학생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 수 있는 50명 직접 강의를 선호하지만 강의실 공간이나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면서 인터넷강의에선 학생들이 듣다가 잘 이해가 안 되면 되돌려보며 공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시절 은사의 열정에 감동받아 교수가 되었다는 이안 쉬라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그 같은 감동을 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강의실을 사용하지 않는데서 오는 재정지출 절감과 보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각 공립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를 확대해가는 추세이지만 교육의 측면에서 보는 평가는 아직 그리 긍정적은 아니다.
학생들은 아침잠을 더 자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수업을 따라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학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마크 러쉬 교수팀이 강의실에서 수강하는 학생들과 온라인 수강생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강의실 학생들도 대부분 교수와 직접 대화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도 온라인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나빴다는 것. 제시간에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의무가 없으니 온라인 듣기는 계속 미루게 되고 결국 시험이 임박해서야 한꺼번에 밀린 강의를 들으려하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것이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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