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대 제한연령 42세로 높아진 후 중년들 꾸준히 군문 두드려
‘안정된 직업’인식이 가장 큰 요인
새로운 도전·국가봉사 등 동기 다양
“어린 신병들 보다 성숙” 긍정 평가
<포트힐, 오클라호마> 3년 전 미 육군이 입대 제한연령을 35세에서 42세로 높인 이후 육군에는 나이 든 신병들 입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약 3,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35세 이상 신병은 전체 육군의 병력 규모에 비춰볼 때 적은 것이지만 올 들어 35세 이상 입대자는 급속히 중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의 입대 동기는 다양하다. 중년의 무료함을 벗어나 도전하고픈 욕구에 입대한 사람도 있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입대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높아지는 실업률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육군 관계자들과 모병관들, 그리고 훈련 장교들은 지적한다.
“매일 매일 근무처로 나가는 한 보장된 직업”이라고 필라델피아 ‘육군 체험센터’의 중대장인 재리드 어처리 대위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하이텍 마케팅 사무실의 병력 10명중 1명꼴로 35세 이상이라고 밝히고 “육군에는 감원이 없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매년 8만명 정도를 새로 충원한다. 나이 든 신병들의 충원은 기본 군사훈련에서부터 영향력을 끼친다. 이곳 훈련장에서 신병 7명에 1명꼴로 35세가 넘는다. 많은 훈련 교관들은 나이 든 신병들을 자신들의 멘토나 대리 훈육관으로 삼을 정도이다. 2009년도의 포트힐 훈련교관으로 선정된 애론 반스 하사는 나이 든 신병들이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성숙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10대 신병들보다 가르치기 쉽고 더 열심이라는 것이다.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훈련 기여도가 더 높다. 이것은 그들의 삶”이라고 올해 26세인 반스 하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나이 든 신병들은 부상에 취약하다. 관절이 녹슬었고 잊었던 부상이 재발하기도 한다. 또 다치면 회복도 더디다. 기초 군사훈련 도중 탈락률이 어린 신병들에 비해 약간 높다고 이곳 기초군사 훈련소 책임자인 마이클 패튼 중령은 설명했다.
38세인 존 버츠 기술병은 새로운 신병집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년간 필라델피아에서 하우스 페인팅을 직업으로 삼아온 작가지망생 버츠는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이 죽으면서 고정 수입을 잃었다. 블럭버스터에서의 파트타임 잡으로는 렌트비 내기도 버거웠다. 그런 가운데 집주인이 자신과 여자 친구(지금은 아내가 됐음), 그리고 세 자녀에 대해 퇴거명령을 내리자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병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으며 모병관을 만난 후 3년 복무 계약을 맺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음주와 흡연 습관을 잘 극복하고 버츠는 기초 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쳤으며 지금은 올해 한국으로 파병될 가능성이 높은 포병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아프간으로의 파병도 자신의 카드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지난 2개월 동안 그는 24세의 훈련교관으로부터 호통을 들어야 했으며 그가 기억할 수 있는 어떤 경우보다 많은 팔굽혀펴기를 했다. 또 변기 물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는 19세의 어린 신병들을 감내해야 했다. 현재까지 잘 해내고 있는 그는 군인을 평생 직업으로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침체는 모든 연령대의 신병 지원율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이 든 신병들은 새롭고도 도전적인 기회를 육군에 제공하고 있다. 육군만이 35세 이상 지원을 받아주고 있다.(해군은 35세까지이며 해병대는 28세, 공군은 27세이다.)
나이 든 병사들이 고된 전투를 어떻게 감당해 내는지는 분명치 않다. 육군은 기초 훈련 과정에서 연령별로 구분하지 않으며 배치할 때도 연령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5,000명 가운데 35세 이상은 600명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직업군인들이다. 가장 나이 많은 전사자는 베트남전에서 복무한 후 지난 1988년 퇴역했다가 2007년 퇴역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에 의해 다시 입대했던 60세의 스티븐 허치슨 소령이다. 그는 지난 달 이라크에서 전사했다.
지난 주 포트 힐에서의 사격 훈련 휴식시간에 만나 본 몇몇 고령의 신병들은 경제가 유일한 입대 동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햄프셔에서 교도관으로 일했던 마크 오브라이언 이등병(36)은 “나는 70세가 되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육군에 입대 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뱃슨 이등병(35)에게는 감원의 위협이 육군 입대의 동기가 됐다. 자녀가 다섯인 유타주의 기계 엔지니어 뱃슨은 지난 해 회사가 대량 감원을 할 때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경험을 한 그는 만약에 대비한 옵션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만약 감원된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풀타임으로 방위군 근무를 하거나 정식 육군에 입대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그는 아프간 파병을 자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뱃슨 이등병은 “가족은 나의 최우선 순위다. 나는 그들을 돌보기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입대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9주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전혀 규율이 없고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10대 신병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나무집을 짓는 일을 하던 38세의 딕슨 이등병은 의무병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아이다호 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그는 군화를 신은 채 새로 왁스칠을 한 마룻바닥을 마구 돌아다니던 17세의 한 어린 신병을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낸 후 마음이 편치 않다. “그가 17살이라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아직 책임을 물을 만큼 자라지 못한 아이다. 내 아들도 17살인데”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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