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선생 구출에 여러분의 지원을 호소합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을 호소하는 등 DJ의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현대사 자료들이 발굴됐다.
이 자료들은 DJ와 워싱턴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정기용 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다. 정씨는 유신 직후 워싱턴으로 망명한 김대중 씨가 1973년 조직한 ‘한국 민주회복 통일촉진 국민회의(한민통)’의 대변인을 오래 지냈다.
정씨가 공개한 자료에는 1971년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의 정견과 1972년 11월 DJ가 영문으로 발표한 한국의 정세에 관한 보고서,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게재한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 그리고 납치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상 주장서, DJ의 연설문 친필 사본 등이 포함돼 있다.
‘김대중 선생 구출’ 자료는 당시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던 독립신문(1980년 12월26일자)에 게재된 호소문으로 ‘김대중 구출 북미협의회’ 명의로 나갔다. 호소문은 “곧 리건 대통령 당선자도 특사를 한국에 파견한다는 정보입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아래에 있는 내용의 전문을 리건 씨에게 보내주십시오. 여러분의 전문 한통은 한 고결한 민주주의자의 생명과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를 살린다는 점을 굳게 믿으십시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호소문에는 레이건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영어로 된 전문 내용과 주소가 첨부돼 있다.
‘大衆反正을 실현하자’는 특이한 제목의 소책자는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명의로 발행된 일종의 정견발표서. 1971년 박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에 이어 새해의 포부란 소제목으로 공약사항을 소개하고 있다. 공약은 총통제 음모의 분쇄, 민족안보의 전개, 예비군의 완전 폐지, 대중경제의 실현, 농업혁명의 추진, 부유세의 신설, 전태일 정신의 구현, 여성의 지위향상과 능력개발 등 8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특히 총통제와 관련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만일 이번에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은 다음 임기 동안에 앞으로는 선거조차 없는 영구집권의 총통적 체제를 저지르고야말 것이라고 나는 전망한다”고 다음해 단행된 유신체제를 예언해 눈길을 끈다.
‘남조선 민주인사 김대중에 대한 랍치감금사건의 진상에 대하여’란 문건은 73년 9월16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발행됐다. 이는 당시 외신 보도들을 인용해 납치의 주범이 한국의 중앙정보부라 주장하며 행동대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있다.
DJ의 친필 연설문은 납치 사건 후인 1973년 12월 쓰여진 것으로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국민인 신사숙녀 여러분!”으로 시작된다. 모두 15매 분량의 원고지에 쓴 내용은 당시 아시아에 불기 시작한 ‘도미노적 군사독재’와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비판하고 있다. 또 닉슨 독트린에 의한 미군 철수를 우려하면서 아시아에서의 현상 유지와 평화공존을 위해 미일중소 4대국의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 자료를 공개한 정기용씨는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DJ의 죽음으로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됐다”며 “그가 워싱턴이란 망명지에서 전개한 조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고뇌와 부단없는 노력의 흔적들이 온당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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