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불황이 끝나도 이같은 중국의 주도적인 위치는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이미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 국가가 됐다. 그 바람에 중국과 미국, 유럽 간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럽 위원회는 중국과 베트남 산 신발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할 것을 최근 제안했다.
과감한 가격 인하로 타국 경쟁자 눌러
올해 독일 제치고 최대 수출국 부상
중국은 줄어든 수출 시장의 더 많은 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불황으로 올 무역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은 싼 물건을 원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수요를 충당해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장들은 물건 값을 대폭 깎음으로써 옛 시장을 고수하며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중국이 캐나다를 제치고 최대 수출국이 된 것이다. 2008년 첫 7개월 동안 중국 물건은 전체 수입품의 15%를 차지했다. 올해 같은 기간 이 숫자는 19%로 늘어났다. 반면 캐나다는 17%에서 14.5%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일부 부문에선 절대적인 수출량도 늘고 있다. 7월 현재 중국 의류 수입은 10%가 는 반면 멕시코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서의 수입은 19~24%나 떨어졌다.
중국은 9월 들어 수출 감소세가 8월보다 대폭 줄어든 1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이는 세계 경제 회복과 함께 중국 수출이 강세를 보이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중국 제조업자들이 임금을 비롯 비용을 빨리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매니저들은 미국 구매자들이 바로 이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남부에 본부를 두고 미국과 유럽에 진을 수출하는 창룬 의류회사의 국제 무역 책임자인 랴오 유안은 “특히 미국 바이어들이 낮은 가격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그는 “7달러짜리 바지를 2달러85센트에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싸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불황에도 비교적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가격’을 당해낼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워싱턴 피터슨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라디는 “중국은 큰 강점이 있다”며 “시장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며 노동 유연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산 것을 찾을 때 덕 보는 것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많은 나라들이 올해 의류 쿼터제를 철폐한 것도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부의 수출 장려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달러화에 대해 약하게 유지하고 수출업자에 세제 혜택과 수십억 달러의 저리 융자를 해주고 있다.
그 결과는 대단하다. 올 상반기 중국은 5,210억 달러 어치의 옷과 장난감, 전자 제품, 곡물 등을 세계에 수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2% 줄어든 수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훨씬 낫다. 같은 기간 독일 수출은 34%, 일본은 37%, 미국은 24% 감소했다.
수출 대국인 독일은 중장비, 자동차, 고가품 등에 대한 수요가 줄며 고전하고 있다.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총액은 독일보다도 더 줄어들었다. 석유 값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진 것도 한 이유지만 석유가 거래되는 화폐인 달러화가 폭락한 것도 일조했다. 러시아의 세계 수출 총액은 45%나 급감했고 미국의 사우디 석유 수입은 65%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수출 증대로 일본과 이탈리아, 캐나다, 멕시코, 중미 국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미 수입 가구의 중국 비율은 작년 50%에서 54%로 늘어난 반면 캐나다 산과 이탈리아 산은 전년에 비해 40%나 줄어들었다. 유럽에서는 지난 1월 섬유 쿼터제가 폐지된 후 모든 주요 국가에서 중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 수입 신발은 대체로 루마니아 산이었으나 이제는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 전자 제품은 한 때 미국 시장을 휩쓸었으나 지난 10년간 중국 제품에 계속 밀리고 있다. 1999년 미국 수입 전자 제품의 18%가 일본산이었으나 이제는 7%밖에 안 된다. 중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에 비해 10~20%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무역 흑자는 계속 높은 수준이고 이것이 중국 화폐인 렌민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했다 가공해 재수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렌민비를 절상한 뒤 중국은 다시 이를 달러화에 맞춰 고정시켜 놓고 있다. 달러화가 유로에 비해 1년 새 15%나 추락하면서 중국 물건은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됐다. 유럽은 중국에게 수출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반덤핑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IMF는 중국에게 경제를 재조정하고 렌민비를 절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 화폐 가치에 대해 항의하던 미국은 요새 잠잠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워싱턴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경제학자인 동 타오는 “오바마는 중국 화폐 절상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 부채를 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화폐 가치를 올릴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부 경기 부양책 효과를 반감시키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도자들은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중국은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한 경제 성장을 돕는 컴퓨터 칩, 항공기, 약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부유해질수록 자기 나라 상품을 많이 살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내에서의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이 값싼 중국 물건을 사고 중국은 미국 부채를 사주는 불균형도 시정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분쟁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수출업자들은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지 몰라도 가격 인하 압력 때문에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창룬 공장의 랴오는 “일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옛날 공장에 가 버려진 물건을 주어오기도 한다”며 “이들 제품의 질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에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 시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 스위스의 타오는 “중국은 더 강해지고 그 경쟁자들은 불황에 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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